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숙 기자의 新명의열전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암 사망 원인질환 1위인 암이다. 20년 전만 해도 폐암은 마치 ‘사망선고’처럼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저선량 CT 등 조기검진할 수 있는 검사법이 도입되고,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폐암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폐암 환자 5명 중 1명만 완치(5년 생존)되는 ‘독한 암’이기는 하지만,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어 의사들은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대한폐암학회 류정선 홍보이사(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를 만나 폐암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봤다.

폐암의 원인
폐암의 원인 중 흡연이 70~80%를 차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흡연이 어떻게 암을 유발합니까?
흡연이 폐암의 원인임을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한 것은 1964년 미국 공중보건국장 루서 테리 박사가 펴낸 《흡연과 건강》이라는 책에서였습니다. 이 책은‘테리 보고서’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흡연을 하면 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와 니트로사민(nitrosamine) 등 적어도 60종 이상의 발암물질에 노출됩니다. 발암물질은 폐로 들어가 정상세포에 작용,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전환시키면서 폐암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담배 연기에는 발암물질 이외에도 4000여 가지 화학물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배는 폐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암의 주요 원인이고, 심뇌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굵직한 질병들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똑같이 흡연을 해도 어떤 사람은 폐암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폐암에 안 걸리는 이유는요?
흡연을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흡연량이 많아 담배 연기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담배 연기에 포함된 동일한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됐다 해도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암화 과정이 모두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손상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구는 암에 걸리고 또 다른 누구는 암에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흡연 이외에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폐암 환자 중 비흡연자의 비율은 20~30%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비흡연자에게서 폐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비흡연자의 폐암 원인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흡연자 폐암의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음식물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실내 라돈방사선 노출, 기존 폐질환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비흡연자 폐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공기가 나쁜 도시에 사는 것도 폐암 위험을 높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폐암학회에서 지난해 약1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면 폐암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가 좋은 곳에 살면 폐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공기가 폐암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흡연 중에 발생하는 위해물질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공기가 나쁜 도시에 사는 것만으로 폐암 발병 위험이 증가할까요? 우리나라에서 공기가 좋다고 알려진 제주도, 강원도의 폐암 발병률은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미세먼지 역시 폐암을 일으킨다는 임상적인 증거는 충분치 않습니다. 또한 폐암이 발병하는 데 흡연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미세먼지같이 작은 원인들은 흡연 뒤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폐암과 관련 있는 특정 직업군이 있나요?
전체 폐암의 약 5%는 직업적 원인에 의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암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는 물질과 직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확정적인 물질·작업·공정(업무과정)과 가능성이 높은 물질·작업·공정 등으로 위험도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확정적인 물질로는 비소, 베릴륨, 카드뮴, 크롬, 니켈, 벤조피렌, 석면, 석탄, 라돈, 유리규산, 디젤엔진 배출물질(디젤 자동차)이 있으며, 확정적인 작업이나 공정으로는 알루미늄·코크스·고무를 생산하는 직업이나 지하에서 철을 채광하는 직업, 페인트 작업을 하는 경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행된 한 조사에서 폐암 발병을 높이는 직업군으로는 광업, 운수업, 건설업 순이었고, 추정 원인물질로는 비소계 살충제, 디젤엔진 배출물질, 석면, 결정형 유리규산 등이었습니다. 위험 군에 해당되는 경우 정기적인 검진과 아울러 작업 중에 반드시 보호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흡연을 하지 않은 여성 폐암 환자가 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진단된 폐암환자는 2만3177명이었는데 이 중 30%(7006명)가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 폐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여성호르몬, 가사노동과 관련된 환경적 특성, 유전적 특성 등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서 비흡연 폐암이 왜 늘어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폐암은 유전이 되나요?
폐암은 유전되는 질병이 아닙니다. 다만,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폐암 발병 위험은 증가합니다. 특히 직계가족(부모님, 형제자매) 중 폐암이 있는 경우에는 폐암 발병 위험은 약 2배가 되며, 4촌의 경우는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폐암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흡연을 하면 폐암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하므로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EGFR, ALK 등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어떻게 폐암을 유발합니까?
