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사태 후 2년간 논의 5차례 개선안 수정
외과계와 병원계간 '단기 입원'두고 입장 차
대한의사협회, 의료전달체계 개선 합의에 총력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논의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2년에 걸쳐 논의를 이어왔지만, 지난 18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채택은 불발됐다. 권고문 채택 불발은 의료계 내 합의안 도출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총 5번의 수정을 거쳤으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단기 입원 가능 문제를 두고 외과계와 병원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개선안 합의는 무산이 됐다.
초기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보니 수술과 입원이 필요한 외과계가 반발했다. 총 5차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수정해 1차 의료기관 기능에 단기 입원과 경증환자 수술 허용 등을 반영했다. 그러자 병원계가 반발했다. 병원계는 1차 의료기관에서 단기 입원을 하면 새롭게 만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료계 내에서 '단기 입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권고문 합의가 결렬됐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개선안 중재안을 만들어 의료계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입장이지만, 외과계와 병원계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의료계 내에선 '졸속추진'이란 반발도 있어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합의까지는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왜 의료전달체계를 바꾸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의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고, 병원은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구조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로 간 환자는 질환 정도가 나아져도 다시 병원이나 의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충분히 병원이나 의원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지만 회송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상급종합병원과 의원이 서로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구조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매년 붕괴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진료비 비중은 2005년 71%에서 2016년 58.4%로 줄었다. 반면 같은기간 병원급 의료기관은 29%에서 41.6%로 늘었다. 점차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 환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단일 만성질환자 85%가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한다. 충분히 동네 의원에서 관리가 됨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보험재정 악화와 함께 환자 본인 부담도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현 의료전달체계는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의원급 의료기관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5차례 수정해 5개 유형으로 세분화
현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고치고자 정부와 의료계는 2015년부터 의료전달체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까지 5차례 수정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차 의료기관 기능을 세분화했다. 외래진료뿐 아니라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입원과 수술도 가능토록 했다. 기능은 총 5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번째 유형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참여하지 않는 의원을 뜻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두번째 유형부터다. 두번째 유형은 수술실과 병상이 없는 외래전문의원이다. 경증외래환자를 돌보며 전문과목별로 수가 가산을 받는다. 세번째 유형은 수술실은 있으나 병상이 없는 의원이다. 두번째 유형과 마찬가지로 기능정립에 따른 수가가산을 받는다.
네번째 유형은 입원 병상만 두는 의원이다. 외래와 입원 진료를 본다. 기능정립 가산과 입원,병원급 종별 가산을 지원 받는다. 다섯번째는 수술실과 소규모 병상을 두는 의원이다. 외과계에서 요구했지만 병원계가 반대하는 사안이다. 외래와 입원 그리고 수술도 가능한 의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이 채택되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환자를 보면 수가가 가산되고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줄어든다. 병상을 운영하는 의원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참여에 따른 수가가산과 입원가산으로 진료 수입이 증가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합의 동분서주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이 나왔지만 의료계 내 합의는 실패했다. 결국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채택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과 관련 "동네의원을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는 해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의원급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을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31일안에 외과계와 병원협회를 만나 개선안 중재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외과계와 병원계를 각각 만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단기 입원 문제에 대해 절충안을 이끌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과 관련 명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따른 의원유형 비교표와 의료계 의견이 반영된 결과, 추진경과 등에 대한 자료를 반상회 자료로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