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07.23 09:00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무지개가 떴다.

사춘기도 아닌데, 무지개를 볼 때면 매번 설레고 한편으론 애틋하다. 분명 무지개는 물방울에 의해 태양빛이 분산되고 반사돼 나타나는 과학적 현상이라고 배웠지만, 그 곱고 예쁜 모습이 조만간 사라질 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길게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사실 태양광은 조물주가 인류에게 허락한 에너지의 원천인 동시에 각각의 사물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화려한 색을 부여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듯 무지개로 얼굴을 바꾸어 나타나곤 한다.

‘빨주노초파남보’ 이 일곱 가지 색은 ‘가시광선(可視光線)’이다. 태양광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나노미터(nm) 단위로 분류돼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으로 나뉜다. 이렇게 부르는 용어 속에는 가시광선이 내포하고 있는 색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빨간빛의 바깥 파장을 일컫는 적외선(赤外線)은 열을 동반하는 열선이라는 특징이 있다. 보랏빛의 바깥 파장인 자외선(紫外線)은 살균력이 강한 화학선이다. 볕이 좋은 날 이불을 밖에 말리면서 일광소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자외선의 역할이다. 비타민D 생성에 도움을 줘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뼈를 튼튼히 해주기도 한다.

해가 그려진 여자등

야외활동 시 PA++ 이상, SPF 30~50 제품이 적합

요즘처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는 이러한 햇빛에 감사한 마음만 갖기는 어렵다. 자외선(Ultra Violet)은 인체에 조금만 강하게 내리쬐더라도 피부 노화는 물론, 피부암을 유발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게 필수인 이유다.

자외선차단제를 고를 땐 SPF(Sun Protection Factor), PA(Protection grade of UVA)를 확인하는데 이는 자외선의 종류에 따른 방어지수이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UVA, UVB, UVC로 나뉜다. 파장의 길이와 피부 침투 깊이는 비례하지만 인체에 대한 영향력은 반비례한다. 다시 말해, 파장이 짧으면 피부 표면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인체에 대한 위해성은 더욱 강력해진다는 말이다.

파장이 가장 짧은 UVC는 오존층에서 대부분 차단해버린다. 만일 UVC가 오존층에서 차단되지 않고 내려온다면 지상의 모든 생물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온실효과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를 막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UVB는 짧은 시간에도 일광화상(sun burn)을 일으킬 수 있는 자외선으로, 피부암 등 피부 건강과의 관련성이 높다. 계절적으로는 여름과 봄, 시간대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조사량이 가장 높다. 이에 대한 차단 정도를 확인하는 지표가 바로 SPF이다. 일반적으로 SPF 1이 약 15~20분간의 자외선 차단효과를 낸다. 수치가 높을수록 차단력도 높아진다. 한편 자외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활자외선 UVA는 파장이 길어 진피층까지 침투하며 광노화를 일으킨다. 유리창도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피부에 영향을 주며, 노화와 주름에 영향을 미치고 피부를 전체적으로 까맣게 태우는 태닝(tanning)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UVA에 대한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PA이다.

지난해 말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PA지수를 3등급에서 4등급으로 확대 시행하도록 했다. PA는 + 개수로 차단력을 알려준다. +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2배의 차단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 개수가 더해질수록 4배, 8배, 그리고 PA++++는 약 16배의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이다.

피부 보호를 위해서는 항상 최고 수치의 SPF와 PA++++인 제품을 바르는 것이 좋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껏 자외선 종류부터 구구절절이 설명한 이유는 바로 이렇게 막연한 소비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자외선에 대한 차단력이 높을수록 피부에 자극이 되는 성분들도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피부 건강에는 안 좋을 수 있다. 높은 지수의 차단제를 한 번에 듬뿍 바르는 것보다 중간 정도의 자외선차단제를 수시로 덧바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기껏해야 출퇴근 시에나 햇빛에 노출되는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PA++, SPF 15~30 정도가 적당하다. 야외활동 시에는 PA++ 이상, SPF 30~50 정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한 번 발랐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차단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덧바르는 게 도움이 된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는 뭘까?

최근 자외선차단제와 관련해 유기자차, 무기자차 등 약간은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차단 방식에 따른 분류다. 무기자차는 물리적 차단제를, 유기자차는 화학적 차단제를 일컫는 용어다. 유기자차는 피부에 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아보벤존, 옥시벤존 등의 성분을 발라 자외선을 흡수해 소멸시키는 방식의 제품으로, 피부 발림성이 좋고 백탁 현상이 없어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하지만 유기자차에는 화학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반면 무기자차는 물리적 자외선차단제로, 징크옥사이드나 티타늄디옥사이드 등 무기화합물 성분을 얼굴에 발라 형성된 막이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분산시켜 피부를 보호하는 원리이다. 유기자차에 비해 피부 자극이 적어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도 두루 사용이 가능하고 트러블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바르면 하얗게 변하는 백탁 현상이 나타나고 발림성이 떨어진다.

요즘에는 워낙 다양한 형태의 차단제가 출시돼 있어 ‘어떤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피부 타입에 따라 지성피부는 오일프리 로션 형태 제품을, 건성피부는 보습효과가 있는 밤이나 크림 제형을 권한다. 피부가 민감한 아기들에게는 자극이 적은 베이비 전용 제품을 쓰게 하고, 모든 자외선차단제는 제품 개봉 후 1년 이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에는 화학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클렌징에도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한다. 바를 때는 매우 꼼꼼하게 바르면서, 지우는 것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 직사광선으로 인해 활성화된 모공을 자외선차단제 성분이 자극해 발생하는 ‘말로카여드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피부 조직이 연약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자극이 적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전용 클렌저를 써서 부드럽게 씻어내는 게 필수다.

아무리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나간다 하더라도 여름날의 강한 햇빛은 피부를 금방 지치고 달아오르게 한다. 그러면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피부가 된다. 외출 후 빠른 진정과 보습이 중요하다.

어릴 때 운동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는 간단히 샤워만 끝낸 얼굴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오이를 얇게 저며 붙여주셨다. 열기로 간질간질한 얼굴에 오이가 다 얹어지기도 전에 쿨쿨 잠이 쏟아지곤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열기는 다 사라지고 얼굴은 다시 보송보송 촉촉한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어느 집에나 흔히 있는 녹차잎(잎녹차가 없으면 티백도 가능)을 믹서에 곱게 갈아 요구르트에 섞어 만든 녹차팩도 진정, 보습, 미백 효과를 낸다.

신규옥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 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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