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기침·가래약을 12세 미만 소아에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1일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치료제 28개 제품의 주의사항을 변경했다. ‘12세 미만 소아 사용’이라는 문구 대신 ‘12세 미만에서는 투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구가 새로 적혔다. 부작용으로 중증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이유다. 식약처는 그 근거로 일본 후생노동성,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치사항을 들었다.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은 소아의 기침·가래에 매우 흔히 쓰인다. 2016년 한 해만 692억원 어치가 생산됐을 정도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삭감되더라도 필요하면 처방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식약처 고시와 무관하게 전문가 입장에서는 안전한 약이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필요하면 사용하라고 독려할 예정”이라며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소청과 의사들이 이같이 반발하는 이유는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사용과 호흡곤란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고 ▲문제의 호흡곤란 사례가 국내에서는 극히 드물며 ▲식약처가 미국·일본의 조치를 확대해석했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황대환 총무이사는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보고된 호흡곤란 이상사례는 단 3건”이라며 “연간 처방실적이 수백만 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사례는 1000만~1억 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FDA에 따르면 1969년부터 2015년까지 46년간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의약품을 복용한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가운데 호흡곤란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64건에 그친다.
황 총무이사는 “더구나 이 성분과 호흡곤란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원래 하던 기침 때문에 호흡곤란이 온 것인지, 약을 먹고 호흡곤란이 온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하고 스티븐존슨증후군(SJS)이 발생하더라도 규제 당국은 이 진통제를 금지하지 않는데, 이유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확률로 따지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후 스티븐존슨증후군 발생보다도 낮거나 비슷한데, 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디히드로코데인 성분만 금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도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 FDA의 경우 같은 성분이 3배로 높게 들어간 진통제 하나만을 금지했을 뿐, 소아에게서 기침·가래 약의 처방을 금지하진 않았다”며 “식약처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금지를 강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