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 있는 결실…췌장암 환자 삶의 질 점차 개선되고 있죠"

입력 2018.05.28 07:00

인터뷰 췌장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박준오 교수

박준오 교수, 인터뷰 사진
삼성서울병원 박준오 교수가 췌장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많은 암이 불치병의 영역에서 만성질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반면, 여전히 그 경계에 있는 암이 있다. 바로 췌장암이다. 여간해선 발견하기 어렵고, 발견한다고 해도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를 밑돈다. 그러나 췌장암 분야에서도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몇몇 항암제가 개발되며 과거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이 두 배로 늘었고, 전이성 췌장암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도 새로 생겼다.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을 한 발씩 내딛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준오 교수(항암요법연구회 간담췌분과 위원장)를 만나 췌장암 치료의 현주소를 물었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유가 뭔가.
“일반적으로 암의 완치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위암·유방암·자궁경부암 같은 암은 조기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다르다. 조기진단이 매우 힘들다. 췌장이라는 장기 자체가 ‘후복막’이라는 몸 깊숙한 곳에 있다. 초음파 검사로 관찰하기 어렵다. CT 촬영으로 발견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이 췌장암 여부를 알기 위해 받기에는 비용-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운 좋게 1기에 발견하더라도 (5년)생존율이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췌장암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다. 조직학적으로 종양 주변의 미세환경이 항암제가 작용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에서 췌장암은 ‘고위험군’조차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췌장암 위험이 높은 사람이 있나.
“사실상 없다. 당뇨병이 오래되면 췌장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에 의해 당뇨병이 생기기도 한다. 흡연과의 연관성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의 발병 비율은 남성이 높은데, 흡연 등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췌장암이 발견됐을 때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면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하던데.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에 수술이 가능한 사람은 20~30%에 그친다. 수술이 가능 하려면 전이가 없어야 하고 췌장을 둘러싼 장(腸)·간(肝) 주위의 주요 혈관들을 자르고 이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장간막동맥이 종양과 가까이 위치할 경우 절제가 불가능하다.”

-췌장암은 표적치료제 역시 다른 암에 비해 굉장히 적다. 같은 이유인가.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이 ‘K-RAS’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K-RAS의 유전자의 특성 때문이다. 이 유전자가 생산해내는 물질이 단단히 결합돼 있는 형태다. 여기에 다른 성분(항암제 약물)이 결합하기 어렵다. 또한 단백질이 세포막 내부에 존재한다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 일부 표적항암제처럼 세포막 외부의 단백질을 표적으로 할 수도 없다.”

-면역항암제는 어떤가. 폐암 등 다른 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췌장암은 면역항암제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항암제가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췌장암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2개월 정도다. 그나마 최근 10~20년 내에 몇몇 항암제가 개발된 덕분이다. 1990년대 초 ‘젬시타빈’이라는 항암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췌장암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4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젬시타빈이 개발되면서 6~7개월로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엔 젬시타빈과 나노 기술을 사용한 ‘파클리탁셀’을 함께 사용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밖에도 기존 소화기 암에 사용되던 ‘5FU’·‘옥살리플라틴’·‘이리노테칸’ 등을 젬시타빈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쓰인다. 아직 환자들의 기대보다는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20년 전에 비해선 2배 이상 향상됐다.”

-젬시타빈 치료에 실패, 재발·전이된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치료로 쓸 수 있는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LV/5FU’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직접 진행했는데, 결과는 어떠했나.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LV/5FU는 나노 기술을 사용해 항암 효과를 향상시킨 2차 치료제다. 이전에는 젬시타빈 요법에 실패한 환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없었다. 임상시험에서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LV/5FU 사용시 췌장암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생존율이 모두 증가했다. 아직은 보험급여가 안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사용할 수는 없지만, 생존기간이 14개월까지 늘어나는 등 결과가 좋아 정부에서도 급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전이성 췌장암과 관련해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가 있나.
“췌장암 치료의 난제인 암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을 차단하는 신약들이 연구되고 있다. 많은 제약사에서 암세포 주변 미세환경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제가 완성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항암치료의 목적은 완치가 아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생존 기간뿐 아니라 삶의 질도 훨씬 나아지므로 본인의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일부 환자들은 전문 의료진의 치료를 받기보다는 시중에 떠도는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지체하곤 한다. 이게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가급적 전문 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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