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시즌 건강

가려움은 보통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더 자주 느낀다.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66%가 피부 가려움을 느낀다. 나이 들수록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겨울은 봄·여름·가을에 비해 대기가 건조하다. 이로 인해 몸 곳곳이 더 자주 가렵다.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대부분의 가려움은 외부 물질과 마찰에 의해 피부 신경돌기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옷을 비롯한 외부 물질과 가볍게 마찰하면 아주 작은 전기 스파크가 생긴다. 여기에 신경이 자극을 받아 뇌에 전달하면 뇌가 이를 가려움으로 해석한다. 문제는 피부가 건조할수록 전기 스파크가 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피부의 가장 바깥쪽인 각질층에는 지질로 구성된 일종의 기름막이 있어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지질은 세라마이드·콜레스테롤·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세 성분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보호막이 약해진다. 나이 들면 불균형이 심해지고, 이 기름막이 빨리 사라진다. 젊었을 때보다 혈액순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혈액은 피부세포에 수분과 함께 지질의 재료가 되는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보호막이 약해진다. 또한 겨울철에는 공기가 차가워져 피부의 지방샘이 위축되고, 수분을 적게 머금는다. 수분 보호막이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때 무턱대고 긁으면 그나마 있는 보호막마저 떨어져나간다. 게다가 가려움을 느끼는 세포가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가려움을 매개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 히스타민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전보다 더 작은 반응에도 쉽게 가려워지는 것이다.
2. 피부질환과 가려움증
긁어도 시원하지 않고 같은 부위가 계속 가렵다면? 접촉성피부염이나 습진, 아토피, 건선 같은 피부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런 피부질환에 의한 가려움은 피부가 건조해지는 겨울철에 더 심해진다.
접촉성피부염
말 그대로 외부 물질과 접촉해 생기는 피부염이다. 일반적인 가려움과 달리 접촉 물질에 자극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려움과 함께 붉고 동그란 점(홍반)이 생기거나 피부염 부위가 부어오른다. 두드러기나 여드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은 비누와 세제다. 주부 습진은 대표적인 접촉성피부염 증상이다. 일부 금속, 화장품, 식물, 고무, 합성수지, 방부제 등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원인 물 질에 닿지 않게 하면서 항히스타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건선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은 피부 건조에 의해 악화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면역 체계의 혼란 때문에 발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부 건조 외에 스트레스, 공해, 음식, 감염 등이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킨다. 특히 바이러스·세균에 감염돼 면역력이 떨어져도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겨울철 감기나 독감 같은 감염성 질환에 의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습진
습진 중에서도 건성습진은 피부가 건조해져서 생기는 습진이다. 가려움증이 각질과 함께 나타난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각질층에 수분 함량이 적어져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생긴다. 건성습진은 특히 팔과 다리에 잘 생기는데, 이때 긁거나 자극을 주면 피부가 많이 손상돼 더 나빠진다. 잘못된 목욕습관도 건성습진을 유발한다. 욕조에서 몸을 불린 후 때수건으로 피부를 밀거나, 사우나를 자주 하면 각질층이 손상된다. 각질층이 손상되면 수분 증발을 막지 못하게 되고, 결국 건성습진으로 이어진다.

3. 전신질환과 가려움증
가려움증이 단순한 피부 건조나 피부질환이 아닌 전신(全身)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보습제나 피부질환치료제를 발라도 가려움증이 계속된다면 빈혈, 당뇨병, 신장질환, 갑상선 기능 이상 등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전신질환에 의한 가려움증은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사라진다.
빈혈
몸속에 철이 부족하면 가려움증이 생긴다. 철은 우리 몸이 가려움을 느끼게 하는 신경의 구성 성분이다. 철이 부족하면 작은 자극에도 신경이 쉽게 반응해 가려움증이 생긴다. 철이 부족한 대표적인 질환이 빈혈이다. 빈혈은 가려움증과 함께 어지럽거나 피부가 창백해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당뇨병
당뇨병이 있으면 신경이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과민해진다. 이로 인해 쉽게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당뇨병은 초기에 증상이 없다가 혈당이 올라갈수록 갈증이 심해져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도 초기 증상 중 하나다.
신장질환
신장(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인다. 이로 인해 피부에 쉽게 자극을 받는다. 온몸이 가려우면서 무기력하고 다리가 쉽게 붓는다면 신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장기간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의 경우 혈액투석을 할 때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질환이다. 이때 혈류량도 동시에 늘어난다. 이로 인해 피부 표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쉽게 가려움을 느낀다. 피곤하고, 식욕이 왕성하지만 살이 찌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지고, 잠을 못 자는 증상이 동반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하는 게 좋다.
혈액암(호츠킨병)
드물게 혈액암이 원인일 수도 있다. 혈액 속에는 히스타민 등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이 많다. 혈액암의 일종인 호츠킨병에 걸리면 혈액 세포가 급증한다. 이때 가려움 유발 물질이 함께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호츠킨병의 경우 가려움증이 다른 전신 증상보다 수개월 앞서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가려울 땐 이렇게 하세요
겨울철 가려움을 없애려면 가장 먼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피부질환 또는 전신질환에 의한 가려움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부질환은 대부분 붉은 반점이나 부어오름, 각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질환은 이런 증상은 없지만, 부위를 가리지 않고 몸 전체에 가려움이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가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습이다. 실내 온도를 18∼20도에 맞추고, 빨래를 널어 습도를 60∼70%로 유지한다. 물을 하루 8컵 이상 마신다. 다만, 커피·홍차·초콜릿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술, 콜라는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많이 먹어 몸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분은 공급하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몸에 수분을 공급하겠다고 목욕을 자주 하는 건 역효과다. 몸 전체에 있는 수분이 동시에 증발하면서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한다. 목욕은 5분 이내로 간단히 하고, 끝나면 3분 내에 보습제를 발라 수분 증발을 막아야 한다. 때를 미는 것도 좋지 않다. 억지로 보호막을 벗겨내는 행위다. 때를 자주 민다고 보호막이 새것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각질층이 재생되기까지 며칠을 무방비로 지내야 한다. 스크럽제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분을 지키는 데는 보습제만한 게 없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수분을 지킨다. 그 자체로도 수분 증발을 막지만, 천연 보호막인 각질층을 더 튼튼하게 한다. 한 번 바르면 오래 가는 제품이 언뜻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지속력이 짧더라도 여러 번 발라야 훨씬 효과적이다. 일상생활 중 땀이 나거나 바람을 맞으면서 보습제가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유지력이 긴 제품은 자기 전에 바르는 게 좋다. 가려움은 낮보다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잠이 든 후에는 긁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유지력이 좋은 제품을 바르고 잠들면 밤새 건조해지지 않아 긁는 횟수가 크게 줄어든다.
어떤 보습제를 쓸까?
시중에 나와 있는 보습제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수분을 각질층에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피부에 얇은 막을 형성하는 것을 밀폐형 보습제라고 한다. 수분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겨 각질층에 공급하는 걸 습윤형 보습제라고 한다. 대다수 제품은 두 성분이 적절히 혼합돼 있다. 바세린이나 크림처럼 미끈거리는 쪽이 밀폐형이다. 반면 로션과 같이 묽을수록 습윤형에 가깝다. 피부 타입이나 사용 부위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한다. 건성피부 혹은 몸에 바르는 용도라면 밀폐형이 좋다. 끈적거림이 심할수록 피부보호 효과가 크다. 반대로 지성피부거나 얼굴에 바를 때는 습윤형을 선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