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10.15 09:20

산 오르기,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단풍이 화려한 가을을 맞아 등산을 계획 중인 사람이 많다. 하지만 등산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등산이 꼭 필요한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건강한 산행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단풍이 화려한 가을을 맞아 등산을 계획 중인 사람이 많다. 하지만 등산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단풍이 화려한 가을을 맞아 등산을 계획 중인 사람이 많다. 하지만 등산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PART 1. 산행이 약 되는 사람
산행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심장과 호흡기 기능을 높이는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낸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권장되지만, 특정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유독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당뇨병 있는 사람
등산을 하면 체내 혈당이 잘 줄어든다. 제일병원 내과 윤현구 교수는 “등산은 몸의 전반적인 근육량을 늘린다”며 “늘어난 근육이 당을 활발하게 사용하면서 혈당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도당은 몸속 장기와 조직에 쓰이고, 마지막으로 근육 세포에 전달돼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근육은 몸속 여러 장기와 조직 중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특히 전체 몸 근육의 3분의 2 이상이 몰려 있는 허벅지근육이 단련되면 당 소비량이 크게 줄 수 있는데, 산행은 허벅지를 포함해 하체근육을 특히 단련하는 효과가 있다.

TIP 식사 1~2시간 후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주입하고, 그로부터 1시간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게 좋다. 혈당이 100mg/dL 미만이면 등산을 삼간다. 저혈당이 돼 혼수상태로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저혈당에 대비해 자가혈당측정계를 챙겨 가고, 사탕·초콜릿·음료수 등 당분이 많은 비상식량을 준비해 간다.

 

심하지 않은 골다공증 겪는 사람
등산은 우리 몸이 체중으로 인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체중부하’ 운동이다. 뼈는 물리적 압력을 받았을 때 조골세포(뼈를 만드는 세포)가 활발해져 튼튼해진다. 따라서 산행은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환자들이 뼈 건강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덕환 교수는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심각한 골다공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뼈가 약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산행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TIP 갱년기 이후의 비만한 여성은 산행하기 전에 병원에서 산행 여부를 상담 받는 게 좋다. 이때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뼈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데, 체중까지 과한 경우 뼈가 약해져졌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X선 촬영 등 간단한 진단으로 골밀도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골밀도가 낮다고 의심될 때 구체적인 골밀도 검사를 진행한다.

 

우울증 있는 사람
자연 속에서는 특정 사물이나 행위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된다. 실제 등산 활동을 포함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알코올 중독자나 우울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연구가 많다. 등산한 다음날에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긴장을 푸는 엔도르핀 분비량이 등산 전보다 10~20% 늘어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도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숲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상쾌한 향이 피톤치드 향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의 실험 결과, 우울증 환자를 병원에서만 치료하는 것보다는 숲속에서 치료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었다.

 

PART 2. 산행이 독 되는 사람

허리 통증 있는 사람
허리 통증이 있다면 무턱대고 산행을 시작하면 안 된다. 허리 통증은 관절 주위 근육, 인대, 관절낭 등이 굳은 탓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등산을 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등산이 척추를 지지하는 허리와 하체 근육을 강화해 허리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산행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단, 산행을 해도 무리가 없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은 후 산에 올라야 한다.

TIP 산행을 하더라도, 흙이 깔려 있고 경사가 완만한 3km 미만의 길을 1시간 이내로 산책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무릎관절염 심한 사람
산행을 하면 몸의 하중이 무릎 관절에 집중적으로 가해져 관절이 쉽게 닳는다. 따라서 평지를 걷는 것조차 힘든 중증 관절염 환자는 산행을 피해야 한다. 통증이 심한데도 이를 낫게 하겠다며 산행을 시도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단, 평지를 걷는 게 무리가 없다면 관절염이 있어도 느린 속도로 등산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TIP 산행을 하더라도 양손에 등산용 스틱을 짚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등산용 스틱은 발에 의존하는 하중을 30% 정도 팔로 분산시킨다.

 

