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 오래 먹는 환자, 체내 부족해지는 영양소 챙겨야"

[헬스 톡톡] 美 수지 코헨 약사

영양소 빼앗는 약 '드럭 머거' 주의… 약이 체내 영양소 흡수·합성 방해
당뇨병 환자, 비타민B12 보충 필수… 고혈압약 먹으면 멜라토닌 섭취를

"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이 있어 약을 오래 복용해야 한다면, 그 약이 몸에서 부족하게 만드는 영양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반드시 보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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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장기간 먹으면 체내 영양소 결핍이 생긴다. 이를 ‘드럭 머거(drug mugger)’라고 하는데, 드럭 머거 개념을 최초로 만든 미국 수지 코헨 약사와 동국대약대 이지현 외래교수가 드럭 머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미국에서 '드럭 머거(drug mugger·영양소를 뺏는 약)'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 책을 발간, 세계 약학계에 화제를 불러모은 수지 코헨 약사의 말이다. 코헨 약사는 대한약사회의 초청으로 지난주 한국을 방문, 동국대약대 이지현 외래교수와 드럭 머거에 관해 논의했다.

약을 오래 복용하면 몸속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진다. 약이 몸에서 대사되면서 영양소를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거나, 흡수·합성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코헨 약사는 "약을 오래 복용할 수밖에 없는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당뇨병 환자의 80%가 처방받는 혈당강하제 '메타포르민'은 몸속 비타민B12 결핍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손발이 따끔거릴 수 있는데, 일부 환자는 이를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신경병증(높은 혈당 탓에 신경 손상이 생긴 것)으로 오진(誤診)받는다. 코헨 약사는 "비타민B12만 보충해줘도 증상이 금세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당뇨신경병증을 치료하는 불필요한 약을 하나 더 복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약인 '베타차단제'를 장복(長服)하면 체내 멜라토닌 양이 줄어든다. 베타차단제가 멜라토닌의 체내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어서 부족해지면 불면증을 유발한다. 코헨 약사는 "이때는 취침 전 1~3㎎의 멜라토닌을 섭취하고, 한 달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 의사의 동의 하에 4~5㎎으로 늘리라"고 말했다. 멜라토닌 대신 비타민B12를 보충해도 된다.

고지혈증약 '스타틴'을 장복하면 체내 코엔자임Q10 양이 줄어든다. 코헨 약사는 "스타틴은 간에서 지질이 합성되는 과정을 방해하는데, 코엔자임Q10은 이 지질 합성 과정 중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엔자임Q10은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해, 체내 코엔자임Q10이 부족해지면 심장·폐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흡곤란이, 근육·신경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육경련·통증이 나타난다. 이때는 코엔자임Q10을 하루 1~2번 50㎎씩 먹는 게 좋다.

위염에 주로 쓰이는 '위산분비억제제'도 주의해야 한다. 이 약을 먹으면 위산(胃酸)이 부족해져 음식물이 위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다. 때문에 비타민·미네랄 등 대부분의 영양소가 체내로 흡수되지 못해 종합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는 게 좋다. 코헨 약사는 "이외에도 변비약(칼륨 부족 유발), 피임약(비타민B2·B6 부족 유발) 등 무수히 많은 드럭 머거가 있다"고 말했다. 코헨 약사는 "약사가 따로 지도하지 않더라도 약을 복용 중인 환자부터 자신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무엇인지 알고 보충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