뇌전증을 대마초로 치료한다고요?

입력 2019.05.15 08:00

김영훈 교수의 아이 마음 건강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제공

3세 남아가 전신발작이 있어서 병원에 왔다. 경련발작은 8개월 때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전신이 강직되고 팔다리를 떠는 발작에 고열도 있었다. 2-3개월 간격으로 열성경련이 재발하고, 재발할 때 마다 경련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이제는 열이 없어도 경련을 할 뿐 아니라 한번 경련을 하면 10분 이상 지속된다고 했다. 3가지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있는데도 발작이 있다며, 병원을 찾아와 상담하다 대마 오일의 효과에 대해 물었다.

뇌전증 환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금년 3월에는 질환 치료 목적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이 허용됐다. 대마의 잎과 꽃을 건조시켜 담배 형태로 만든 게 마약류인 대마초다. 대마는 진통제나 뇌전증, 치매 등 질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마가 학술연구 목적 이외에는 전면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처방할 수 없었다. 이번의 조치로 칸나비디올(CBD, Cannabidiol) 등 대마 성분을 뇌전증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칸나비디올은 주로 대마초의 꽃이 피는 상단부, 잎, 수지에 함유된 성분이다. 뇌전증 등 희귀·난치 환자들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허가돼 시판 중인 대마 성분 의약품 4종을 자가치료용으로 수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마초에서 유래된 것이라도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식품과 대마 오일, 대마 추출물 등은 여전히 들여올 수 없다.

환자 부모에게 처방을 해주고 수입절차를 설명해주고 나니,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한 달 분의 가격이 200만 원이 넘는다. 이뿐 만이 아니다. 대마 사용 허용도 드라베증후군, 레녹스가스토증후군과 같은 난치성 뇌전증에 한정하고 있다. 이 환자도 드라베증후군으로 진단되어 처방이 가능하였다. 드라베증후군은 전신이 굳고 떠는 경련발작이 초기에는 열에 의해서 발생하고 주로 12개월 이전에 시작된다. 이후에 환자들은 멍하니 있거나, 고개를 떨구는 등 다양한 경련발작을 보인다. 발작 시작 2년 안에 신경발달지연 등이 나타나 점차 진행된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아직은 없다. 사실 대마오일도 이 병의 특효약은 아니다. 증상을 경감시키고 예후를 개선시키기는 하여도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증상 개선이 있기는 하였지만 경련발작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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