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염증성 장질환, 진료 표준화로 의료 質 높여야

입력 2018.11.19 10:07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당신이 지금 대장내시경을 받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좌측 대장에서 3㎝ 크기의 혹이 발견되자 의사는 조직 검사를 의뢰한다. '선암'으로 진단결과가 나왔다면 이후 과정은 대한민국 어느 병원이든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다. 수술을 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대부분 일관되게 지정된 항암제를 활용한 항암치료를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암 진료는 프로세스 표준화가 명확하게 구축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료 표준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첫째, 확실한 효과가 있는 단일 치료법이 없거나 둘째, 병의 경과에 따른 증상이 매우 다양해 일관된 치료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다. 진료 표준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질병으로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 부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병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1차적인 증상으로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며, 질병이 악화될 경우 장이 좁아져 막히는 장 폐색이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 천공, 항문 주위의 고름 주머니 포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안 되고 평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약물 치료에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및 최근 개발돼 가장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한다.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다양한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비용·효능·부작용 모두를 만족시키는 강력한 단일 약제가 없어서 진료 표준화를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진료 질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환자의 질환 치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정한 진료 질을 보장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염증성 장질환 진료 질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회 및 정부 차원에서 진료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경제적 부담 역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필자가 소속된 대한장연구학회 대구경북지회를 중심으로 염증성 장질환 진료 지침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의료진 대상 세미나와 환우 교육 등을 시행해, 지역 내 어떤 병원을 찾아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바탕이 돼 전국적으로 진료 질 관리의 표준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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