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10.25 11:13

여성 건강

‘나이 들면 다 그렇다’며 여성 폐경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폐경기 증상이 주는 삶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호르몬 치료다. 줄어드는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인위적인 보충이 몸에 나쁘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폐경기 호르몬 치료,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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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폐경기 호르몬 치료 왜 필요한가

여성은 보통 50세 전후로 생리가 끊긴다. 띄엄띄엄 생리가 지속되다 완전히 끊기면, 폐경(閉經)이라 부른다. 자궁이 ‘아이를 갖기 힘들다’고 판단해, 몸이 더 이상 임신을 준비하지 않는 것이다. 임신·출산과 관련한 여성호르몬 분비도 중단된다. 안면홍조, 우울증 등 폐경으로 인한 각종 증상은 이로부터 생긴다. 대한폐경학회가 전국의 45~65세 여성 2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5% 이상이 ‘폐경 증상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폐경 증상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한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호르몬 치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29.9%에 불과했고, 호르몬 치료가 폐경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9.2%였다. 대한폐경학회는 호르몬 치료를 폐경 여성 관리의 핵심이라 말한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장단점이 있지만, 현명하게 사용하면 부작용보다는 장점이 많아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매일 호르몬제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피부에 바르거나, 패치 형태를 붙이기도 한다. 질 속에 삽입하는 제제도 있다. 방법 외에 호르몬 종류도 여러 가지다. 에스트로겐만 보충하는 제제(ET),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천연·합성 모두 포함)을 첨가한 제제(EPT)가 있다. 프로게스토겐 대신 ‘바제독시펜(Bazedoxifene)’ 등 다른 성분을 넣은 제제도 있다. 복용 방법과 종류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김탁 교수는 “폐경 후 여성의 호르몬 치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간에 그만둘 수 있거나 평생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PART 2
폐경기 호르몬 치료의 장단점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살펴보았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가 100% 안전한 건 아니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단점>

자궁내막암 자궁 있는 여성이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장기간 보충하면 자궁내막암 위험이 4~8배 커진다. 자궁내막이 장기간 에스트로겐에 자극받으면 과도하게 증식할 수 있다. 실제로 자궁내막암의 원인 중 하나가 에스트로겐에 의한 자극이다. 자궁이 없으면서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 애초에 위험이 없다. 그러나 자궁이 있다면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가 아닌, 프로게스토겐 함유 제제를 써야 한다. 프로게스토겐이 들어간 에스트로겐 제제를 한 달에 12일 미만으로 투여할 때는, 자궁내막암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없다.

유방암 폐경 후 호르몬 치료는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가 아닌, 프로게스틴 함유 제제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국립보건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 병용요법을 7년 이상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유방암 발생률이 2배 가까이(복용 시 1000명당 1.8명, 복용 안 할 경우 1000명당 1명) 높았다. 영국 런던대 암연구소(ICR)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 병용요법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률이 2.74배 높았다. 15년 가까이 치료받은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3.27배 높았다. 해당 실험에서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을 받은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 병용요법을 받았어도, 1~2년 안에 그만둔 여성 역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뇌졸중 호르몬 종류와 상관없이 호르몬 치료는 허혈성뇌졸중(뇌경색) 위험을 높인다. 고용량 호르몬일수록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폐경 초기 여성은 비교적 허혈성뇌졸중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피하는 게 좋다.

정맥혈전증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 병용 치료는 정맥 속에 혈전(피떡)이 생기는 위험을 약 2배 증가시킨다.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고용량 호르몬일수록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호르몬 치료를 처음 시작한 1~2년 사이에 위험이 높으며, 그 이후에는 위험이 감소한다. 미국국립보건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은 혈전증 위험이 더 크다.


