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시간에 비슷한 성과 달성 '압박감'... 스트레스 밀도 높아져 뇌는 늘 긴장 상태 뇌 피로 쌓이면 두통·근육통·관절통까지... 운동·스트레칭으로 몸속 염증 없애고 비타민B군 티아민·콜린 먹으면 도움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열렸다. 연간 2000시간이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앞으로 직장인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함)이 향상되고, 육체 피로가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뇌 피로가 오히려 예전보다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기존과 비슷한 성과를 더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무 시간이 줄어들 예정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밀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 피로’는 또 다른 숙제다. 뇌 피로를 푸는 데는 비타민B와 콜린 등의 성분이 도움이 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장인 66%가 느끼는 '업무 강박증'… 더 심해질까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66.4%)은 근무 시간 외에도 일에 대한 걱정과 압박감을 느끼는 '업무 강박증'을 겪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지난해 직장인 6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업무 강박증을 겪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5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을 다 못 끝낼 때가 잦아서'(30.1%) '인정받으려면 어쩔 수 없어서'(25.1%) '성과 달성에 대한 부담이 커서'(24.8%) 등이 뒤를 이었다. '일 욕심이 있어서'라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복수응답).
이런 업무 강박증은 신체적 이상으로도 이어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부분(95.9%)이 신체적 이상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는데, ▲극심한 피로감(68.4%) ▲잦은 분노와 짜증(53%) ▲수면장애(48%) ▲두통(41.1%) ▲위장장애(33%) 등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고 스트레스의 밀도가 높아지면 이런 증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스의 밀도를 낮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스 밀도 낮춰 '뇌 피로' 회복해야
단순 육체 피로는 몇 시간 푹 쉬면 회복된다. 그러나 뇌의 피로는 회복이 잘 안된다.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기 전까지 뇌는 늘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 역시 늘 스위치가 켜진 상태로 유지된다. 교감신경이 전신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질환이 만성피로증후군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원인 모를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에 더해 ▲기억력·집중력 감소 ▲평소와는 다른 두통 ▲인후통·근육통 및 다발성 관절통 등의 신체화 증상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뇌 피로를 해결하려면 적절한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마이오카인(myokine)이 몸속 염증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염증이 덜 생기면 그만큼 염증을 다스리기 위한 에너지를 절약하게 돼 피로가 줄어든다. 하루 15~20분의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하는 정도만으로도 마이오카인이 배출되기 시작한다고 알려졌다.
◇마구잡이 영양 섭취보단 '선택과 집중' 필요
운동만큼 중요한 것은 올바른 식습관이다. 만성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에 좋다는 보양식이나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마구잡이로 섭취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위장에 부담을 준다. 뇌 피로 회복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뇌 피로를 회복하는 데 좋은 성분으로는 비타민B군이 꼽힌다. 비타민B군 중에서도 핵심은 비타민B1이다. 티아민이라고도 불리는 이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신경 안정을 돕는다. 문제는 티아민이 수용성이라는 점이다. 고용량을 섭취하더라도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탓에 흡수율이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티아민을 지용성으로 바꿨는데, 대표적인 것이 '벤포티아민'과 '푸르설티아민'이다.
피로회복 효과를 내세워 판매되는 모든 활성비타민 제품은 두 가지 티아민 중 하나를 함유하고 있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흡수율이 높은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벤포티아민의 흡수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 푸르설티아민이 더 잘 흡수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두 종류의 티아민이 모두 함유된 제품이 출시되는 추세다. 총 티아민의 함량 역시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존의 주요 제품은 벤포티아민 혹은 푸르설티아민 중 하나가 50㎎ 들어 있는 데 그쳤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각 50㎎씩 총 100㎎이 들어 있다.
티아민과 함께 최근 주목받는 비타민B 성분으로는 '콜린'이 꼽힌다. 콜린은 정상적인 뇌 발달을 위해 필수적인 영양소다.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콜린이 뇌 중심부 발달을 도와 기억력을 향상시켰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미국영양학회지'에 발표됐다. 콜린의 소실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기억력·인지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고, 적당한 농도의 콜린은 인지능력 저하 및 알츠하이머 치매로부터 뇌를 보호한다는 연구결과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