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푸드 맵
몇십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좁다란 골목길 사이사이에 작고 아름다운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는 곳. 서울 경복궁을 바라봤을 때 왼편에 있는 서촌에는 뻔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대신, 서촌을 사랑하는 이들이 소박하게 음식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신선한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이들의 음식에는 건강함이 깃들어 있다. 서촌에서 만난 ‘건강한’ 레스토랑 8곳을 소개한다.
1. 옥인피자
저온 숙성 반죽한 도우로 굽는 피자
신혼집으로 마련한 공간을 개조해 피자가게로 만든 곳. ‘옥인피자’는 부부가 사이좋게 운영하고 있다. 가게의 모토처럼 ‘조금 느리지만 건강하게’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우선 직접 반죽한 피자 도우는 하루 동안 저온 숙성시켜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도우 두 개를 얇게 펴서 굽고, 그 사이에 수제 소스를 넣는다.
피자 메뉴 중 세 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는 단호박치즈피자. 합성감미료가 잔뜩 들어간 단호박무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질 좋은 단호박을 찾아 생크림과 우유만 넣고 단호박무스를 만들어 넣는다. 단맛은 오로지 꿀로만 낸다. 한 입 먹으면 마치 이유식을 먹는 것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진다.
메뉴 단호박치즈피자(1만9800원), 홈메이드 리코타치즈 샐러드(1만1000원)
영업시간 월~금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9시 / 토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30분~9시 / 일 휴무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26
2 오씨솜씨
엄마가 해주는 건강 가정식 맛볼 수 있는 곳
손맛 좋은 어머니와 딸이 정직하게 음식을 요리하는 ‘오씨솜씨’. 첨가물, 합성조미료 없이 건강한 밥상을 만든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대신 멸치 등을 넣고 직접 만든 소스로 감칠맛을 낸다. 식단을 건강식으로 짜다보니 채소를 많이 쓰게 된다. 주재료이니만큼 바쁘더라도 직접 경동시장에 가서 신선한 것으로 구입해온다.
오씨솜씨의 별미는 야채된장소스덮밥이다. 각종 버섯류, 애호박 등을 살짝 볶아 밥 위에 넉넉히 올리고 특제 된장소스를 뿌려 낸다. 된장소스는 재래식 된장, 멸치,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끓여서 만든다. 옛날식 강된장보다는 묽어 밥에 뿌려 먹기 적당하다.
메뉴 야채된장소스덮밥(7000원), 해물덮밥(7500원), 솜씨 생면국수(6500원), 솜씨 비빔생면(6500원)
영업시간 화~일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월 휴무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32-3
3 누하의 숲
칼로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본 가정식
다양한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는 곳. ‘누하의 숲’은 일본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이 운영한다. 돈가스와 같이 잘 알려진 일본 가정식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일본 가정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전골요리, 스튜, 치킨까스, 함박스테이크 등 제철에 어울리는 요리들로 계절마다 메뉴를 바꾼다. 더욱 눈에 띄는 이곳의 특징은 모든 메뉴가 500kcal 이내라는 점이다.
간판 메뉴는 치킨남방정식. 치킨돈까스와 비슷하지만 빵가루를 입히지 않아 칼로리가 낮다. 돈가스 소스에 칼로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달걀로 직접 만든 소스로 대신했다. 다시마, 옥수수, 간장, 소금을 넣고 지은 밥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메뉴 치킨남방정식(1만2000원), 연어크림스튜(1만5000원), 돼지샤브마늘전골(1만7000원)
영업시간 화~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오후 5시30분~오후 8시30분 / 월 휴무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3길 5-1
4 공기식당
건강한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는 곳
서촌에서도 유난히 조용한 골목길에 있는 레스토랑 ‘공기식당’. 이곳은 혼자 와서 느긋하게 건강식을 즐기기 적당한 곳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정성껏 끓인 걸쭉한 카레를 맛볼 수 있다. 보통 카레를 만들 때 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지만, 공기식당에서는 캐슈넛과 양파를 갈아 직접 만든 캐슈넛 퓨레로 대신한다.
주메뉴는 카레지만, 두부함박스테이크, 닭다리살튀김 등 그날그날 한두가지 메뉴가 추가된다. 그중에서도 두부함박스테이크는 건강함을 추구하는 이에게 제격이다. 물기 뺀 두부에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구운 요리이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워 먹기 좋다.
