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떨어지고 매사에 무기력하면 '직장인 우울증' 의심

건망증 생기고 분노·짜증도 심해… 대인관계 갈등이 가장 큰 영향
환자 57%, 퇴직 또는 휴직 선택… 슬픈 영화 감상·심호흡하면 도움

영업사원 임모(34·경기 분당)씨는 요즘 팀원들로부터 매일 "무슨 일 있느냐"는 말을 듣는다. 입사 초기에는 핵심 인재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업무 성과도 좋고 열정이 넘쳤다. 그런데, 1년여 전부터 성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3달 전부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무기력했고,수시로 짜증과 분노가 치솟았다. 동료들과 10분 이상 대화하기도 어려웠다. 임씨는 최근 정기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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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보다 성과 저하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질병 조기 발견·치료가 어렵다. 예방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슬픈 영화를 보고, 업무 시간 중 수시로 심호흡 하는 등 지친 뇌와 마음을 충전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장인 중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팀이 지난해 1~7월 중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시행한 사람 중 직장인 9만5079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이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남성 중 2.4%가, 여성 중 8%가 우울증 환자였다.

임세원 교수는 "직장인 우울증 환자는 우울한 감정보다는 성과 저하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환자 상당수가 자신이 우울한 줄도 모르기 때문에 우울증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 직장인 우울증 특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과 저하·무기력증으로 먼저 나타나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 중 상당수는 자신이 우울한지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우울 증상보다는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고, 업무 중 실수가 잦아지고, 마감 일자를 맞추지 못하는 등 성과 저하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기분도 무기력증, 분노·짜증이 크게 느껴진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집중력과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상사 눈치를 보는 것이 급해서 자신의 기분을 살필 여유가 없는 탓"이라며 "우울하다거나 우울증 같다며 병원을 찾는 직장인은 드물고, 건망증·피로·불면증 심하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40~50대 직장인에게 특히 잘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분노·짜증도 느껴지지 않고 감정 자체가 사라진다. 윤 교수는 "뇌의 감정 기능이 예민해져서 분노·짜증이 솟구치다가, 아예 망가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우울증을 방치하면 건망증 등 인지 기능 저하부터 퇴사로 인한 경제적 부담, 이혼 등의 사회적 문제가 나타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4년 16~64세 직장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인식과 현황을 살폈더니, 우울증 환자의 47%가 인지장애를 겪고 있었고, 우울증 발병 전후의 업무 수행도는 평균 26%에서 6%로 떨어졌다. 우울증 진단 후 26%는 퇴직했고, 31%는 휴직했다.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

직장인 우울증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임세원 교수는 "본래 활발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던 성격이라도, 상사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 들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직장 스트레스 중 우울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인관계 갈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이 최근 직장인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직장에서 스트레스 유발하는 요인별 부담감을 조사·비교했더니,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 문화 등보다 '대인관계 갈등'이 가장 크게 우울·불안 증상을 유발했다.

◇영화 감상 등 문화생활 즐겨야

직장인 우울증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살펴야 한다. 윤대현 교수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꾸준히 받으면 마음·정신 에너지가 고갈된 번아웃증후군 상태가 되기 쉽다"며 "번아웃증후군을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쉽게 악화되므로 지친 뇌와 마음을 충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업무 시간 중에는 수시로 심호흡을 하고, 식사 때는 음식의 색깔과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 좋다. 여가 시간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슬픈 영화를 보거나 친한 사람과 수다를 떨고, 틈날 때마다 시를 읽는 것이 좋다.

직장인 우울증은 당장 우울한 기분을 줄일 수 있는 약물, 인지 상담 등으로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