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시작' 엄지발가락 홀대하는 현대인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⑭

좁은 신발 유행, 무지외반증 늘어
보행 불균형 유발해 척추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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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건우병원 병원장
인간이 문명을 이룰 수 있던 결정적 이유는 직립보행 때문이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고, 때문에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직립보행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엄지발가락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직립보행을 하지 않았던 원시인류는 엄지발가락이 매우 크고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잡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직립보행 원시인류로 꼽히는 '루시'의 경우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평행을 이루며 전방을 향해있다. 엄지발가락은 인간다운 삶에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이처럼 엄지발가락은 매우 중요한 부위이나, 눈에서 멀기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엄지발가락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위협은 무지외반증이다. 과거 무지외반증은 유전에 따른 선천적 요인 환자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하이힐이나 뾰족 구두처럼 볼이 좁은 신발이 유행하면서 후천적 요인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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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이 휘면 발목·무릎·허리에 무리가 간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무지외반증 위험한 이유는 치명적으로 보행의 불균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정상인은 보행 시 엄지발가락에 체중의 약 60%가 실린다. 그러나 무지외반증 환자는 엄지발가락이 휘어져 있어서 그 반대로 발의 중지나 약지에 몸무게가 쏠려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무지외반증이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에 체중을 싣지 않고 걷게 돼 필연적으로 발목·무릎·허리에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발생, 관절·척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여성 무릎 관절염 환자 중 상당수가 무지외반증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이처럼 우리가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엄지발가락 변형만으로 우리는 다양한 관절·척추 합병증에 노출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경각심과 치료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의 휜 각도가 20도 이하일 경우 엄지발가락이 더 이상 변형되지 않고, 통증이 완화되도록 보조 기구를 사용하고 신발을 비롯한 생활습관에 변화를 준다. 그러나 엄지발가락이 20도 이상 휜 환자는 수술을 통해 변형을 교정해야 한다. 고식적인 수술은 돌출된 뼈만 깍고 봉합한 탓에 수술 후 통증이 심하다. 긴 입원 기간 탓에 환자 부담이 크다. 그러나 최신 시행되는 교정절골술은 뼈를 깎지 않고 돌출된 뼈에 실금을 내어 일자로 정렬을 맞춘다. 이 때 통증 완화를 위한 복합약물 주사를 투여한다. 환자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술 후 통증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통증이 덜하게 되면서 양측 무지외반증 수술도 가능해졌다.

흔히 우리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도(正道)에 어긋난 욕심 혹은 뼈대가 없는 계획이 아닌가 확인하라는 의미다. 삶을 위한 기본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당신의 엄지발가락이 괜찮은지 확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