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혈압, 심장에 직격탄… 한 번만 짜게 먹어도 위험

입력 2016.09.28 08:34

고혈압 사망률 70세 미만의 70배
펌프질 때 강한 힘써 심장 손상… 심부전 일으켜 사망 위험 높여
저염식·운동으로 혈관에 탄력을

고혈압 인지율이 높아지며 환자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여전히 노인 고혈압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70세 미만 고혈압 환자는 2011년 383만7690명에서 2015년 399만9746명으로, 4년 새 4% 늘었다. 하지만, 7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2011년 151만5632명에서 2015년 179만6722명으로 같은 기간 19% 늘었다. 증가율을 따지면 5배 정도 되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왕수 교수는 "고령 인구가 늘어난 탓"이라며 "나이가 들면 혈관이 노화하기 때문에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던 사람도 고혈압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노인 고혈압은 심부전·심근허혈증 등을 직접적으로 일으켜 사망 위험을 높인다.
노인 고혈압은 심부전·심근허혈증 등을 직접적으로 일으켜 사망 위험을 높인다. 노인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저염식 등을 해서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문제는 노인 고혈압이 심장을 직접적으로 망가뜨려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철호 교수는 "노인 고혈압은 심장이 뛸 때마다 힘을 많이 쓰게 만들고, 혈액이 심장에 제대로 못 돌아오게 막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부전·심근허혈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수축기혈압만 높고 이완기는 정상

중년층의 고혈압은 대부분 수축기혈압 150㎜Hg·이완기혈압 110㎜Hg처럼 둘 다 높은 상태이다. 하지만 노인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은 160㎜Hg 이상으로 높으면서 이완기혈압은 80~95㎜Hg 정도로 정상이거나 약간 높아져 있는 특징이 있다. 이를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라고 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의하면, 노인 인구 중 5~50%가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 60세 이상 성인 중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 환자는 29.4%에 달했지만, 59세 이하에서는 1.8~6%에 불과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하종원 교수는 "노인 고혈압 환자에게서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 많은 이유는 혈관 노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노인은 중장년과 달리 혈관이 딱딱해져 있어서, 피가 흐르다가 혈관 벽에 부딪치면 강한 압력이 생긴다. 마치 공이 딱딱한 벽에 부딪치면 스펀지에 부딪쳤을 때보다 빠르고 강하게 튕겨 나오는 것과 같다. 심장은 이 압력을 견뎌내면서 다시 피를 짜내야 하기 때문에 매번 강한 힘을 써야 하므로 수축기혈압이 높다. 반면, 혈관이 딱딱해서 피를 위로 올려보내는 힘이 약하므로 이완기혈압은 낮다.

심장 망가뜨려 사망률 높아

고혈압 환자 증가 추이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이 생기기 쉬운 상태를 초래하지만, 그 자체로 심장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고혈압은 혈관을 바람이 가득 차 있는 풍선처럼 만들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터지는 상태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심장을 망가뜨린다. 하종원 교수는 "노인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마다 강한 힘을 쓰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지쳐서 기능이 떨어지다가 아예 망가진다"고 말했다. 2008년 고혈압저널에 실린 이탈리아 연구에 의하면, 19만3424명 중 28.9%(7171명)에서 심부전이 나타났는데, 발병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니 65세 이상이 65세 미만의 3배였다. 심부전이 있으면 진단 후 4년 내 3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심근허혈증도 생길 수 있다. 이완기혈압이 낮아서 심장으로 피가 충분량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근허혈증이 계속되면 심장이 저산소증에 빠지고 근육에 독소가 쌓여 심장이 망가진다. 노인 고혈압은 중장년의 고혈압보다 치명적이며 사망률도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77.6명으로, 70세 미만의 사망률인 0.86의 70배 정도이다.(2014년)

저염식, 중장년층보다 철저히 지켜야

노인 고혈압을 치료할 때는 이완기혈압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완기혈압이 80~90㎜Hg 미만으로 지나치게 떨어지면, 실신·어지럼증·심근허혈증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노인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저염식,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으로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왕수 교수는 "노인은 중장년보다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노인은 몸의 항상성이 떨어져 있어서, 한 번만 짜게 먹어도 상대적으로 혈관이 크게 타격을 입어 쉽게 딱딱해지고 혈압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축기혈압·이완기혈압

수축기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짜낼 때 혈액이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 이완기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완할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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