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급증, 협심증 주춤… 심장질환 판도 달라졌다

입력 2019.03.12 08:57

고령화와 심장 건강

국내 심장·혈관질환 추이가 바뀌고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증가세는 더뎌진 반면, 부정맥·판막질환 같이 심장 자체 이상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혈관뿐 아니라, 심장 자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알고 실천해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판막질환 증가율, 관상동맥 질환 3배

심장 자체가 문제 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부정맥, 판막질환이다.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심장 내 혈전(피떡)을 만들어 혈관을 막아 뇌졸중 등 위험을 높인다.

국내 부정맥 환자 수는 지난 2010년 23만 2547명에서 2017년 36만5461명으로 7년 새 57% 늘었다. 판막질환은 심장 내부에서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돕는 얇은 막인 판막이 제대로 열리거나 닫히지 않는 병이다. 전신으로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호흡 곤란, 실신,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 국내 판막질환 환자 수는 같은 기간 55%(2만9308명→4만5581명) 늘었다. 특히 심장이 전신으로 피를 뿜어내는 위치에 있는 '대동맥 판막'은 심장 내 4개 판막 중 압력을 가장 많이 받아 노화가 빨리 온다. 이로 인해 대동맥 판막질환 환자 수는 같은 기간 1만4058명에서 2만6448명으로 88% 증가했다.

심장 질환 환자 증가 추이 그래프
그래픽=최혜인
반면 심장 혈관에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인 심근경색, 협심증 환자는 같은 기간 약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동맥 판막질환 증가세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혈압 관리로 심장 부담 줄이는 게 우선

심장 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홍그루 교수는 "나이 들면 심장 근육, 판막도 노화하기 마련"이라며 "장수하는 노인이 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관상동맥질환 증가세가 주춤해진 이유는 원인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미리 발견해 평생 약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원인 질환을 미리 관리하면 협심증, 심근경색까지 악화되지 않는다.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해 심장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핵심은 심장 박동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심장은 용량이 정해진 '엔진'과 같다"며 "심장이 젊을 때부터 빨리 뛰어 미리 엔진을 많이 쓰면 그 만큼 빨리 닳는다"고 말했다.

심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 관리다. 홍 교수는 "혈압이 높으면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근육, 판막 모두 손상 입는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 짠 음식도 혈압을 높여 피해야 한다. 비만도 위험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몸의 부피가 커지는 만큼 더 많은 혈액을 몸 곳곳에 전달해야 하는데,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내뿜는 혈액량은 일정하다. 따라서 심장이 빨리 뛸 수밖에 없다. 불안장애 등 평소 만성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정신과 질환도 심장 박동 수를 높여 관리해야 한다. 운동은 심장전문의들이 모두 추천하는 심장질환 예방법이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진오 교수는 "일주일에 3회 이상 등에 땀이 살짝 날 정도의 강도로 40~45분 이상 걷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심장 근육을 건강하게 하고 고혈압을 예방하며 체중 조절을 돕는다. 이밖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증상 있으면 검사받아 조기부터 관리

심장질환 치료 기술은 많이 발달했다. 특히 판막질환의 경우 과거 무조건 가슴을 크게 절개하고 심장을 멈춰 수술해야 했지만, 이제는 혈관 안으로 관을 넣는 간단한 방법을 활용해 판막을 교체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로 인해 몸이 약한 80~90대도 시술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장 기능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치료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 조기 발견해야 한다. 과거에는 문제 없이 걷던 거리를 걷는데 숨이 차거나, 가슴이 저리고 아픈 경우, 원인 모를 실신을 경험한 경우,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전문의 판단에 따라 심장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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