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증상 완화 아닌 진행 막는 약 3~5년 내 나올 듯

입력 2017.01.25 04:00

[H story] 치매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머크·바이오젠 등 임상3상 진행
국제 학술지서 치료 효과 입증
국내도 천연물 치료제 연구 활발

"난공불락(難攻不落)." 치매를 연구하는 의학자들이 치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70만여 명, 전 세계적으로는 4400만여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12분에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치매는 '고령화 사회의 재앙'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아직까지 치매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치매 치료는 단순히 기억력을 유지시켜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치를 유지하거나, 인지기능이 더욱 떨어지지 않도록 재활 측면에서 접근하는 보존치료에 머물러 있다. 이 마저도 경도인지장애에 해당되는 초기환자에서만 지연 효과가 있을 뿐, 치매가 진행됐거나 알츠하이머성 치매에는 효과가 없다.

치매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이철원 기자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 없애는 약 개발

현재 전 세계 연구자들이 매달려서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에 독성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쌓이면서 발병하는데, 전체 치매의 70%를 차지한다. 그런데 뇌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보니 효과 검증도 어렵고, 부작용 위험이 높아서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24일 미국의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이던 '솔라네주맙(Solanezumab)'의 임상3상이 실패했다.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10분 만에 10.5% 급락했고 지난 30년간 3조원이 투입됐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0여 개가 넘는 신약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정복하기 위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아직 낙담은 이르다고 말한다. 오히려 실패를 계기로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치매DTC융합연구단 김영수 박사는 "릴리가 실패한 이유가 뇌에 생긴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게 아니라, 혈액 속에 생긴 베타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기전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역설하면 뇌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것이 치매치료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3상 진행 중… 3~5년 내 개발 될듯

현재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 중 기대를 걸어볼 신약은 머크(MSD)가 개발 중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이다. 베루베세스타트는 혈류를 타고 혈뇌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인 '베타 세크레타1(BACE1)'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이다. 베루베세스타트 효과는 사이언스 중개의학지에 실렸는데, 경증과 중등 치매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베루베세스타트가 많이 투여된 그룹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최대 9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현재 임상3상 중으로, 올해 말쯤 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치매를 보는 의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치매치료제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해서, 이를 파괴시키는 항체 치료제이다. 네이처지에 게재된 아두카누맙 효과 연구결과를 보면 아두카누맙을 주사로 투여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아두카누맙을 투여받은 103명의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뭉침 현상이 사라졌다. 특히 아두카누맙을 많이 투여한 환자일수록 베타아밀로이드 뭉침이 더 많이 사라졌다. 아두카누맙은 미국 FDA 패스트트랙(중증질환 치료제들의 개발 및 심사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제도)으로 지정돼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는 3~5년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는 "지금까지 나온 치매치료제 중 가장 기전이 확실하고 지금까지의 임상결과도 좋아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슈에서 개발 중인 크레네주맙(Crene zumab)과 간테네루맙(Gantenerumab)도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항원으로 인식해서 응집체를 줄이는 생물학적 제제이다. 약 5년 이후면 임상3상이 종료돼 상용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선 줄기세포·천연물질 치료제 연구

국내에서도 치매를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서유헌 원장은 사람의 지방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미국 FDA에서 임상허가를 받았고 곧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유헌 원장은 "쥐 실험을 토대로 지방줄기세포가 알츠하이머 치매 지연을 막는 효과가 증명됐다"고 말했다. 또한 천연물질을 가지고 치매치료제를 만들려는 국내 제약사의 노력도 있다. 대화제약은 갈매나무 열매인 산조인 추출물을 활용해 기억력 개선에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환인제약은 당귀, 광동제약은 현삼, SK케미컬은 할미꽃 뿌리인 백두옹 등이 천연 치매 약물의 후보이다. 치매치료에 사용될 새로운 물질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치매DTC융합연구단 김영수·양승훈 박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이상 현상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인 네크로스타틴-원(Necrostatin-1)을 개발했다. 이재홍 교수는 "전 세계적 의과학자들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므로 3~5년 내에 치매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알츠하이머성 치매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독성 단백질이 과도하게 쌓이고 덩어리를 만들면서 뇌 세포를 사멸시킨다. 뇌 해마와 전두엽, 측두엽 등이 손상돼 기억력 저하 등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치매가 심해져 뇌 전체가 줄어들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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