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겨울 동화 속으로

야마가타현·미야기현·이와테현… 일본 동북 3현 겨울여행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겨울 여행지는 두말할 것 없이 일본 홋카이도(북해도)다. 눈에 덮인 오타루 운하와 눈과 얼음과 빛의 축제가 있어 여행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겨울 설국(雪國)이 주는 고요하고 아늑하고 포근함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대기에 정물처럼 소담스러운 설국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동북(東北, 도호쿠)으로 가자. 찾는 사람은 적고, 눈은 더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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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에도시대 은광 옆에 세워진 작은 온천마을 긴잔온천. 지금은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온천장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일본 혼슈섬 최북단 도호쿠(동북) 지방은 아오모리·아키타·이와테·야마가타·미야기·후쿠시마 여섯 개의 현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곳은 옛날부터 일본 역사나 문화에서 소외된 변방이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방해받지 않는 눈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상 수상작 '설국'의 무대가 된 곳도 북해도가 아니라 이곳 도호쿠 지방이다.

도호쿠 겨울의 진경은 수빙(樹氷)이다. 동해의 수증기가 산 정상의 거친 바람을 만나 눈이 되고, 그 눈이 나무에 겹겹이 달라붙어 수빙을 낳는데 기기묘묘한 형상이 영낙없는 설인(雪人)이다.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란 별명도 그 때문이다. 수빙은 일본에서도 동북, 동북에서도 단 세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압권은 자오 산이다.

산 정상에서부터 끝도 없이 도열한 수빙이 맞은편 봉우리까지 닿아있다. 손으로는 결코 빚을 수 없는, 바람과 눈과, 나무의 조각품 앞에 서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오의 수빙을 보는 법은 두 가지다.

미야기현에서는 설상차를 타고 눈길을 40분 달려가 본다. 길이 험하다. 야마가타 현의 로프웨이는 단출하다. 스키어들을 실어 나르는 로프웨이를 타고 15분이면 수빙의 바다로 순간 이동한다. 매년 1월 중순부터 생기기 시작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2월 중순부터 3월까지가 최절정이다. 맑은 날이 드물어 제대로 보기 힘들지만, 밤에도 볼 수 있게 조명을 켜둔다.

온천도 좋다. 도호쿠엔 이름 난 온천이 특히 많은데 수질도 각양각색이라 골라 가는 맛이 있다. 긴잔온천 마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덕분에 유명해졌다.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목조 온천장이 줄지어 있는 마을은 어디선가 본듯한데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거리의 목조 건물은 서양과 일본 건축 양식이 섞인 다이쇼 시대에 지어졌다. 사계절 중 지붕 위로 소복이 눈이 쌓인 겨울이 예쁜데, 건물과 거리의 가스등에 불이 켜지면 순식간에 100년 전 다이쇼 시대로 타임 슬립한다.

이 시기 볼 수 있는 겨울 장관이 또 있다. 미야기현에 있는 마츠시마(松島)는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데, 특히 겨울에 볼 만하다. 태평양을 가둔 만은 호수처럼 잔잔한데, 그 위로 260개의 눈 내린 소나무 섬이 둥둥 떠있다. 바다에 나풀나풀 떠다니는 새하얀 눈송이라니! 마츠시마는 일주 크루즈가 유명하지만, 간란테이에서 한적하게 감상하는 것도 좋다. 간란테이는 원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후시미 모모야마 성에 있던 다실이었는데 센다이의 초대 번주, 다테 마사무네의 아들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바꾸지 말라"는 명령대로 간란테이의 나무와 돌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헬스조선 비타투어는 도호쿠 지방에서도 가장 한적하게 설국을 즐길 수 있는 야마가타와 미야기 그리고 가까운 이와테 3현을 엮은 '설국(雪國) 여행' 프로그램을 3박 4일 일정으로 내놨다. 내년 1월 21·28일, 2월 11·18일 네 차례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