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T·MRI 장비 판매 1위인 독일계 의료기기 업체 지멘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멘스 측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공정위는 17일 CT·MRI 등 영상의료기기의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 경쟁업체들을 몰아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지멘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2억원은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멘스는 AS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중소 서비스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을 차별 대우하는 방식으로 자신들과의 거래를 유도했다.
지멘스의 CT·MRI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선 장비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열 수 있는 일종의 비밀번호인 ‘서비스키’가 필요하다. 지멘스는 자기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병원의 경우 신청 당일 무상으로 서비스키를 발급하는 반면, 다른 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유상으로 서비스키를 판매하면서도 최대 25일씩 늑장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장비의 안전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와 함께 지멘스가 아닌 다른 업체를 이용할 경우 안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겨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병원을 압박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결국 이로 인해 경쟁업체 4곳 중 2곳이 사업을 접어야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제조사인 지멘스의 의무임에도 다른 서비스업체를 이용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속였다”고 말했다.
◇ “공정위 결정 지적재산권 침해…행정소송”
공정위의 처분에 지멘스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멘스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 처분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공정거래법을 잘못 적용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심의 결정에 대한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대로 내용을 검토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업체 측은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의 주된 상품인 CT와 MRI 판매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도기업들과 치열한 가격과 혁신 경쟁을 하고 있어 고객들이 다양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멘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일반 상관례에 어긋나게 중소 유지보수 업체를 차별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하라고 명령한 점에 대해 헌법상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도 강조했다.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공정위 역시 공정거래법에 기초한 심사지침을 제정해 지재권자에게 라이선스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어 이번 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