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를 늦추면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슬로카페달팽이’ 주인장, 슬로푸드실천가 최영미 씨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마음속 소리를 들어야 하는 때가 온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삶의 속도를 늦출 용기가 생깁니다.” 자신을 슬로푸드실천가로 소개한 최영미 씨는 카페 주인장이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다수 현대인은 삶을 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포기한다. 최영미 씨도 불과 4년 전엔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으로 바쁘게 살던 그다. 하루에 믹스커피 10잔을 넘게 마시며 일을 했다. 기자 여러 명을 진두지휘해야 했으니 오죽했을까. 결국 4년 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검진 결과 모든 건강 수치가 위험으로 찍혔다. 극심한 아토피까지 왔다. 최씨는 어느날 밤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이 나를 위한 일인가?’ 짧은 물음이었지만 답을 찾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그러고 나서 그날 출근해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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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개월 간 병원만 다녔다. 그만큼 건강이 안 좋았다. 3개월간 몸을 추스르곤 곧장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평소 좋아한 섬이 제주도다. 수차례 다녀온 곳이기도 했다. 요양을 위해 도착한 제주에서 1년만 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을 제주에서 살았다. 느린 제주의 삶이 너무나 좋아서였다. “평소 머리를 너무 많이 쓰는 삶을 살았어요. 지시를 내리고 보고하고, 기사 점검에 눈·코 뜰 새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주에선 일을 조금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지요. 운 좋게 3일만 일하고 4일은 쉴 수 있었어요. 많이 벌 필요가 없으니 일주일에 3일만으로 충분했어요.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데 썼죠. 하루 종일 바다에 있기도 하고, 무작정 걷기도 하고….”

편집장으로 살던 시절 혼자 방 3개에 화장실 2개인 집에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 집에 들어가 보니 바닥에 T자가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침실과 화장실, 현관만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제주에서 내려간 살림을 5분의 1 이상 줄였다. 부족하지 않았다. 충분했다. 이전에 소유했던 많은 것들이 자신을 구속하고 짖누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질에서 자유로워지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제주 바다를 보며 ‘이제 내 마음이 편한 대로 살자’고 답을 내렸다.

◇마음이 편한 삶, 덜어내기부터 시작하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위해 더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좋다니까 더 먹어, 이게 좋으니 찾아서 더 먹어야지, 이게 있으면 더 좋다는 식이죠. 하지만 계속 더더 하는 삶은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덜어내는 것부터 했어요.”

덜어내기 시작하면서 건강을 찾았다. 퇴직 후 3년간 20kg 넘게 체중이 줄었다. 덜어내는 삶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비를 생각했다. 음식만 해도 모든 것이 빨리 생산되고 빨리 쓰여졌다. 돼지와 닭, 소가 더 많이 도축되기 위해 키워졌고, 환경이 오염됐다. 전기도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원자력발전소를 더 많이 지어야 했다. 결국 덜어내는 삶이 순환돼 자신을 살리는 삶이란 것을 알게 됐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과일을 보며 해외 현지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하게 됐다. 현재의 소비 형태로는 필리핀 바나나 노동자와 페루 망고 노동자들이 착취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햄도 바나나도 집을 수 없게 됐다. 삶은 불편해졌지만 마음은 아프지 않았다. “제가 달콤함을 느끼고 싶어 마트에서 초콜릿을 사는 순간, 지구 반대편에선 어린아이가 저임금을 받고,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를 힘들게 생산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마트에선 살 게 없어졌어요.

소비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환경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제주생활 후 슬로푸드를 만나게 됐다. 슬로푸드를 통해 음식의 원재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올바르게 정성껏 키운 재료로 만든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 후 최씨는 슬로푸드를 삶의 철학으로 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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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직접 실천하고 전파하자

슬로푸드를 알게 된 후 알리고 실천하며 살자고 마음 먹었다. 삶은 조금 불편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는 마음 편한 삶이었다. 그 시작이 카페였다. 커피원두는 필리핀의 한 커피농장과 직접 계약해 가져오는 것을 쓴다. 필리핀 마을은 커피원두 판매 소득으로 삶을 이어갔고, 최씨는 좋은 품질의 커피원두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메뉴에 있는 많은 허브티는 직접 재배하는 허브들이다. 될 수있으면 재료를 국내에서 공수하려고 노력한다. 최 씨가 사는 전라남도 장흥의 농산물과 김포에 계시는 부모님이 농사지은 것, 슬로푸드 농가들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도 국내산 재료에 대한 고집이다. 조금 불편한 삶일 수 있지만 이러한 모든 작업이 농가를 살리고, 최종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직장을 다녔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모두 내가 좋아하는 하는 일이고 나를 위해 사는 삶입니다. 슬로푸드를 실천하는 것도 내 마음이 좋고 편해지기 때문이에요. 혼밥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손님들과 독서모임과 보드게임 모임을 하는 것도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삶의 중심에 나를 두고 난 뒤에는 물질이 좀 부족한들, 삶이 좀 불편한들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어느 순간 주저하던 시기에 용기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 중간에 물었다. 카페를 정릉시장 안쪽 정릉천 옆에 낸 이유가 궁금했다. “이전엔 막국수집이었어요. 가게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이게 좋았어요.” 좋아하니까 한다. 쉬운 답을 우린 너무 어렵게 찾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