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통증 없어 고령자도 수술 접근 어려웠던 미세 부위도 가능 서울 서남부권 최초로 도입 건강 보험 적용돼 환자 부담 줄어
주부 최모(36)씨는 어려서부터 두통을 달고 살았다. 그저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통이 심해지고 이명까지 생겨서 고대구로병원에서 뇌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최씨는 '뇌동정맥 기형'으로 진단됐다. 뇌동정맥 기형은 뇌 동맥과 정맥 사이에 있어야 할 모세혈관이 없는 선천성 뇌 혈관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전체 인구의 0.14%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뇌동정맥 기형은 압력이 높은 혈액이 뇌 동맥에서 바로 뇌 정맥으로 흐르기 때문에, 심하면 뇌출혈 위험이 높아져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씨는 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두려움이 컸다. 주치의였던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김종현 교수(신경외과)는 "뇌를 열지 않고도 감마선을 이용해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머리를 열지 않고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나이프로 수술을 받고 이틀 만에 퇴원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뇌 조직이나 뇌 신경에 생긴 병변에 감마선을 쏴서 태워 없애는 수술이다. 머리를 열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덜하다.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김종현 교수가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환자에게 수술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암 환자 중 20~50%, 전이성 뇌암 진행
우리 뇌에는 12쌍의 뇌신경이 존재한다. 뇌신경은 신체 기관의 감각과 운동 기능을 담당한다. 오감(五感)을 느끼게 하는 건 물론이고, 눈·코·입 등이 움직이도록 관장한다. 뇌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일상생활에 각종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두통·어지럼증이 나타나고, 파킨슨병·수전증·근긴장이상증 같은 심각한 이상(異常)운동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뺨과 입술, 광대뼈 주변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인 삼차신경통도 뇌신경에 생기는 대표적인질환이다. 김종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뇌 질환을 떠올리면 뇌종양이나 뇌졸중 정도만 생각하지만 실제로 뇌에 생기는 질환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폐나 유방에 있던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는 전이성 뇌암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뇌암·뇌신경 질환, 감마나이프 수술 효과
전이성 뇌암이나 뇌동정맥 기형, 삼차신경통 같이 뇌와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 개두(開頭)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개두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하고, 수술 후 회복기간이 10일 이상 걸리는 등 환자 부담이 크다. 방사선 치료는 뇌에 쪼이는 방사선량이 많아서 한 번이라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면 재치료가 불가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일부 부작용으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마나이프는 첨단 방사선 장비로 뇌 질환을 보다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는 192개의 감마선을 마치 돋보기나 볼록렌즈로 햇빛을 한 점에 모으듯, 감마선을 병변 부위에만 조사(照射)해 치료한다. 병변이 확인된 뇌신경과 뇌 조직에만 감마선이 조사되기 때문에 정상 조직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치료도 가능하다. 김종현 교수는 "칼을 대지 않고 감마선으로 병변을 태워 없애는 수술이기 때문에 출혈이나 감염 우려가 없다"며 "수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감도 덜하다"고 말했다. 감마선은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미세한 부위에도 침투가 쉽기 때문에 치료가 수월하다. 수술 중에는 아무런 통증이 없기 때문에 고령이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을 덜고 있다.
◇서울 서남부권 최초로 감마나이프 도입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는 최근 '감마나이프 퍼펙션'을 도입했다. 서울 서남부권에 위치한 병원 중 유일하다. 감마나이프 퍼섹션은 기존 모델보다 치료 시간이 짧고 치료 범위가 넓다. 종전의 감마나이프 장비로는 2시간이 걸리던 수술을 퍼펙션을 이용하면 1시간으로 줄어든다. 전이성 뇌암부터 뇌하수체 종양, 뇌수막종, 청신경종양 등 수술 위험도가 높은 종양도 감마선이 종양 모양에 맞춰서 조사되기 때문에 수술 성공률이 높다. 그런데 3㎝ 이상의 뇌종양 등 감마나이프로 수술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다학제(多學制) 협진을 통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뇌신경센터는 뇌신경 전문 의료진이 포진해 있어 환자별 맞춤 치료를 시행한다. 권택현 센터장(신경외과)은 "우리 병원은 1983년 개원때부터 뇌신경 질환을 다학제 협진으로 해왔으며, 현재 정부에서 고대구로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해 뇌 질환 등 다양한 연구와 임상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감마나이프 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뇌신경에 생긴 미세한 이상을 치료하는 뇌정위기능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온 뇌 미세 수술의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