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약 복용, 기억력 등
설날은 부모님의 건강상태를 곁에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의 도움말로 설에 부모님에게 꼭 여쭤봐야 할 건강 질문 6가지를 알아봤다. 이 교수는 "부모님이 노화 과정으로 여기고 무심코 넘기는 증상이 병의 위험 신호일 수 있다"며 "이번 연휴에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건강질문 1. 식사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나요?
부모님이 끼니를 잘 먹지 못하는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이나 허리 관절의 통증으로 장을 보러 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신체가 노화함에 따라 근력과 관절 감각이 줄고 연골세포의 회복력도 약해진다. 부모님이 만약 오랜 시간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이 붓기 시작했다고 말하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소 적절한 근육량을 평소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근력은 노년기 건강의 필수 요소다. 노인 체력에 맞는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음식 섭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달걀, 우유, 육류, 생선과 같은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섬유소가 많아 변비를 예방할 수 있는 채소도 넉넉히 챙겨 먹어야 한다. 물은 가능한 한 수시로 마셔야 한다.
치아나 잇몸 통증으로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식사를 거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치아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잇몸과 치아를 지탱하는 뼈가 파괴되어 흔히 '풍치'라고 불리는 잇몸병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통증을 크게 못 느끼다가 질환이 심해지면, 이가 시려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부모님이 평소에 치아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잇몸병의 원인이 되는 치태와 치석이 잘 제거될 수 있도록, 매일 식사 후 거르지 않고 꼼꼼히 칫솔질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질문 2. 술·담배를 하나요?
노인의 과다한 음주는 부정맥, 인지기능 저하, 영양실조, 골다공증, 낙상,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흡연은 기관지와 폐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노인 건강에 치명적이다.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폐암뿐 아니라, 식도암, 방광암, 후두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만성호흡기질환과 심장병, 동맥경화, 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며,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 70%나 높인다. 흡연으로 노인실명 원인 중 하나인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흡연은 백해무익하므로, 부모님이 흡연한다면 서서히 금연해나갈 것을 권장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오랫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기 힘들기 때문에, 가족들이 나서서 금연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부모님의 노력을 지지해주어야 한다.
건강질문 3. 여러 약을 장기복용하나요?
노인은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어 복용하는 약제 수가 많다. 그러나 5가지 이상의 약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약물 간 상호작용에 의해 이상반응이 생길 위험이 높다. 또한 일부 소화제의 경우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손발이 떨리고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변비가 오거나 위궤양, 구역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감기약을 잘못 먹으면 소변이 안 나오는 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문제 없이 복용하던 혈압약, 당뇨약이라고 하더라도, 감기에 걸려서 일시적으로 식사를 못하고 약만 복용하면 저혈압,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이내 혼수상태가 되거나 낙상을 하여 병원에 실려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가 처방한 약을 지시사항에 알맞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후 섭취와 같은 복용 지침을 지키고, 약 복용 시 물이 아닌 다른 액체와 함께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래 표의 내용을 부모님께 꼼꼼히 설명 드리자.
건강질문 4. 지난 6개월 간 낙상 경험이 있나요?
설 연휴 명절 준비로 인해 연로하신 부모님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무거운 짐을 수시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님이 자식을 보러 역귀성 하는 사례가 더욱더 많아지고 있어 관절 건강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자식에게 줄 4~10kg에 이르는 음식들을 대중교통을 바꿔 탈 때마다 수시로 옮기다 보면, 이미 노화와 퇴행 과정에 있는 신체에 많은 하중이 가해진다. 노인이 되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 기능이 저하되는데, 갑작스럽게 증가한 신체활동은 요통, 관절통과 같은 근골격계질환을 심화시키고 낙상 위험을 높인다. 노인 낙상의 가장 흔한 합병증 중 하나는 골절이며, 이로 인해 회복에 반년에서 일 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회복되더라도 활동량은 그 전의 약 3분의 1만 가능해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부모님이 지난 6개월간 낙상한 적이 있다면 추가 골절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이용해 허리와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성묘를 하러 가거나 야외활동을 위해 차에 오르고 내릴 때는 무릎 관절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이고 필요시에는 꼭 자녀가 부축한다. 설이 껴 있는 겨울철은 신체가 더욱 경직되므로, 빙판길 위를 걸을 때 균형을 잃기 쉽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으면 손목뼈, 어깨뼈가 부러질 수 있고, 엉덩방아를 찧으면 엉덩이뼈나 척추뼈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길을 걸을 때는 최대한 양손에 물건을 쥐지 말고, 빙판길을 피해 가급적 평지 위를 걷는 것이 좋다.
건강질문 5. 기억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나요?
치매의 초기 증상은 주로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어보면서 최근 있었던 가족 모임을 기억하는지, 자주 가던 길을 못 찾지는 않는지, 눈에 띌 정도의 성격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기억력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치매센터나 병원을 방문해 선별검사를 받고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뇌 조직이 줄어들고 뇌 기능도 저하된다. 처음에는 기억력이 떨어지다가, 병이 더 진행되면 판단력까지 흐려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초기 진료가 중요하고, 애초에 치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좋다. 식후 가볍게 동네를 걷는 등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게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두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질문 6. 슬프거나 우울한가요?
노인 우울증은 매우 흔하지만, 증상이 꼭 우울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력이 없고,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고, 잠이 안 오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오인하기 쉽고, ‘화병’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 노인은 여기저기 아프고 괴로운데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하는 형태의 우울증을 많이 호소한다. 노인 자살의 약 70%가 우울증이 원인이므로, 방치하지 말아야 하며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각종 만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수면장애가 더욱 악화돼 수면이 부족하고 식욕저하,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친구를 만나거나, 동네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노인이라 하더라도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자존감, 자신감 유지에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고립감, 우울감, 무기력함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5일로 길어 명절 이후 부모님이 적적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가족 및 친지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소외감이 심하게 몰려올 수 있다. 따라서 명절을 쇠고 올라가면 당분간은 부모님의 안위를 살피는 전화를 평소보다 더 자주 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대화를 정기적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