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원칙 지키는 진료로 척추·관절 병원 신뢰 높일 것"

성상철 분당척병원 명예원장

건보공단 퇴임 후 분당척병원에 새 둥지, 이사장직 뒤로 하고 다시 환자 곁으로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병원 만들고 싶어" 척추·관절 병원에 바른 진료문화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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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장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성상철 명예원장은 삶의 가치로 삼아온 ‘소신’과 ‘원칙’을 중소 병원에 전하기 위해 최근 분당척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상철 원장은 “신뢰받는 척추·관절 병원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환자를 부모, 형제처럼 생각해주면 좋겠네. 그러면 치료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네."

서울대병원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임 등 의료계 원로(元老)인 성상철(70) 분당척병원 명예원장은 후배 의사들을 볼 때마다 이 말을 잊지 않았다. 성상철 원장의 진심 어린 당부는 혼란스런 국내 척추·관절 치료 행태와 연관이 있다. 2017년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척추 치료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로 과장광고(66.9%)와 지나친 치료 강요(55.2%)가 지적됐다. 그래서 국민 10명 중 2명은 척추·관절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 원장은 지난해말 건보공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계에 공헌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평소 후배 의사들에게 당부했던 말처럼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진료'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성상철 원장은 "다시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 소신과 원칙대로 환자를 치료하는 진짜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상철 원장은 올해 2월 '분당척병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삶에 새겨진 소신과 원칙

성 원장의 분당척병원행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건보공단 퇴임 후 정치권과 학계가 아닌 지역 중소병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성상철 원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병원에서도 일을 해봤고, 병원협회와 건보공단 등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해 나름의 역할도 해왔다"며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가까운 지역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분당척병원을 좋은 중소병원의 이정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형식적인 진료만 보거나 불필요한 고비용 검사나 수술을 권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 환자를 생각하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 원장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소신'과 '원칙'을 병원 진료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 원장은 삶의 결정적 순간마다 소신과 원칙을 따르며 모범을 보였다. 건보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17년간 논의만 이뤄지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충분한 소득이 있음에도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이 떨어졌다. 성 원장은 줄곧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개편안 속도가 늦어지자 성 원장은 "(당정이)표심을 의식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내놓길 꺼리면 안된다"고 소신 발언해 이슈가 됐다. 제약 리베이트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에는 병원협회장을 맡고 있던 성 원장이 '불합리한 관행 근절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식'을 통해 리베이트 근절을 국민 앞에 선언하기도 했다. 성 원장은 삶 그 자체로 후배 의사들에게 교편(敎鞭)이 됐다.

◇아버지께 배운 의사가 가야 할 길

성 원장이 소신과 원칙을 중시했던 것은, 성 원장이 인생의 멘토로 꼽는 아버지 성수현 박사와 장인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영향이 컸다. 경성제국대학 의예과에 입학할 정도로 '수재'였던 성수현 박사는 일찍이 집안의 가장이 되면서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돌아와야 했다. 성수현 박사는 고향에서 55년간 지역 환자를 돌봤다. 성상철 원장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왕진가방(의사가 약재나 기구를 담던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던 모습이다. 당시 경남 거창은 덕유산과 지리산, 가야산에 둘러싸여 전국 오지(奧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성수현 박사는 환자 왕진을 마다하지 않았다. 왕진을 갔다가 환자의 생활고가 극심하면 몰래 쌀을 두고 오기도 했다. 성상철 원장은 "선친께선 항상 병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성 원장의 또 다른 인생 멘토인 장인 신현확 전 국무총리는 1975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아 대한민국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이다. 성 원장은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위해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건강보험사례를 찾고, 관련 서적을 구해 공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가난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부단히 노력하시던 모습이 나에겐 큰 가르침이 됐다"고 말했다. 그때 도입된 의료보험 제도는 오늘날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기틀이 됐다. 성 원장은 "선친은 진료 현장의 봉사를 통해 인생의 스승 역할을 하셨고, 장인은 보건의료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 의료인으로서 사명감과 역할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뢰받는 병원 모델 만들 것

성상철 원장은 고비용 수술이나 검사가 쉬운 척추·관절 진료 분야는 다른 진료보다 더 소신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중소병원은 대형병원보다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과잉진료의 유혹이 거세다. 그러나 성 원장은 "분당척병원은 우수한 실력뿐 아니라 환자를 중심 가치로 두고 병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신과 원칙을 알릴 수 있는 좋은 토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삶의 가치로 삼았던 소신과 원칙 그리고 환자 중심의 진료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성 원장은 "환자 중심 진료를 통해 분당척병원이 모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다른 병원들이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며 "환자의 신뢰를 받는 병원, 따뜻함이 담긴 의료를 나누는 병원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