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1명씩 사망하는 폐암…
진료실에서 폐암환자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과 마주하게 돼 늘 마음이 무겁다. 폐암은 최근 약 10년간 전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폐암은 다른 부위로 전이가 쉽고, 별 다른 증상이 없어서 대부분 병이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는 일이 빈번하다. 따라서 수술 등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치료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지난 4월 면역항암제의 국내 폐암 적응증 허가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치료불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기대 여명이 1년 미만에 불과했는데,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경우 10명 중2명이 효과를 보였다. 특히, 종양 조직의 PD-L1 발현이 50% 이상인 경우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았을 때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하여 생존율이 약 50% 개선된 것이 입증되었다.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폐암 환자들이 살 수 있는 확률이나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희망이 더 커진 셈이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으로, 기존 항암제가 가지고 있던 구토, 감염 등의 부작용 및 내성 발현의 문제를 현저히 줄였다. 또한 인체 면역 시스템의 기억능을 이용하는 항암제이므로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새로운 차원의 혁신적인 치료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단, 모든 환자들이 다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내가 면역항암제에 효과를 보일지 아닐지 예측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종양 조직에서 PD-L1의 발현을 확인하는 것이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PD-L1 발현율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지미카터 살린 항암제로도 유명한 한 면역항암제 임상 연구에 따르면, PD-L1 발현이 50% 이상인 환자는 PD-L1 발현이 낮은 환자에 비해 4배 이상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PD-L1 발현 검사를 통해 50% 이상임이 확인되어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한 환자의 경우, 3회 투약 후에 폐암 종양이 절반 정도 감소하였고 이 후 지속적인 투여로 현재 종양의 약 90%가 감소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환자 역시 최근 운동을 다닐 정도로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폐암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바로 보험 급여다.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들도 고가의 치료 비용 때문에 선뜻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 고문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보험 체계인 국내 상황상 모든 환자들을 위해 면역항암제의 95%를 온 국민이 부담하는 것도 효율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좀 더 좋은 효과가 예측되는 환자군 (예를 들어 PD-L1 발현 50% 이상) 대상, 또는 본인 부담금 5%이상으로 상향 조정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적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국내에서 전이성 폐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한 연구에서 1차 치료제로 세포독성 항암제 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 받아 폐암 정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전체 암 중 폐암 사망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폐암 환자가 더 이상 희망고문 당하지 않게, 암 극복 열쇠를 손에 쥘 수 있는 현실적 방안과 환경이 어서 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