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진 경제인 모임에서 아껴둔 네비올로 와인 한 병을 쾌척했다. 새로 가입한 여성 멤버가 이탈리아 와인에 흠뻑 빠졌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네비올로는 삐에몬테, 특히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 재배되는 이탈리아 최고 포도 품종 중 하나다. 탄탄한 타닌감과 강한 산도가 특징으로, 국가 대표선수나 다름없는 와인이다.  피노 누아처럼 100%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 가격도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려면 최소 10만원 안팎을 지불해야 한다. 생산연도는 2013년으로, 다소 어린 느낌이 들었지만 모임 일정상 코르크 마개를 딴 후 곧 바로 잔에 따랐다. 행운의 넘버 일곱 잔이다.

다들 코를 깊숙이 들이박거나 혹은 잔을 흔들며 특유의 블랙베리, 감초 향을 잡기에 안간힘이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첫 모금을 홀짝 마신 신입 멤버는 미간을 찌푸리며 ‘너무 떫다’고 하소연이다.
당연하다. 네비올로는 장기 숙성용 와인이다. 병에 담은 후 최소 10년 정도는 지나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생산연도가 짧은 네비올로 와인의 경우 초반 떫은 타닌감에 입술이 바짝 마르거나, 강한 신맛에 온몸이 움츠러 들기도 한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인을 조금 안다는 사람은 두 번째 잔부터 최대한 늦게 마신다.

달콤, 새콤한 맛 절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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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이 아쑤 '메제스 마이(Mezes Maly)'

그렇다면 신입 멤버가 반한 이탈리아 와인은 과연 어떤 종류였을까. 궁금증이 발동해 자세히 물어보니 그 와인은 바로 달콤한 디저트 와인, 로카 디 몬테그로시 와이너리의 ‘빈 산토(Vin Santo)’ 였다. 말바시아를 주 품종(90% 이상)으로 만든 이 와인은 당도가 높고 신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동을 준다. 특히 와인 초보자들은 대부분 달콤한 디저트 와인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와인과 만난 첫사랑의 추억이 가득 묻어있는 셈이다.

디저트 와인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를 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포도 수확시기를 최대한 늦춰, 수분을 줄이고 당도를 높인 포도 알을 사용해 와인을 양조한다는 것. 실제 포도 수확시기를 놓치면 수분을 빨아먹고 사는 보트리티스 시네레아(귀부)라는 곰팡이에 감염되는데, 그 포도로 만든 것이 바로 귀부 와인이다. 프랑스 소테른이나 헝가리 토카이 아쑤,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토카이 아쑤는 1600년대부터 양조를 시작했다. ‘꿀 항아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메제스 마이(Mezes Maly)’가 돋보인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과일향과 미네랄, 담배연기가 어우러져 풍부한 풍미를 나타낸다는 것. 아무리 초보자라도 첫 모금에서 크리미한 느낌을 잡을 수 있다. 높은 당도는 끝부분에 이르러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포도 품종은 푸르민트, 하르스레벨루, 무스캇 등 헝가리 토종을 사용한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거위 간 요리와 초콜릿, 과일 타르트, 블루 치즈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토카이 아쑤 와인을 두고 ‘왕이 마시는 와인이자 와인의 왕(The Wine of Kings and the King of wines)’ 이라고 말해 지금까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토카이 아쑤 다양한 과일 맛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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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Taylor's Late Bottled Vintage)

반면 아이스 와인은 가을이 지나고 포도가 완전히 얼어붙은 초겨울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한다. 포도가 나무에서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압착, 양조하면 매우 높은 당도와 산도의 아이스 와인을 만들 수 있다.

귀부 와인과 다른 것은 얼음 덩어리 배출을 통해 수분을 제거, 당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생산 국가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캐나다다 알려졌다. 각 나라 대표 포도 품종은 리슬링, 그뤼너 벨틀리너, 비달이다. 최근에는 중국 생산량이 늘면서 판세를 뒤집을 기세다.

다만 가을철 포도를 수확한 후 강제로 냉동시켜 만든 인공 아이스 와인에 대해서는 ‘아이스박스 와인(icebox wine)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한다. 이 경우 천연 아이스 와인에 비해 특유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없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 소비가 꾸준한 편이다. 미국이나 호주 제품이 많고 대략 5만원 안팎이다.

이와는 달리 포도를 수확한 후 일정 기간 동안 건조시켜 만든 이탈리아 디저트 와인 ‘빈 산토’도 대표적인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7년의 숙성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 와인의 생산지는 토스카나. 로카 디 몬테그로시 와이너리에서 만들었다. 용량은 375mL, 하프 사이즈다.

‘맘씨 마데이라’ 초콜릿 맛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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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랜디스 마데이라 ‘세르시알10(Blandys Sercial 10)’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주정 강화 포트 와인 역시 당도가 높고 초콜릿 등 특유의 향이 강해 식후 마무리용 와인으로 인기가 높다.

그 중 테일러의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Late Bottled Vintage)’가 돋보인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환상적인 루비컬러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신선하고 풍부한 블랙 베리와 초코릿, 카시스 향이 매력적이다. 미디움 바디 와인으로, 긴 여운이 남는 것도 큰 행복감을 준다. 염소 치즈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 외에도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셰리와 함께 세계 3대 강화 와인으로 꼽히는 ‘맘씨 마데이라(Malmsey Madeira)’도 달콤한 디저트 와인 대열에서 빠지면 서운하다. 포루투칼령 마데이라 섬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에서는 꿀과 초콜릿, 잘 익은 무화과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와인 마니아 CEO로 유명한 오남수 사장이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 근무시절 추천, 아시아나항공기 기내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현재 수입사 까브드뱅에서는 마데이라 섬의 전통과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블랜디스 마데이라 ‘세르시알 10년(Blandys Sercial 10), 알바다 5년(Alvada 5)’, ‘듀크 오브 클라렌스(Duke of Clarence)’ 등 세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캐러멜과 진한 견과류 향을 꼽을 수 있다. 보관이 용이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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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