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식, 화질 9배 좋아져 세밀한 비뇨기 질환 진단에 도움… 비용 같고 수술 만족도 크게 올라
통증은 줄고 진단 정확성은 높인 휘어지는(연성) 방광내시경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렌즈 기술의 발달로 연성 방광내시경 화질이 크게 좋아지면서 기존 딱딱한 막대 형태(경성)의 내시경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선 비뇨기 질환 진단 시 경성 방광내시경을 많이 썼다. 경성 방광내시경은 극심한 통증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영상 화질이 우수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연성 방광내시경보다 보편적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방식의 연성 방광내시경이 개발되자 우수한 화질을 내세웠던 경성 방광내시경이 서서히 진단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방식의 연성 방광내시경은 과거 광섬유를 사용하던 연성 방광내시경에 비해 화질이 9배나 좋아졌다. 남성은 신체 구조상 요도 길이가 길고 굴곡이 있어 경성 방광내시경을 사용하면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질이 개선된 연성 방광내시경이 등장하면서 더 정확한 요로감염·전립선염 같은 비뇨기 질환 진단이 가능해졌고, 환자의 고통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골드만비뇨기과 조정호 원장(대한비뇨기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경성 방광내시경은 부분마취를 해도 통증 지수(10점 만점)가 7~8 수준으로 높지만 연성 방광내시경의 통증 지수는 2~4 정도로 낮다"며 "점차 진단영역에서 연성 방광내시경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뇨기계는 작고 세밀해 내시경으로 진단해야 가장 정확하다. 최근 개발된 휘어지는 방광내시경은 막대 형태의 딱딱한 내시경보다 통증이 적고 영상 화질이 뛰어나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비뇨기계 질환, 내시경 진단이 가장 정확
비뇨기 질환 중 요로감염, 전립선염, 사구체신염, 방광암의 공통된 증상은 혈뇨다. 요로감염은 방광이나 콩팥에서, 전립선염은 전립선, 사구체신염은 콩팥, 방광암은 방광에서 피가 나 혈뇨가 나온다. 혈뇨라는 증상은 같지만, 어느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했느냐에 따라 질환이 달라진다. 이 때 출혈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하는 법은 내시경이다. 특히 비뇨기계는 작고 세밀해 다른 진단기기로는 출혈 위치를 찾기가 어렵지만, 내시경은 요도를 통해 전립선·방광·콩팥의 출혈 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연성 방광내시경은 상단 220도, 하단 130도까지 구부러지며, 시야각은 120도에 달해 비뇨기계 내부를 더 넓고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경성 방광내시경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방광 입구까지도 살필 수 있다. 방광 입구는 근육 운동이 잦아 염증과 출혈이 잘 생기는 부위로 알려졌다.
◇통증 줄고 화질 우수한 연성 방광내시경
우리 몸에서 내시경이 가장 먼저 쓰인 곳은 비뇨기계이다. 그러나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화질까지 뛰어난 연성 방광내시경이 개발되기까지는 150년의 세월이 걸렸다. 내시경이라고 처음 불린 기기는 1853년 프랑스의 '데소르모'가 개발한 요도염 진단 기구다. 그 뒤로 1877년 광원 장치가 내시경에 장착돼 신체 속을 환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그 후로 100년간 금속 소재의 경성 내시경이 사용되다 1960년 첫 연성 방광내시경이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기 연성 방광내시경은 화질이 조잡하고 쉽게 고장 났다. 최근 개발된 올림푸스 연성 방광내시경은 선단부에 CCD(Charge Coupled Device, 전하결합소자)를 내장, 카메라 시스템을 적용해 HD화질의 영상을 구현하고 있다. 구형 모델보다 조명 밝기는 120% 밝아졌다.
◇환자 만족도 높고 비용은 동일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수술받은 환자 만족도는 경성 방광내시경 수술보다 2배로 높다. 2015년 '요로결석' 국제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요로결석이 있는 104명의 남성 중 52명은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요관 스텐트 제거술을 받고, 또 다른 52명은 경성 방광내시경을 이용해 수술받은 결과, 수술 만족도 부분(5점 만점)에서 연성 방광내시경은 4.03점이었지만 경성 방광내시경은 1.88점에 그쳤다. 고통 강도(10점 만점)도 연성 방광내시경이 4.11로 경성 방광내시경(8.34)보다 절반 이하로 낮았다.
연성 방광내시경은 경성 방광내시경보다 수술 만족도가 높고 통증을 줄여주지만, 병원 서 진단 시 비용은 같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조정호 원장은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필요할 때는 내시경 처치구에 의료기기를 넣어 사용해야 하므로 막대 형태로 뻗어 있는 경성 내시경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