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가정용 유방암 유전자 검사’​ 승인…국내선 ‘요원’

입력 2018.04.10 18:06

유전자검사 키트
미국 FDA는 최근 유방암,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에 대한 가정용 유전자 검사를 승인했다. 사진은 미국의 유전자검사 업체 ‘23andMe’의 가정용 유전자 검사 키트./사진=23andMe 홈페이지

유전자는 인간의 설계도다. 사람마다 다른 외모와 체질은 물론 어떤 질병에 걸릴지도 유전자가 관여한다. 일례로, BRCA라 불리는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난소암 같은 여성암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72%로 높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에게 이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예방의 목적으로 유방을 절제한 바 있다.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집에서도 편하게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andMe’라는 업체의 유방암 유전자 DCT 검사를 최근 승인했다. DCT란, ‘Direct to Consumer’의 약자로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검사기관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유전자 검사 키트를 주문한 뒤, 튜브에 타액(침)을 뱉어 다시 연구실로 보내면 된다. 타액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는 6~8주가 걸린다. 분석 결과는 온라인으로 확인한다. 비용은 199달러(약 21만원)다. 기존 BRCA 유전자 검사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FDA에 따르면 이 검사로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 여부를 알 수 있다. BRCA1, BRCA2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난소암·전립선암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유방암 발생률은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72%,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69%로 높다. 난소암은 BRCA1이 44%, BRCA2가 17%로 조사됐다.

아직 23andMe의 유전자 검사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FDA는 1000개 이상의 BRCA 유전자 변이 중 3가지만을 확인하는 검사로, 결과가 음성이라도 유방암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23andMe가 검사하는 3가지 BRCA 유전자 변이는 동유럽계와 유대인 후손에서 흔히 나타난다. 다른 인종에서는 0.1% 이하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승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23andMe의 질병 위험도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Personal Genome Service Genetic Health Risk)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미 23andMe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난치성 질환과 셀리악병, 1형 고셔병, 유전성 혈전증 같은 희귀유전질환 등 10개 질환에 대한 DTC 서비스의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이밖에도 다양한 업체가 만성질환, 치매, 파킨슨병, 유전성 질병, 비만도, 니코틴 의존도, 약물의 대사속도 및 부작용 등 질병·건강과 관련한 100여개 항목에서 D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FDA 역시 DTC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FDA는 지난해 11월 관련 규제를 ‘제품별 심사’에서 ‘업체별 심사’로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한국에서는 12개 항목의 제한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기술력은 선진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문제는 규제다. 정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혈압 ▲혈당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수치 ▲카페인 대사 ▲비타민C농도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탈모 ▲모발 굵기만을 DTC 서비스가 가능한 분야로 인정하고 있다.

한 유전자 검사 업체 관계자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공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며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등 소비자가 정말 궁금해할만한 정보를 직접 제공할 수 있지만, 규제 때문에 12개 항목의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질병과 관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