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끝내 백기를 들었다. 글로벌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미약품은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3세대 폐암 신약이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쓸 치료제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쓰인다. 2016년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27번째 국산 신약이었다.
특히 앞선 국산 신약과는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임상 1~2상 때부터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직접 비교됐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잠재력에 주목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8000억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어 중국 제약사인 자이랩과도 중국 전역에 대한 독점적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이 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한미약품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3세대 폐암 신약 개발에 있어 경쟁약인 타그리소에 밀린다는 판단에 개발을 중단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에 한미약품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맡았다. 아직 중국 시장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올 초 중국의 제약기업 자이랩과의 기술수출 계약까지 파기되며 사실상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이 물거품이 됐다. 결국 한미약품은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개발 중단, 이번이 처음 아니다
기술수출 신약의 시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는 종근당이 미국계 제약사 자프겐에 수출했던 비만치료제 ‘벨로라닙’의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 있다. 2009년 종근당으로부터 기술을 사들인 자프겐 측이 ▲프래더윌리증후군 ▲시상하부 손상으로 인한 비만 ▲고도비만 등 3가지 치료제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프래더윌리증후군 임상시험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다. 이후 나머지 두 질환의 치료제로 연구를 지속했지만 끝내 마무리되지 못했다.
2010년에는 길리어드가 LG생명과학으로부터 사들인 간질환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중단되기도 했다. LG생명과학은 2007년 신규 간질환 치료제로 카스파제(Caspase) 저해제 관련 기술을 길리어드에 수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길리어드가 C형 간염 및 비알코올성지방간을 적응증으로 진행하던 임상시험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고, 끝내 임상시험은 중단됐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부광약품이 미국계 제약사 파마셋에 넘긴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의 임상3상 시험도 중단됐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근육병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올리타 실패, 확대해석 말아야”
한미약품이 밝힌 대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중단’은 결코 드물지 않은 일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후보물질 중에서 임상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정식 승인받는 품목의 비율은 9.6%에 그친다. 임상 1상과 2상의 성공률은 각각 63.2%, 30.7%다. 올리타의 사례처럼 3상에서 중도 하차하는 확률도 41.9%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올리타 사례처럼 임상시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베링거인겔하임이 발을 뺀 것처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된 것이 문제가 된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다른 약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다. 올리타와 마찬가지로 3세대 폐암 신약이면서 타그리소와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YH25448의 임상 2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올리타의 임상이 중단되긴 했지만, 한미약품이 보유한 다른 질환 치료제에 대한 기대도 아직은 크다.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퀀텀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글로벌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지난해 말 글로벌 임상3상 진입과 미국 FDA 허가신청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건으로 놓고 보면 아쉬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제약업계 전체가 위축돼선 안 된다”며 “지난 10여 년간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역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