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하루 아침에 사면(赦免)된 사연

편집장 레터

요즘 시중의 음식 관련 화제는 단연코 지방이 ‘사면’ 받은 이야기입니다. 그 동안 지방에게 내려진 죄는 보통 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망쳐온 대역죄였습니다. 이런 ‘역적’이 죄를 벗고 오히려 ‘애국지사’로 재평가되니 술자리이든, SNS이든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건 당연하지요. 특히 주목할 점은 불포화지방과 달리 나쁜 지방으로 분류되어 왔던 포화지방(삼겹살 등)이 면죄부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지난 4월 출간된 변역서 《지방의 역설》이었습니다. 이 책을 공동번역한 개원의사들은 책의 내용에 의학적 근거가 있다며 “자신들이 실제 따라해보니 놀랄만한 체중 감량과 건강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요 언론, 특히 MBC가 특집 프로그램 ‘지방의 누명’을 통해 관련 주장을 소개하면서 전국적으로 큰 반향이 일었습니다.

주장의 핵심은 고지방·저탄수화물 식(食), 즉 지방을 많이 먹고 탄수화물을 조금만 먹으면 체중이 감소하고 건강 상태도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정말 포화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될까요? <헬스조선>의 이번호 관련기사(34~43쪽)에서 보듯이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중 감량과 일부 성인병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수의 의사나 영양학자들은 ‘단기간에는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무턱대고 따라 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부분적인 효과는 인정하지만 장기간 지속가능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식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절대 따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음식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강에 탁월하다고 평가되어 오던 특정 식품이 어느날 새로운 연구를 통해 멀리해야 할 식품 리스트에 오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나오는 음식 관련 정보에 따라 우왕좌왕하면 우리의 건강도 중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식탁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한두 가지 식품이나 성분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도록 긴 세월 동안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쌀쌀해지는 11월입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헬스조선 편집장 김공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