<장점>

호르몬 치료는 폐경으로 생기는 각종 증상을 완화·중단시켜 준다. 먼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분비의 중단·감소가 어떻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크게 5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성욕구 변화 비뇨생식기 변화와 별개로, 성욕구가 감소한다. 비뇨생식기의 변화에 따른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욕구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다. 오르가슴의 강도·빈도가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서 변화 에스트로겐은 우울한 기분과 관계 있어, 우울·불안증이 생길 수 있다. 신경과민, 정서불안, 집중력 결핍도 나타난다.

혈관성 변화 폐경이 온 여성들은 양볼이 빨갛게 변하고 화끈거려 견디기 힘들다는 증상을 곧잘 호소한다. 몸에서 비정상적인 열을 느끼는 혈관성 변화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폐경기 증상을 겪는 여성의 80%에서 나타난다. 시상하부에는 몸의 온도를 조절하는 체온조절중추가 있는데, 이 체온조절중추가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혈관성 변화는 얼굴에서 시작해, 목과 가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몸떨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수면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비뇨생식기 변화 생식기 세포층 두께가 감소돼 대음순, 소음순이 위축된다. 음모의 숱도 줄어든다. 질벽 두께는 얇아지고 질 분비물이 감소해 건조해진다. 이렇게 되면 성교할 때 생기는 마찰이나 자극으로 성교통(性交痛)이 나타난다. 요도 내 점막도 위축돼 요실금·세균성방광염·요도염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근골격계 변화 에스트로겐은 뼈를 형성하는 세포(조골세포)를 자극한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 뼈 재형성(뼈는 생기고 흡수되는 것을 반복한다)이 잘 되지않아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폐경 5~10년 후 여성의 25%는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이 생긴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위 다섯 가지 변화로 인한 각종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져 삶의 질이 향상된다. 제일병원 내과 임창훈 교수는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등 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치료를 중단할 만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최근에는 안면홍조 같은 증상완화 외에,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 등의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르몬 치료가 주는 다른 이점도 있다. 바로 당뇨병 예방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치료를 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12~35% 줄어든다. 임창훈 교수는 “최근에는 대장암의 발생 감소와 노인성 치매에도 사용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PART 3
호르몬 치료, 어떻게 해야 하나

1 시기를 잘 선택해라
호르몬 치료는 폐경이 된 직후 바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창훈 교수는 “폐경된 지 3년 이내에 투여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폐경으로 생기는 각종 불편 증상을 미리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금기인 사람이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호르몬 치료가 금기인 다섯 가지 경우가 있다. ▲진단이 안 된 질출혈 환자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과 관련된 질환자 ▲급성간질환이 있는 경우 ▲담낭질환이 있는 경우 ▲혈전색전증이 있는 경우다.

3 제제를 잘 선택한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반드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제제를 사용한다. 복합 제제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지만, 장기간(15년) 사용하지 않는 한 발생률 자체가 크지 않다. 단,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1~2년 단기간 사용, 저용량 사용, 대체요법 등 여러 방법을 전문의와 논의하는 게 좋다.

4 매일 비슷한 시간에 투약한다
호르몬 제제를 매일 먹어야 한다면, 비슷한 시간에 먹도록 하자. 호르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식품이 약을 대체할 순 없다
호르몬 치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권해도 약 대신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풍부한 콩, 칡 등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식품이 약을 대체할 순 없다. 호르몬 제제에 비해 효과가 적고, 상황에 따라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식품 섭취로 증상 완화를 노리고 싶다면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하자.

6 이상증상이 지속되면 검사 필요
호르몬 치료 초기에는 유방이 묵직하게 느껴지거나, 미미한 출혈(하혈)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초기에 잠깐 나타나는 건 큰 상관이 없다. 출혈이 계속된다면 자궁내막암 등 이상소견이 생겼는지 추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TIP. 폐경기와 갱년기, 무엇이 다른가요?
갱년기(更年期)는 폐경 전 생식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폐경 후 생식능력이 없는 상태로 바뀌는 과도기를 의미한다. 갱년기에는 배란이나 월경 등의 생리현상이 불규칙해지다, 폐경기가 되면 생리가 완전히 끊긴다. 최근에는 폐경기와 갱년기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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