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 게르마늄 팔찌? 의학적 근거 없다

입력 2018.02.08 09:08

[게르마늄 팔찌 효능 점검]

효능 주장 근거는 모두 '비과학적'
음이온 안 나오고, 흡수 확인 불가… 건강 효과도 임상으로 증명 안 돼
게르마늄이 몸에 흡수돼도 문제, 보조제 섭취 해롭다는 근거 많아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옥 장판'이 전국 안방에 깔렸던 시절이 있었고, '은 나노' 물질이 열풍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상한' 건강 제품도 유행을 탈 순 있지만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게르마늄 팔찌의 '수명'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게르마늄 팔찌를 검색하면 통증이 줄고, 운동 능력이 향상되며,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 없어진다는 설명이 나온다. 게르마늄 원석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면역력을 키우고, 암을 예방하며, 혈압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높인다고도 한다. 일부 소비자는 실제 효능을 경험(주로 통증 쪽에서)했다고 확신한다.

◇과학적 근거 부족한 연구 논문

본지가 취재한 의학·과학계 전문가 10여 명은 게르마늄 팔찌의 효능이 의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일부가 봤다는 효능은 '플라세보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효능을 주장하는 쪽에선 몇몇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SJ 무어 박사가 17년 전 발표한 논문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오히려 음이온의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젖소에게 음이온 소금이 들어간 사료(飼料)를 먹였을 때의 효과를 실험한 연구다.

통증 개선 등 게르마늄의 알려진 효과는 모두 근거가 없다. 게르마늄에서 음이온은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통증 개선 등 게르마늄의 알려진 효과는 모두 근거가 없다. 게르마늄에서 음이온은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근에는 한 국제학술지에 게르마늄 팔찌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지만 논문의 기본적인 조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건강 솔루션'이라는 제목의 5쪽짜리 이 짧은 논문은 피험자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실험을 진행했다는 설명 없이, 특정 회사의 게르마늄 팔찌를 사용했더니 일주일 만에 골관절염·통증·백혈병·백내장·간 기능 장애가 신속하고 극적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논문이라기보다는 광고에 가까운데, 이것이 게르마늄 팔찌의 '과학적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자연 상태의 게르마늄에서 음이온 발생 쉽지 않아

게르마늄 팔찌는 음이온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연 상태의 게르마늄에서는 음이온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발생한다고 해도 몸속으로 전달되지 않고, 설령 전달되더라도 이로운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음이온은 안정적인 상태의 원자가 외부의 힘으로 깨지면서 생긴다"며 "탄소·규소(실리콘)와 함께 탄소 계열 원자인 게르마늄은 자연 상태에서 매우 안정적이어서 번개와 맞먹는 초고압 전기가 가해지지 않는 한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음이온이 몸에 이로운 것도 아니다"며 "황산·질산·염소 등의 원자는 게르마늄보다 잘 깨지지만 음이온화(化)됐을 때 오히려 몸에 해롭다"고 말했다.

◇美 FDA, "게르마늄 섭취 유해" 공식 발표

게르마늄을 복용하면 어떨까? 실제 1990년대 중후반 게르마늄이 암을 치료한다는 소문을 타고 많은 환자가 물에 용해된 게르마늄을 복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복용자의 신장·간 등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사망자까지 있었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관련 연구를 진행해 '잠재적으로 인체 건강에 유해하다'고 1997년 공식 발표했다.

음이온 자체가 건강에 효과가 있는지는 또 다른 논란이다.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 교수는 "음이온이 통증전달물질 분비를 줄인다는 주장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의사 대부분이 통증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음이온이 혈액 내의 전자 농도를 높여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노화를 방지한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음이온을 아무리 보충해도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동능력 향상도 마찬가지다. 건국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김진구 교수는 "게르마늄 팔찌가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결국, 게르마늄 팔찌를 착용한다고 해서 해(害)가 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득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에는 '토르마린 팔찌' '티타늄 팔찌' 등 새로운 건강 팔찌도 등장했다. 게르마늄 원석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광물이지만, 판매업자들이 주장하는 효능과 원리는 게르마늄 팔찌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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