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기자의 제약 Side Story] 한미약품의 다음 신약을 기대한다

만약 이 일련의 과정이 영화라면 내일(7일)이 클라이막스일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가격 결정을 위한 (아마도) 마지막 협상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앞선 두 차례 협상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무산됐다. 약가협상이 두 차례나 연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될 정도였다.

무엇이 이토록 협상을 어렵게 했을까. 건보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 그리고 한미약품의 삼각관계가 그 배경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한미약품은 각각 ‘타그리소’와 ‘올리타’라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했고, 기존 항암제들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 지난 8월 급여 등재가 결정된 직후부터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에 돌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자체적으로 책정한 타그리소의 약가는 한 달 기준 1000만원. 지금껏 국내에 도입된 다른 항암신약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7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한미약품이 같은 시기에 진행된 협상에서 26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가격은 협상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150만원내외로 떨어졌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항암제 ‘알림타’(300만원 내외)의 절반 수준으로, 건보공단조차 한미약품의 파격 제시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건보공단은 올리타라는 대체재가 있기에 아스트라제네카에 ‘더 낮은 가격’을 요구했지만, 이 영국계 제약사는 이미 전 세계 최저가 수준이라며 더 이상 내릴 수 없다고 버텼다. 그렇게 1~2차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악역’이다. 굳이 ‘글리벡’이나 ‘이레사’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에 출시한 항암신약 대부분은 경쟁약이 없다는 이유로 매우 높은 가격이 매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약가 협상 때마다 환자를 볼모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왜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는지 살피면, 이번 사례만큼은 외국계 제약사가 완벽한 악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냉정하게 말해 현 시점에서 올리타는 타그리소의 하위호환격 치료제다. 올리타의 경우 아직 임상 3상 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안전성·유효성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타그리소는 임상 3상 시험이 마무리돼 이미 미국·영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올리타의 임상 2상 결과만 놓고 비교하더라도 타그리소가 올리타에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대부분의 경우 임상 3상 시험의 성적은 2상 시험보다 떨어진다). 가장 큰 우려는 안전성이다. 올리타는 지난해 9월 임상 시험 중 피부독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한미약품은 파격적인 가격 제시로 이런 난관을 통과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주효했다. 비교 우위의 경쟁약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고, ‘저렴한 약가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좋은 이미지까지 얻었다. 만약 7일 진행되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사실상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다만, 독점의 대가로 국내 폐암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안전성·유효성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은 약 하나만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안타깝다.​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아무쪼록 한미약품이 자처한 ‘선한 역할’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한미약품이 개발할 뛰어난 신약들도 이번처럼 15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에게 제공됐으면 한다. 부디 선역의 한미약품이 악역으로 돌변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런 반전은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