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릴리, 머크 같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수십 년간 신약 개발에 몰두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 교수진에 의해 새로운 기전의 치매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는 "지금까지 신약은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을 없애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최근 치매가 단순히 한 가지 기전에 의해 발생하지 않고 다양한 작용 기전을 갖는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같은 단일 기전의 약이 아닌, 치매가 병적 노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이를 염두한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는 “노화 관련 효소 hTERT를 약제로 만든 GV1001은 중기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 중 하나로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노화 관련 효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성호 교수는 노화 관련 효소 'hTERT(인간 텔로머라아제 역전사 효소)'를 주목하고 있다. hTERT는 우리 몸속에 있는 효소로, 텔로미어(염색체 끝에 붙어 있으면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거나, 세포 분열을 잘 하도록 함)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 고성호 교수는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들면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기능 등이 떨어진다"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역시 텔로미어 길이가 일반인에 비해 짧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hTERT는 세포 사멸 억제, 항산화·항염증 효과도 있어 뇌세포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hTERT는 원래 항암제로 개발이 됐다. 고성호 교수는 신경독성 실험을 하다가 hTERT가 뇌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2009년부터 바이오 제약사인 젬백스와 치매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고 교수는 hTERT를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형태(GV1001)의 약제로 만들어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기 이상의 치매를 가진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만 hTERT약제(GV1001)를 주입했더니, 투여 그룹에서 생존 기간이 길었고, 각종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한 MRI 상에서 약제가 쥐의 뇌까지 침투해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고성호 교수는 "이 약제는 우리 몸에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치료법이 없는 중기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TERT 약제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기 이상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양대구리병원을 비롯해 인하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