심실성빈맥이거나 심근경색 경험 1년 이내인 사람
심실성빈맥이 있는 사람은 산행을 하면 안 된다. 빈맥은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를 넘는 것인데, 심실빈백은 그중에서도 심실의 문제로 빈맥이 생기는 것이다. 심실빈맥이 있으면 조금만 숨이 차도 심장마비가 생길 위험이 있어 악성 부정맥으로 분류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홍경표 교수는 “심실성빈백이 있으면 잠깐 뛰는 것도 심장에 큰 무리를 준다”며 “산행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지 1년이 채 안 된 사람은 산행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아주 약한 강도로 해야 한다. 홍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는 보통 증상이 생기고 1년이 지나야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경표 교수는 “심장병이 있어도 자기 체력의 50~70% 정도만 사용해 산행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산행 중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경표 교수는 “심장병이 있어도 자기 체력의 50~70% 정도만 사용해 산행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산행 중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심장병이 있으면 산행은 무조건 금물일까?
홍경표 교수는 “심장병이 있어도 자기 체력의 50~70% 정도만 사용해 산행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산행 중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를 받아서 구체적으로 체력 관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는 트레드밀을 걸으면서 자신의 1분당 심박수를 체크하는 것이다. 검사 중 숨이 차 못 걸을 정도의 1분당 심박수가 자신의 최대치 맥박이다. 반대로 운동하지 않는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 1분당 맥박은 안정 시 맥박이다. 최대치 맥박이 180이고, 안정 시 맥박이 60이면, 180에서 60을 뺀 값의 50~70% 정도로 맥박을 유지하면서 산행하는 게 안전하다.

최저 혈압이 110mmHg, 최고 혈압이 180mmHg 이상이면 등산하지 않아야 하고, 등산 중 가슴이 아프거나 숨이 차면 즉시 산행을 멈추거나 강도를 줄여야 한다. 홍경표 교수는 “심장병 환자 중 운동을 세게 할수록 심장이 더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중강도 운동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욕심을 내지 말라”고 말했다.

 

산행할 때는 제대로 걷는 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지를 걸을 때는 발뒤꿈치부터 딛는 게 옳지만, 산행을 할 때는 발전체를 지면에 디뎌야 한다.
산행할 때는 제대로 걷는 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지를 걸을 때는 발뒤꿈치부터 딛는 게 옳지만, 산행을 할 때는 발전체를 지면에 디뎌야 한다.

PART 3. 건강하게 산행하는 법

뒤꿈치가 아닌 발전체로 땅 짚기
산행할 때는 제대로 걷는 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지를 걸을 때는 발뒤꿈치부터 딛는 게 옳지만, 산행을 할 때는 발전체를 지면에 디뎌야 한다. 그래야 몸의 하중이 발에 고르게 분산된다. 발 앞부분에만 체중을 실어 걸으면 다리근육에 무리가 가고 체력 소모도 빨라진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앞에서 보았을 때 무릎과 가슴의 중앙이 일직선상에 위치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발을 내딛을 때는 무릎을 구부리고, 경사가 심한 경우에는 곧바로 내려오기보다 사선으로 내려온다.

지치기 전에 쉬고, 배낭 벗지 않기
호흡이 가빠진다 싶으면 바로 쉬어야 한다. 몸이 완전히 지치면 휴식을 취해도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 쉴 때는 배낭을 벗지 않고 나무나 바위에 기댄 채 쉰다. 초보자는 30분 걷고 10분, 숙련된 사람은 50분 걷고 10분 쉬는 게 좋다.

양손에 산행용 스틱 짚기
산행을 할 때는 양손에 스틱을 짚는 게 무릎 건강에 좋다. 특히 무릎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는 하산 시에는 양손에 스틱을 짚도록 한다. 홍경표 교수는 “스틱을 들고 움직이는 동작으로 인해 어깨운동이 같이 이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틱은 땅에 대고 짚었을 때 팔꿈치가 90도로 접히는 정도의 길이를 쓰면 된다.

음식·물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마시기
산행 중에는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기보다 자주 나누어서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산소가 필요해져 안 그래도 부족한 산소량을 더 부족하게 만든다. 그래서 평소보다 체력이 빨리 소모된다. 음식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주, 조금씩 먹어야 한다. 물 역시 조금씩 여러 차례 나눠 먹는 게 좋으며, 등산 시작 15분 전에 물 한 컵을 마신다. 땀이나 호흡 등으로 빠져나갈 수분을 미리 보충해주는 것이다.

산행 도중 술 마시지 않기
산행 중에 술을 마시면 소변량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탈수가 생기기 쉽다. 또한 실족으로 인한 추락사의 위험이 커지며, 하산 시 다리가 풀려 넘어질 수도 있다.

 

건강한 가을 산행 Tip
가을에는 일교차가 심해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따라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기온 변화에 따라 옷을 입고 벗기 쉽게 한다. 또 해가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일몰 전늦지 않게 하산해야 한다.

가을에는 안개가 자주 발생해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기 쉽다. 길을 찾지 못할 정도로 안개가 심할 때는 제자리에서 119 구조 요청을 한다. 또 쯔쯔가무시병, 신증후성출혈열 같은 발열성 질환이 유행하기 때문에 산길에 앉을 때는 깔판이나 신문지를 사용한다. 맨살이나 맨발로 풀을 밟는 것은 삼간다. 산행 후 열, 오한, 근육통 같은 감기 증세가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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