EGFR, ALK 유전자는 대표적인 종양유전자로 돌연변이가 생기면 폐암이 잘 생깁니다. EGFR, ALK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 환자의 암 조직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정상인 혈액, 조직 등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폐암이 없는 사람은 이런 유전자 변이가 없으므로 유전자검사를 통한 폐암 발병 위험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EGFR 돌연변이는 폐암 환자의 25~50%에서 관찰되며, 주로 선암, 여성, 비흡연자에게서 발견됩니다. ALK 변이는 폐암 환자의 4%에서 관찰되며 주로 선암, 젊은층, 비흡연자에게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전자 변이는 세포 내 하위 신호전달체계의 활성화를 통하여 세포를 증식시키고 아포토시스(세포자사)를 억제함으로써 폐암 발병에 관여합니다.
폐암이 최근 늘고 있나요?
발생률을 보면 폐암은 전체 암 중 4위를 차지하고 있고, 남성에게서 위, 대장 다음으로 3위, 여성에게서 갑상선, 유방, 대장, 위 다음으로 5위입니다. 폐암은 특히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연령별로 보았을 때 폐암 발병률은 65세 이상에서 10만 명당 260명으로 전체 암중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서는 위, 대장암보다 폐암이 더 많은 것입니다. 또한 여성 폐암이 늘고 있습니다. 연령을 표준화한 폐암 발병률은 1999년 10만 명당 28.9명에서 2013년 27.9명으로 정체되어 있지만, 여성은 12.9명에서 15.3명으로 연간 1.6%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가 주도하고 있고, 여성 폐암의 증가가 일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폐암의 종류와 각각의 특성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분류합니다. 이는 조직검사에서 얻어진 폐암 조직을 염색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암세포 특성에 따라 구분한 것입니다. 폐암을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각각의 임상 경과와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15%, 비소세포암은 85%를 차지합니다. 소세포암은 성장이 빠르고 전이가 빨리 되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드물고,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습니다. 소세포암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술보다는 항암치료가 원칙이며, 필요에 따라 방사선치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비소세포암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는 수술 후 추가로 하거나, 수술할 수 없을때 적용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비소세포암은 세포모양에 따라 선암, 편평상피세포암과 대세포암 등으로 구분합니다. 과거에는 편평상피세포암의 빈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선암이 가장 흔합니다.
폐암의 증상
기침, 가래, 피 섞인 기침가래 등 폐암을 의심할 만한 호흡기 증상은 없나요?
기침, 가래는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긴 하지만 기침, 가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면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침, 가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폐암 발병을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폐암 발병을 시사해줄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이 있다면 폐암을 쉽게 진단할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증상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증상으로 폐암을 의심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던 사람이 가래에서 피가 나오거나 흉통이 생겼을 때,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을 때, 체중이 급격히 감소되고 혹은 식욕이 감소될 때, 숨이 찰 때, 폐렴이 자주 재발될 때, 깨끗했던 숨소리가 쌕쌕거릴 때는 폐암 발병을 한번쯤은 의심해볼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하대병원에서 폐암 환자 1000명의 증상을 조사했더니 말기 폐암 환자의 6.2%는 기침, 가래 등과 같은 흔한 증상조차 없는 말 그대로 무증상이었습니다.
폐암의 진단
폐암은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1, 2기 환자가 전체 환자의 2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80%의 환자가 3기 이상인데요. 이렇게 진단이 늦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폐 안에는 감각신경이 없어 암이 자라고 있어도 느낄 수 없습니다. 폐암이 기관지, 흉벽 등을 침범하여 기침, 가래, 흉통, 객혈 등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지만 이런 증상들은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폐암 덩어리가 상당히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증상이 심해져서야 몸의 이상을 느끼지만, 그때는 폐암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매년 시행하는 국가검진에서 흉부 X선 사진을 촬영을 하는데, 폐암 덩어리 크기가 1cm 이상 되어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한계입니다.
흉부 X선 촬영의 또 다른 단점은 심장, 폐혈관, 늑골, 횡격막 등에 의해 가려진 폐 부분에 발생하는 폐암 덩어리는 크기가 커도 잘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들어와 흉부 X선의 이런 단점들은 저선량 CT가 폐암검진에 이용됨에 따라 많이 해결됐지만 여전히 흉부 X선 촬영 방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폐암 진단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폐암을 진단하는 과정(확진까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일반적으로 기침, 가래, 흉통, 객혈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아가면 흉부 X선 촬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 자세히 확인하기 위하여 흉부 저선량 CT 검사를 합니다. 이 검사로 폐암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하여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조직검사는 기관지 내시경검사, 경피적 바늘흡인검사 중환자에게 적합한 검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조직검사로 채취된 조직은 다양한 과정을 거쳐 슬라이드로 만들어지며, 병리과 전문의에 의해 최종 진단이 내려집니다.