메뉴 버터치킨커리(8000원), 두부함박스테이크 정식(8000원)
영업시간 화~일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8시 / 월 휴무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6길 20-1 1층
5 잘빠진메밀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담백한 메밀막국수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오로지 메밀만으로 만든 막국수를 내는 곳. ‘잘빠진메밀’에서는 신선한 메밀을 가져다가 바로 제분해서 반죽하기 때문에 메밀의 구수한 향이 살아 있다. 메밀면은 신선하지 않으면 면발이 뚝뚝 끊어진다. 이곳에서 메밀면을 당일 만들어서 당일에 사용하는 이유다.
오후 3시까지 한정 판매하는 ‘순메밀 수육정식’은 잘빠진메밀의 인기 메뉴다. 순메밀물막국수에 들어가는 육수는 사골육수에 각종 한약재, 오가피 열매 등을 넣고 우려낸다.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먹을수록 은은한 감칠맛이 돈다. 한약재와 소량의 유자를 넣고 삶아낸 수육에서는 잡내 없이 향긋함이 살아있다.
메뉴 순메밀 수육정식(8000원), 순메밀 물막국수(7000원), 순메밀 비빔막국수(7000원), 강원도 감자전(8000원), 유자에 빠진 수육(小 1만2000원)
영업시간 월~토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 일 정오~오후 9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1-1
6 비스트로친친
저염식 조리기법 사용하는 오가닉 레스토랑
한국음식은 은근히 짜다. 각종 반찬과 국에서 섭취되는 나트륨 양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파스타를 먹을 때만큼이라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는 마음에서, ‘비스트로친친’에서는 소금을 쓰지 않고 재료만으로 요리한다. 간이 필요하다면 소금 대신 치즈를 사용한다. 간이 심심할것 같지만 오히려 맛이 더 깔끔하고 풍부하다.
비스트로친친 음식이 담백하면서 깔끔한 이유는 신선한 식재료와 육수에 있다. 파스타 종류에 따라 치킨육수, 조개육수 등 다양한 육수로 맛을 낸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는 강원도에서 가져오기도 한다. 이집의 대표 건강 파스타인 명란 숭어알 오일 파스타에는 명란알, 대구살, 숭어알이 듬뿍 들었다.
메뉴 지중해 오일 파스타(2만2000원), 명란 숭어알 오일 파스타(2만2000원)
영업시간 월~일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30분~오후 11시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13길 54
7 연이야기
향긋한 연잎밥에 계절 반찬으로 한 끼를
전국 각지 어머니 손맛을 가진 장인들이 정성껏 요리한 음식들로 메뉴를 구성한 식당 ‘연이야기’. 이곳의 별미는 연잎밥. 찹쌀, 흑미, 찰수수, 찰현미 등 건강에 좋은 국산 농산물 10가지를 섞어 경남 함양에서 온 연잎에 싸서 밥을 짓는다. 따로 반찬이 없어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일품이다.
이곳 식단의 기본은 ‘자연담은밥상’이다. 연잎밥, 바삭김, 계절반찬 세가지, 제철국이 포함된다. 디저트도 함께 곁들이고 싶다면 연카스텔라와 연잎차가 포함된 ‘정성담은밥상’을 주문하면 된다. 좀더 특별한 밥상을 원한다면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여수 새조개, 광양 불고기 등 각 지역에서 들여오는 제철 먹거리로 근사한 한 끼를 맛볼 수 있다.
메뉴 자연담은밥상(9500원), 정성담은밥상(1만2000원)
영업시간 월~토 오전 11시~오후 10시 / 일 휴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53-30
8 곽가네음식
각종 견과류, 뿌리채소로 만든 사찰음식
사찰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곽가네음식’은 넉넉한 인심 탓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든 식사 메뉴를 시키면 매장 한쪽에 있는 8가지 반찬들을 뷔페식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각종 나물류, 김치류, 무조림, 버섯무침 등이 준비된다.
메뉴판에 독특하게 ‘불가음식’이라 이름 붙여진 것은 견과류탕이다. 잣, 호두, 아몬드,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을 곱게 갈아서 수프처럼 만든다. 거기에 인삼, 더덕, 연근, 우엉, 버섯 중 한 가지를 추가할 수 있다.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고소한 맛이 난다. 견과류탕과 함께 인기 있는 음식은 야채찜. 각종 채소와 과일을 넣고 간 하나 하지 않고 쪄서 나온다. 매실식초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그대로 먹어도 좋다.
메뉴 연근 견과류탕(1만1500원), 야채찜(1만2000원), 우엉 된장찌개(1만500원)
영업시간 월~토 오전 11시반~오후 8시 / 일 휴무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6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