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센터 탐방]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 전문의 24시간 상주 시스템 갖춰 섬·산간 환자 위해 닥터헬기 운영 혈관 상태 나쁜 고령 협심증 환자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치료 가슴 절개 안 해 장기 손상 최소화
김모(77)씨는 10여 년 동안 협심증을 앓아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합병증까지 생겼다. 특히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의 판막이 점점 좁아지면서 호흡 곤란이 심해졌고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커졌다. 김씨는 가슴을 열고 낡은 판막을 새로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령인 데다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까지 진행된 상태라 수술의 위험성이 컸다.
고령의 환자는 혈관 상태가 나쁘면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도 가슴을 열어 판막을 교체하는 외과적 수술을 할 수 없다. 이때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부분에 미세한 구멍을 내 관을 삽입한 뒤 판막을 교체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한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 안태훈 센터장이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실시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씨 치료를 맡은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은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도했다. 혈관 상태가 나빠 가슴을 여는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시술이다. 김씨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가슴 절개 없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고령 환자도 안전
김씨처럼 고령인 데다 혈관 상태가 나쁜 환자는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거나 막혀도 가슴을 여는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약물치료를 선택하게 되는데, 약물치료는 수술보다 치료 효과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수술보다 안전하고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장 안태훈 교수는 "약물치료만 시행할 경우 1년 사망률은 50% 이상인데,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는다면 1년 사망률이 30%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은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부분에 미세한 구멍을 낸 뒤, 여기에 인공 판막을 입힌 관을 삽입해 낡은 판막을 새로운 판막으로 교체하는 시술이다. 가슴을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출혈이 적다. 시술 후 2~3일이면 회복해 일상으로의 복귀도 빠르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는 국내에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잘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인천에서 최초로 이 시술을 성공했고, 국내에서 이 시술이 가능한 의료 기관은 10곳이 채 안 된다.
안태훈 센터장이 시술 전 환자의 영상자료로 병변 부위를 확인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5개 과(科) 전문의 협진으로 맞춤 치료
길병원 심장혈관센터는 5개 진료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전문의 직접 보고 시스템'으로 운영돼 응급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강웅철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높은 사망률과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다학제 기반의 협진과 24시간 전문의 상주 시스템을 갖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관상동맥을 넓히는 중재술까지 걸리는 시간을 90분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센터도 평균 90분 이내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성과 덕분에 2010년 이후 매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성 심근경색 분야 평가에서 1등급을 받고 있다.
◇심혈관질환 골든타임 사수 위해 닥터헬기 운영
길병원은 1999년, 인구 300만이 넘는 인천광역시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응급환자 대응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갖췄다. 특히 2011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닥터헬기는 섬이나 산간 지역이 많은 인천의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닥터헬기에서 환자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미리 전달하기 때문에 이송된 환자는 병원 도착과 동시에 의료진의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위한 첨단장비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환자의 심장을 실제와 같은 입체영상으로 구현해 볼 수 있는 'EnSite NavX' 시스템은 심장혈관에 발생한 병변 부위를 의료진에게 정밀하게 보여준다. 심장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전극 도자 절제술 장비도 도입했는데, 이는 고주파 열에너지로 부정맥을 일으키는 전기전달 통로 일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치료 성과가 좋다. 최근에는 막힌 심장혈관에 사용하는 스텐트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안태훈 교수는 "생체분해성 스텐트를 개발해 조만간 임상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시술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녹기 때문에 스텐트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