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병원… 정밀의료·인공지능 기술 등 전폭적 지원"

[헬스 톡톡] 이기형 고려대의료원장

병상 수 확대와 같은 규모의 경쟁이 아닌,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서 고속 성장을 하는 대학병원이 있다. 바로 고려대의료원이다. 낮은 수가 등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지난 10년간(2008~ 2017년) 매출 규모가 130%나 성장했다.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 기술의 산업화 등 다각도로 힘을 쏟은 결과다. 앞으로 2년 여간 고려대의료원을 이끌어나갈 이기형 의료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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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이기형 원장은 “앞으로 진료 뿐만 아니라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려대의료원이 지난 10년간 급성장한 비결은?

"고려대의료원은 고려대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소위 '빅4' 안에 들지 못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고려대의료원 구성원 모두가 고려대인으로서 자존심을 갖고 제자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병상 수 등으로 다른 병원과 경쟁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의 흐름을 빨리 읽고, 의료 기술·신약 물질 개발 등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통해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의료원장은 2년 임기이지만, 역대 의료원장들이 큰 비전을 갖고 리더십을 이어온 것도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수년 전부터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국내 인재들이 다 의과대학으로 온다. 보건의료산업을 발전시켜 부(富)를 창출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이다. 대학병원이라면 진료는 어느 정도 평준화돼 있다. 연구 쪽에 힘을 써야 차별화할 수 있다. 또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의료기술이나 신약 개발까지 이어져야 종국에는 환자 치유까지 할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정부에서 지정한 국내 10곳의 연구중심병원 중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2곳이 지정돼 있다. 병원 내 인력의 상당수가 진료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첨단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중심병원은 3년마다 재지정을 받는데, 2016년 재지정 평가에서 안암병원이 1등, 구로병원이 4등을 했다. 그만큼 병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고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구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는 있나?

"고려대의료원은 의료계 최초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세우고 현재까지 총 9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는 '뉴라클사이언스'는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의료기술지주회사는 뉴라클사이언스에 설립 시 초기 투자한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다시 고대의대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기술개발과 창업이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에는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이경미 교수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 배양 및 치료 원천 기술을 이전했다. 적은 양의 혈액을 이용해 수천억개의 항암 능력을 지닌 NK세포를 제조하는 방법으로, 그동안 복잡한 공정과 높은 생산비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간단한 공정 과정을 개발해 기존 대비 NK세포 치료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의사에게 적절한 항생제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정확한 항생제 처방과 오남용 방지를 목적으로 SK㈜ C&C와 '에이브릴 항생제 추천 어드바이저'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는 감염병과 항생제 관련 국내외 논문 및 가이드라인, 약품 정보와 보험정보 등 방대한 양의 의료문헌과 고대의료원의 치료 케이스, 노하우 등을 학습해 환자 증상에 따른 항생제 추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현재 1단계 사업이 완료됐고, 2단계 사업을 착수했다."

―정밀의료 사업도 선도하고 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환자의 유전체, 임상정보, 생활 습관 등을 분석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예방, 진단,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으로 정부는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정밀의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6월 약 769억원 규모의 정밀의료사업을 수주했다.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임기 동안 의료원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은?

"이전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 내가 고대안암병원장일 때 정밀의료사업단 선정이 됐고, 안암병원 앞 부지에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립 등이 결정됐다. 이런 사업들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의료수준을 높여 중증 질환 치료에도 힘을 쓰고, 미래 의료를 선도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 병원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