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은 세계 폐암의 날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폐암의 날은 조금 더 희망찬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데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급여 범위까지 넓어져 환자들이 최신 폐암치료를 덜 부담스럽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올 2월 폐암 4기 편평세포 폐암을 진단받은 75세 박모씨의 사례가 그렇다. 진단을 받고 즉시 항암제를 썼다. 그러나 고령인 환자의 몸은 항암제를 견뎌내지 못했다. 구토와 전신 쇠약 등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했고 효과도 미미해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표적항암제도 없었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면역항암제뿐이었다. 일단 면역항암제 투여 전 반드시 받아야 하는 PD-L1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문제는 환자의 경제적 상태였다. 비싼 치료제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이 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8월). 즉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치료 후 2개월째. 흉부단층촬영을 실시한 결과 암의 크기는 20% 이상 작아진 것으로 관찰됐다. 기존 항암제를 복용할 때 나타났던 부작용도 없었다. 박씨는 지금도 큰 부작용 없이 외래에서 주사를 맞고 있다.
박씨의 치료에 사용된 면역항암제는 현재까지 검증된 항암요법 중 가장 최신의 치료제다. 박씨처럼 약이 잘 반응하는 환자에게는 극적인 치료 효과도 발생한다. 환자 20%는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고, 삶의 질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치료제는 비소세포폐암 3B기 이상 병기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면역항암제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따로 있다. 면역항암제의 치료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PD-L1 검사다. PD-L1은 암세포 표면에 위치하는 단백질의 한 종류로, 치료 전 종양 조직에 대한 현미경 검사를 통해 PD-L1 발현율(종양염색비율)을 확인하면 치료 반응률이 높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으로 나타난 환자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절반 가까이 낮고 삶의 질 또한 우수하다.
면역항암제의 등장과 건강보험 급여 등으로 암 치료 성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역시 현재는 2차 치료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1차에서의 효과 역시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암은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암은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으로 변하는 이 시점에서 면역항암제가 앞으로 더 많은 폐암 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해 암 완치의 시대로 한 발 더 다가서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