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시설 기준 강화 발표에 병원계 반발하는 까닭

정부가 입원실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병원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입원실 면적을 확대하고 병상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신·증축 병의원은 입원실 당 최대 4개의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 요양병원의 경우 입원실 당 최대 6개 병상까지 허용한다. 병실면적 기준은 1인실의 경우 기존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넓어졌다. 그러나 세종병원 참사 이후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을 신·증축 병의원뿐 아니라 기존 병의원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세종병원 사건의 발단은 화재였지만, 환자 1인당 4.3㎡도 안 되는 입원실 환경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발생한 세종병원 잠사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입원실 시설 기준을 기존 병원 전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기존 입원실에 일괄 확대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대부분 건물 자체가 오래됐는데, 그 안에서도 최대한 병상 간격을 넓게 조절해놓은 상태”라며 “획일화된 기준에 다시 맞추려면 침상을 빼는 것 뿐만 아니라, 병원 건물 구조 자체를 다 바꿔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손실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새 입원실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병상의 20~30%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입원 수가가 낮은 상태에서 환자가 줄어들고, 또 새로운 기준에 맞추다보면 병원급 입원실 기준인 30병상에 미달돼 의원급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적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병원이 상생할 수 있는 비용 보전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병원장은 “안전을 위한 입원실 시설 개선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설 개선에 있어 어떠한 지원체계도 없이 병원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병원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며 “무조건 통보가 아니라 관계자들의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