폐암 조기검진 대상자는 누구입니까?
건강한 사람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를 선별검사라고 합니다. 폐암 선별검사로 저선량 CT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폐암 검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매년 담배를 1갑 이상 30년 이상 피운 55~74세가 검진 대상입니다. 현재 흡연 중이거나, 금연했어도 그 기간이 15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대상자는 매년 한 번씩 저선량 CT 촬영 할 것을 권장합니다.
폐암은 진단 시 평균 연령이 70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암이 고령자에게서 발병이 많이 되는 이유는요?
우리나라 국민 10만 명당 폐암 발병률을 35~64세와 65세 이상 연령으로 구분해봤을 때, 남성은 각각 42.4명과 449.4명이고 여성은 21.7명과 126.6명입니다. 35~64세 보다 65세 이상의 남성은 폐암 발병률이 10배나 높고, 여성은 6배가 높은 상황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폐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고령화될수록 흡연 등 발암물질에 의한 DNA 손상이 축척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화기가 진행될수록 세포가 분열함에 있어 오류의 발생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자에게서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폐암의 오진율은 얼마나 되나요?
폐암을 확진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조직검사가 쉽지 않습니다. 조직검사는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하거나 CT로 종양의 위치를 조준해 밖에서 가는 바늘로 종양 조직의 일부를 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폐암 위치가 기관지에서 멀고 주변에 혈관이 많다면 조직을 채취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부작용으로 기흉이 생기거나 큰 혈관을 찔러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세포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세포검사는 폐 조직을 떼지 않고, 객담(가래), 흉수(흉막강 내 액체) 등의 검체를 이용해 암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검사입니다.
세포검사는 조직검사보다 정확도는 조금 떨어집니다. 조직검사, 세포검사를 모두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가슴을 열고 수술한 뒤에서야 폐암을 확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암을 진단받은 일부 환자는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왔다고 해도 ‘오진이 아닐까’ 의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왔다면 100% 암입니다. 조직검사가 쉽지 않아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는데, 암인 경우는 있습니다.
폐암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가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나요?
폐암 환자는 EGFR, ALK 등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라 항암제의 선택이나 치료 효과가 다릅니다. 유전자변이에 따라서 종양 특성이 서로 다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모든 폐암 환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유전자 검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폐암 환자가 제한돼 있지만, 정부에서는 모든 폐암 환자가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폐암 종양표지자 검사의 정확도는요?
종양표지자는 암이 생겼을 때 혈액 내에서 암의 크기 증가 혹은 감소에 따라서 변화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현재 폐암에서는 carcinoembryonic antigen(CEA), squamous cell carcinoma antigen(SCC-Ag), Cyfra 21-1, neuron specific enolase(NSE) 등이 종양표지자로 사용되고 있지만 암이 아닌 양성질환에서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조기 폐암이 있어도 혈액 내에서 증가하는 정도가 미미해 폐암 조기진단에 적용하는 데 적합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조기진단 목적으로 종양표지자 사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폐암의 치료
폐암이 암 사망률 1위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렇게 독한 암인가요?
201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폐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 4위이지만 사망률은 1위입니다. 폐암의 발병 순위보다 사망 순위가 높다는 것은 결국 완치가 가능한 조기에 폐암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고, 좀 늦게 발견하면 치료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최근 들어서 폐암 조기진단에 저선량 CT를 이용하고 있지만, CT 촬영 시 흔히 발견되는 폐결절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쉽게 감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비흡연자 폐암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흡연자에게서 폐암 선별검사 방법이 없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면역치료제, 표적치료제 등 치료법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왔지만 아직 진행된 폐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없다는 것도 한계입니다.
폐암이 재발률이 50%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재발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폐암은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수술로 폐암을 절제해도 우리 몸에는 미세하게 전이된 폐암세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1A 병기를 제외한 모든 수술 가능 병기에서는 수술 후 항암화학치료를 해야 합니다.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기는 80~90%, 2기는 65~73%, 3기는 24~41%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암 5년 생존율은 11.3%(1993~1995년)에서 23.5%(2009~2013년)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생존율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요?
