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신개념 경희대 암병원
'인간다움' 추구… 2018년 개원
미술·음악 등 예술 치료 도입… '환자 중심' 설계로 편안함 높여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의료계가 암환자의 삶 관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2018년 5월 문을 열 예정인 경희대병원 암병원은 구상 단계부터 '환자의 삶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암환자 삶의 질까지 보장해줘야 진정한 암치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암병원설립추진본부 이길연 사무국장(외과 교수)은 "암이라는 질병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치료하자는 것이 암병원 설립 취지"라며 "단순한 질병 치료가 아닌 인간 삶의 치유와 회복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암환자들의 삶까지 치유
경희대 암병원의 이름은 '인간다움'을 뜻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다. 암이란 질병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인간다운 의학을 실천해야 한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암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상실에서 오는 소외감, 그리고 죽음의 공포로 인한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인 고통도 크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정신적인 아픔까지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음악의 리듬은 몸 안에 엔돌핀을 분비시켜 통증과 불안감을 줄이고, 미술치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환자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준다. 경희대 암병원도 음악치료에 무용을 더한 힐링댄스,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 가발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스타일링 클래스, 힐링 걷기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길연 교수는 "통상적인 암치료 이후 환자의 삶, 가족관계 회복까지 아우르는 삶의 질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인간다움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다움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도 최상의 암치료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 의료진이 모여 암 종류,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의료진이 암환자의 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다학제 진료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 진료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학제 진료에는 내·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종양혈액내과 전문의 등이 참여한다. 경희대 암병원은 초진 환자의 경우 2일 내 검사를 마치고 암종별 다학제 진료팀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치료방법을 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길연 교수는 "동일한 암이라도 환자에 따라 발생 원인, 증상, 유전 여부 등이 모두 달라 의사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개개인을 중심에 놓고 암을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암병원은 정밀 암치료를 위한 연구소를 신설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암병원인 '로열 마스덴'과의 공동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햇빛 닮은 조명… 복도 곳곳엔 명화
환자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병원 공간도 단순 질병을 치료하는 장소에서 탈피했다. 환자의 치료는 의료적인 것 외에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시설환경도 환자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로비 면적을 여유있게 설계하는 것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 외의 긍정적 심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환자 동선 역시 최소화했다.
경희대 암병원은 이노디자인과 함께 복도 곳곳에 대형 스크린으로 세계적 화가들의 명화를 전시하고, 햇빛과 유사한 조명을 사용해 환자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길연 교수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료를 받고 나갈 때까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환자 친화적 의료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