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열린 '2017년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 회의에서, 정진엽 장관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 같은 혁신 기술을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하는 데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주요 화두 역시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산업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는 형태로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보건의료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찬 원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이 보건의료 분야에 가져다줄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찬 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 의학으로 변하고, 정밀의료가 발달할 것”이라며 “그러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병에 걸리더라도 초기에 잡아내 맞춤 치료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보건의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지금까지는 의료 기술, 서비스, 제품 등의 영역이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보건의료 산업이 정보화·지능화되면서 그 경계가 사라질 것이다. 의료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출시되고, 의료 기술과 서비스가 한번에 제공되는 식이다. 그 예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에 IoT 기기를 설치,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 것을 들 수 있다. 비만 환자의 지방 변화를 체크해서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하는 물질을 생성시키는 캡슐, 수술 시에 인터넷을 활용해 환자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경 등도 개발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 최근 도입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진단 프로그램인 '왓슨'도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다. 2000만장 분량의 최신 논문 데이터를 활용해 암을 정확히 진단하고, 의사에게 최적의 치료법까지 제안해준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다. 딥러닝 기술(데이터를 취합, 분류·분석하는 기술), 음성 인식 기술 등이 탑재된 로봇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인공지능 로봇 루드비히를 개발했고, 일본은 뇌과학 분야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기 위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정밀의료도 빼놓을 수 없다. 정밀의료란 유전체 정보·생활습관 정보 등을 분석해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100만명의 코호트를 구축,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영국은 암·희귀질환자 10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나?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을 의료서비스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폐암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됐고, 음성인식 기술이 탑재돼 의사가 진료하는 것을 돕는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역시 인공지능 헬스케어 솔루션 연구에 뛰어들었다. 정밀의료에 있어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용이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정밀의료를 선정, 맞춤 암 치료법과 병원 정보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한다.
우리나라의 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식, 성형 수술부터 난임 시술, 유전자 치료 연구에 이르기까지 두각을 보이는 분야가 많다. 여기에, 인터넷 최강국으로서 지닌 기술이 더해지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흐름은 국민에게 어떤 변화를 주나?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없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병원·의료진 중심 서비스가 가정·환자 중심으로 변할 것이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으로 인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예방의학, 정밀의료, 재생의료, 유전자·줄기세포 치료, 로봇 활용 치료 등 첨단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병이 생겨도 초기에 잡아내 맞춤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대수명 연장, 삶의 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