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내성 유전자 찾는 조직검사... 바늘로 조직 채취, 기흉 등 부작용 세계 최초 개발한 유전자 검사법, 세척한 체액 분석해 변이 확인 민감도 높고 하루 만에 결과 얻어
폐암은 흔히 '어려운 암'으로 불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시 절제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폐암 환자는 돌연변이 유전자 유무에 따라 효과가 있는 항암제가 달라, 조직검사가 1회 이상 필요하다. 조직검사는 쉽지 않다. 폐를 직접 찔러 조직을 얻거나, 내시경으로 기관지에서 조직을 채취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기흉 등 부작용 우려가 있고, 검사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조직검사 없이도 폐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이 검사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국대병원 정밀의학 폐암센터 이계영 센터장을 만났다.
건국대병원 정밀의학 폐암센터 이계영 센터장은 최근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이용해, 폐암 유전자 변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이계영 센터장이 기관지페포세척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폐암은 조직검사가 왜 중요하고, 여러번 필요한가?
먼저 폐암은 CT 같은 영상검사 외에도,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또 다른 암과 달리, 진단을 받은지 1년 정도 되면 조직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 재조직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약제 내성 때문이다. 1년 정도 폐암 항암제를 쓰면 내성으로 인해 체내 유전자 변이가 생기고, 암 세포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를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 변이라고 하며, 폐암 환자 40%가량이 EGFR 돌연변이가 있다.
―조직검사는 어떻게 하나?
암이 의심되는 종괴 덩어리를 영상검사에서 확인한 뒤, 해당 부위에 직경 약 1.3㎜의 굵은 바늘을 피부에서부터 찔러 조직을 채취한다.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도 있다던데.
병변 크기가 작은 환자, 고령인 환자, 암 조직이 폐 깊숙한 곳에 있는 환자다. 전체 환자 중 20~30%가 조직검사가 어렵다. 암 크기가 작으면 바늘로 찔렀을 때 조직을 충분히 얻기 어렵다. 그런데 1년 정도 항암제를 먹은 사람들은 암 크기가 줄어든 경우가 많다. 고령이면 조직검사 시 기흉·염증 같은 부작용 위험이 크다. 암 조직이 폐 말초 깊은 곳에 있으면 내시경 진입이 어렵다.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는 어떻게?
혈액검사를할 수있다. 그러나 혈액검사는 민감도(암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정도)가 50% 정도다. EGFR 유전자 변이를 완벽하게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혈액검사만으로는 유전자 변이 환자를 10~15% 놓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유전자 변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효과 있는 표적항암제를 쓰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검사법을 개발했다.
'기관지폐포세척술-나노소포체 분석검사'다. 먼저 내시경을 통해 생리식염수를 폐 말초 부분까지 주입, 세척한다. 세척한 생리식염수는 다시 회수한다. 세척한 생리식염수인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나노소포체(체액에 있는 나노입자)를 분리해 암 유전자 DNA를 채취한다. 채취한 암세포를 분석하면 유전자 변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관지 폐포세척술 자체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이를 폐암에 새롭게 적용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무슨 장점이 있나?
재조직검사에서 바늘로 폐 조직을 떼어내는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보다 민감도가 높다. 민감도가 높으면 1차 표적항암제 치료 후 생기는 내성 유전자를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건국대병원에서는 기관지폐포세척술-나노소포체 분석 검사를 통해, 기존 조직검사로 내성 유전자 변이를 찾지 못한 환자 23명을 추가로 찾아냈다.
진단에 걸리는 기간이 확 단축됐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존 조직검사는 10~14일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검사법은 하루만에 결과가 나온다. 기관지폐포세척술-나노소포체 분석 검사의 장점과 관련해 여러 연구 논문을 쓰고 있다. 관련 논문이 오는 9월 세계폐암학회에 발표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기관지폐포세척술-나노소포체 분석검사에 대한 연구가 더 진척되면 돌연변이 유전자 검사 외에, 일반 폐암 진단 검사로도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세척액 속에 암세포 일부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 방법이 쉽고, 진단 시간이 빠른 만큼 폐암의 조기 진단이 수월해질 가능성이 높다.
―폐암 정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폐암 정복의 열쇠는 조기 진단에 있다. 위암·대장암처럼 조직 확보가 쉬운 암은 조기 진단도 쉽지만 폐암은 증상이 없다시피하고 진단도 어렵다. 절반가량이 확진받을 때 이미 4기인 상황이다. 기관지폐포세척술-나노소포체 분석 검사 연구가 더욱 진척되면 많은 사람들이 조기 진단 혜택을 볼 것이다. 현재 해당 연구법은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것이며, 한국에서는 건국대병원 정밀의학 폐암센터에서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