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미미한 경우 노화 탓 방치 호흡곤란·기침 증상 나타나기도 진단 늦어지면 간·폐 질환 위험 관절 양쪽 동시에 아프면 의심
주부 이모(67·충북 청주)씨는 지난해부터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쑤셨다. 노화 탓이라 여겼는데, 최근 장을 보러 가던 중 갑자기 숨을 헐떡거릴 정도의 호흡곤란 증상을 겪었다. 이씨는 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겨 호흡기내과를 찾았다. 그런데, 이씨가 손을 주무르는 것을 본 주치의는 류마티스관절염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씨는 류마티스내과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폐 질환까지 생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흔히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이 심하게 아파야 의심할 수 있는 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씨처럼 관절 증상은 심하지 않으면서, 폐·간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이 탓에 류마티스관절염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병을 진단받는 사례가 있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중 5% 정도는 다른 병인 줄 알고 호흡기내과 등에 갔다가 류마티스관절염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관절 통증이 경미해서 노화 탓이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유독 손가락·무릎 등 관절이 뻣뻣하고, 양쪽 관절이 모두 아프면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관절 증상 약해 병 모를 수도
류마티스관절염이 있는데 관절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상태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중 상당수는 10여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경미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병이 빨리 진행되는데도 통증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병이 천천히 진행되는지, 통증이 미약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평소 스테로이드성분의 진통제를 자주 먹는 경우 통증·염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돼, 류마티스관절염 증상을 잘 못 느낄 수 있다.
관절 증상이 미미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퇴행성관절염과 헷갈리는 탓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20% 정도는 이미 활막(관절을 싸고 있는 막)을 넘어 뼈까지 망가진 뒤에야 병을 진단받는다고 한다.
◇방치하면 간·폐·심장 질환 생겨
류마티스관절염을 방치하면 전혀 다른 병인 간질성 폐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이 있으면 T세포 등 면역세포가 망가져 몸속 정상 조직인 활막을 공격한다. 손상된 활막은 염증 물질을 내뿜어 관절뼈·연골 등을 망가뜨린다. 이 과정에서 몸속에 염증이 많아지고, 염증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폐·간·장 등을 침범해 망가뜨리는 것이다.
동맥경화증의 위험도 급증한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40%가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찬범 교수는 "온몸 염증 수치가 높아진 탓에 혈관에 있는 혈관내피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혈관내피세포는 정상적인 혈관 탄력을 유지하게 하며 혈액이 잘 순환하도록 만드는데, 이것이 손상되면 혈관 내 염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혈관이 좁아진다. 최상태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증상 완화도 잘 되고 이런 합병증 위험도 줄어든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병을 조절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절 아프고 붓고 뜨거우면 의심해야
류마티스관절염을 조기 발견하려면 관절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로 40~50대에 흔하므로, 이때 관절이 아프면 단순 노화로 치부하지 말고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며 관절 건강에 신경 쓰는데도 관절이 아프면, 강도가 약해도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류마티스관절염이 있으면 아침에 손가락, 무릎 등 관절이 뻣뻣해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관절이 부어오르거나, 아픈 부분을 만졌을 때 뜨거운 증상이 나타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한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반해 류마티스관절염은 양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