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빈혈, 헬리코박터균 감염 때문일 수도

헬리코박터균, 체내 철분 빼앗아… 성장기, 소모량 많아 더 위험
증상 계속되면 제균치료 해야

빈혈은 철분 섭취 부족으로만 생기는 게 아니다. 한국인에게 흔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도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을 일으킨다. 이를 '파일로리 관련 철분 결핍 빈혈'이라 부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빈혈을 일으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산을 줄여서다. 음식에 함유된 철분이 흡수되려면 위산이 적당량 있어야 한다. 철분은 산성에서 녹아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균이 위산을 중화시키는 암모니아를 만들어 위산이 중화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체내 철 흡수에 필요한 철분결합 단백질을 가져가 자신의 성장에 이용한다.

파일로리 관련 철분 결핍 빈혈은 성인보다 소아·청소년에게 많다. 성인도 파일로리 관련 철분 결핍 빈혈이 생길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보다 철분 보유량·위산 분비량이 많고, 면역력이 강해 빈혈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보다 철 보유량이 적은데 성장 때문에 소모량은 많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시 빈혈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청소년 난치성 빈혈의 원인이 되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청소년은 철 결핍 빈혈이 생길 위험이 2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회수 교수는 "파일로리 관련 철분 결핍 빈혈은 철분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며 "철분 보충을 해도 빈혈 증상이 계속된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검사를 한 뒤, 제균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