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산업 현장_ 한미약품
폐암 신약 '올리타' 성공 딛고 도약
10여 년간 투자… 매출 20% 쏟아
희귀질환 치료제 등 23개 개발 중
◇'올리타' 개발… 세계 시장 성공 가능성 비춰
한미약품이 최근 개발한 3세대 폐암 신약 '올리타'는 한국 제약산업사(史)에 전환점이 되는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리타는 기존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한 치료제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1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투약 과정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내성은 전 세계 폐암 환자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베링거잉겔하임, 화이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했다. 그러나 도전에 성공한 제약사는 한미약품을 포함해 전 세계에 두 곳에 그친다. 신약은 효과로도 주목받는다. 한국·대만·미국·호주 등 10개국 68개 연구기관에서 진행된 글로벌 2상 임상시험에서 항암제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인 무진행생존기간(PFS)·전체생존기간(OS)이 각각 9.4개월, 19.7개월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를 근거로 올리타는 최근 건강보험에 등재돼 내성이 생긴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쓰고 있다.
◇매출 대비 20% 수준 R&D 투자
올리타의 개발은 어느 날 갑자기 요행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확대한 덕분이라는 게 제약업계 전반의 평가다.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의지는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 잘 나타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 최초로 R&D 투자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5년 1871억원, 2016년 162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매출의 20% 규모로, 대부분 제약사가 매출 대비 10% 내외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수준이다. 대대적인 투자에 회사 안팎에서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항암 신약이라는 결실로 그간의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실은 올리타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올리타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다. 항암제뿐 아니라 비만·당뇨병·호중구감소증·비알코올성지방간염·파킨슨병 및 각종 희귀질환에서 혁신 신약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가 개발하면 글로벌 제약사가 이어간다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혁신 신약이 라인업을 구축하자 사노피·얀센·일라이릴리·제넨텍·스펙트럼 등 글로벌 제약사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은 전 임상 단계를 포함해 총 23개로, 이 가운데 14개 제품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됐거나 공동 개발 중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이전한 당뇨병 신약 '에페글라나타이드'다. 매일 주사해야 하는 불편을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로 줄였다. 약효 지속력을 늘린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됐다. 이 치료제는 글로벌 임상 3상 착수를 눈앞에 두고 있어, 조만간 출시가 예상된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 이전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도 큰 관심을 받는다. 지난 10월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는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중간 결과임에도 약효가 뛰어나 전 세계 암 분야 의료진과 연구자를 놀라게 했다. 임상종양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존 헤이멕 교수는 "포지오티닙이 비소세포폐암 중 엑손20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획기적으로 우월한 약효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신약을 개발하고 다음 단계로 글로벌 제약기업이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핵심 가치다. 한미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확대해 신약 개발 속도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은 "신약 개발은 제약회사의 사명이자 숙명"이라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의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 한미약품은 지속적으로 신약 개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