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시장이 새로운 형태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MSD의 ‘키트루다’ 대 오노약품공업과 BMS의 ‘옵디보’가 개인 단식(單式)전을 펼쳤다면, 올해는 로슈의 ‘티쎈트릭’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가 가세해 4파전의 복식(複式)전을 펼칠 전망이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의 허가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했다. 임핀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기대를 걸고 있는 면역항암제로, 이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연말 안에 허가가 예상된다. 임핀지가 허가될 경우 국내에선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에 이어 네 번째 면역항암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네 항암제 모두 주요 공략 시장은 비소세포폐암이다. 그러나 비소세포폐암에서의 성적표는 저마다 차이가 있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을 포인트로 삼아 국내에서 1차 치료제 지위를 획득했다. 옵디보는 1차 치료제 등록에 실패한 대신 신세포암·방광암·두경부암·호지킨 림프종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티쎈트릭은 방광암의 일종인 전이성 요로상피암과 비소세포폐암에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최근 유방암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면역항암제가 상용화되면서 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더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제약사들은 병용요법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마다 파트너로 쓰는 항암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병용요법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린 쪽은 오노약품공업과 BMS다. CTLA-4 저해제 계열인 ‘여보이’와 ‘옵디보’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올 상반기 발표될 예정이다. 로슈는 ‘티쎈트릭’에 자사의 항암제 ‘아바스틴’을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연구결과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키트루다는 BMS의 여보이를 섞는 방법으로 임상시험을 최근 개시했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다. 일단 병용할 의약품으로 면역관문억제제인 ‘트레멜리무맙’을 선정했다. 그러난 지난해 7월 공개된 임핀지-트레멜리무맙의 임상3상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두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병용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기존 백금 기반 표준항암화학요법과 별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임핀지 단독요법 역시 PFS 목표값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 달 뒤 방사선치료를 동반한 백금 기반 표준항암화학요법 이후 질환이 진행되지 않았으나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성(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순차 치료옵션으로 임핀지를 투여한 결과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는 증명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효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연구 결과는 올 상반기 공개된다. 만약 여기서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비소세포폐암 시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도전은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된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전성이다. 이는 임핀지를 포함해 다른 면역항암제에도 해당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끼리의 병용요법은 반응률을 현저히 향상시키겠지만, 면역 과잉으로 인해 전신 감염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