저선량 CT가 보편화됨에 따라 폐암 조기진단이 수월해졌고, 표적치료제 등 신약 개발, 효과적인 바이오마커 개발, 수술 방법 및 방사선 치료법의 발전, 치료 부작용의 효율적 관리 등 때문에 폐암 생존율은 향상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암과 비교하면 생존율은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폐암은 유전자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한가요? EGFR, ALK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각각 효과가 있는 항암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폐암 환자 중에 EGFR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는 1세대 치료제인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과 엘로티닙(상품명: 타세바)과 2세대 치료제로는 아파티닙(상품명: 지오트립)을 투여합니다. 이런 약은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70%에게서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약 9~12개월이지나면 약제내성이 발생합니다. 약제내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 올무티닙(상품명: 올리타) 등 3세대 EGFR 억제제가 개발돼 사용중입니다.
ALK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는 ALK억제제로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이 있습니다. 잴코리 사용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제내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약제 내성을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새로운 ALK억제제들이 개발됐습니다. 세리티닙(상품명: 자이카디아)은 1차 치료제로 투여된 경우 72%, 이전에 약제내성을 보인 환자의 56%에게서 효과를 보였습니다.
항암제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완치는 불가능한가요?
불행하게도 아직 진행된 폐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항암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 비소세포폐암에서 세포독성 항암제 투여 후 암 크기가 30%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10명 중 3명 정도입니다. 반면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게 EGFR억제제를 투여하면 10명 중 7명에게서 암 크기가 30% 이상 감소합니다.
폐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 신약 개발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요?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우울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2004년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게 사용하던 EGFR억제제인 게피티닙의 바이오마커가 개발되면서 약제가 효과적인 환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이후 ALK억제제, 면역치료제 등이 개발되면서 특정 환자 군에서 생존기간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아울러 NGS 등 유전자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수 폐암 환자에게서 유전자변이를 확인하게 되었고, 유전자 변이를 조절하는 신약 개발로 폐암치료는 새로운 계기를 맞아하고 있습니다.
폐암 치료를 위해 병원 선택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문성이 구축돼 있어야 합니다. 내과, 흉부외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의 팀이 갖춰져 폐암 진료를 적절히 할 수 있는 병원이 좋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새로운 치료가 있을까 싶어 찾아 옮기는 것을 흔히 봅니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치료 기법이 국제화,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비방과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병원 간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의료쇼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의료비용 증가 및 환자의 치료환경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이 나에게 최고의 병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폐암의 예방
금연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서 금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 중, 금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패치, 껌, 비강분무제 등 니코틴 대체제가 있으며, 항우울제인 부프로피온(Bupropion)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챔픽스(바레니클린, Varenicline)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금연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폐에 좋은 식습관이 있나요?
폐를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한폐암학회에서 말기 폐암으로 진단받고 거의 완치에 이른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대부분 응답자들은 폐에 좋은 음식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연과 함께 균형 있는 영양섭취, 적절한 운동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 폐건강의 비결이 될 것입니다.
폐렴, 폐결핵, COPD 같은 다양한 폐질환이 있는데요. 이런 질환은 폐암과 전혀 상관없습니까?
폐렴, 폐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폐질환이 폐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염증이 지속되는 상황은 폐암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을 때 폐암 발병 위험이 2~3배 증가합니다.
폐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리법 세 가지를 알려주세요.
흡연하지 않고, 가능한 한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입니다.
폐암은 기관지나 폐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폐암 발생률은 남성의 경우 위암, 대장암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는 5위이다. 그러나 암 사망점유율에서는 남녀 모두 1위를 점하고 있어 가장 위협적인 암이라고 할 수 있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조기진단이 잘 안되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술적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1, 2기 환자가 전체 환자의 20%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80%는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치료도 어려워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1, 2기 환자라도 약 50%에서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폐암의 전체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간접흡연을 해도 폐암 발병이 1.5~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섬유화증 등과 같은 폐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류 정 선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 인하대병원에서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호흡기 공공전문진료 센터장으로 환자진료와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약물유전체센터에서 방문연구자로서 유전자와 항암제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폐암 진단 및 정밀치료와 관련해 보건산업진흥원 중점연구를 수행 중이며, 저산소 표적질환 연구센터(MRC) 핵심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폐암전문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oracic Oncology> 편집위원이며, 종양학 분야 최고 권위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등 국제 저명학술지에 7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이와 관련하여 세계폐암학회, 대한폐암학회, 대한암학회, 보건복지부 등에서 수상했다.
대한폐암학회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폐암 환우를 위한 책 《폐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발행하고, ‘폐암의 날’ 행사를 열어 환우와 아픔과 희망을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2000여 명의 폐암 환우와의 만남을 통한 배움을 엮어 수필집 《나의 환자, 나의 스승》을 출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