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8.26 10:17

헬스 앤 이슈

뿌연시야의 운전석

최근 부산에서 뇌전증 환자가 차를 몰다 사고를 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가해자인 김모(52)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을 진단받았다. 사고 동영상을 확인한 전문의들의 견해를 토대로 이번 사고가 김씨의 뇌전증 증상 탓이 아닌 것같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지만, 뇌전증 환자라면 반드시 운전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42조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치매, 정신분열병(조현병), 분열형 정동장애(情動障碍), 양극성 정동장애, 재발성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 정신발육지연, 뇌전증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은 운전면허증 발급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 언급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질환 외에도 뇌전증을 포함해 평소 큰 이상이 없지만 운전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또 병은 아니지만 몸 상태에 따라 운전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 질환과 상황을 알아봤다.


뇌전증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병이다. 중추신경계 발달장애나 뇌졸중 등에 의한 뇌신경의 과민 반응으로 뇌가 흥분해 발생한다. 정신을 잃고 온몸이 뻣뻣해졌다가 부들부들 떨리기도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푹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뇌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줄이거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늘리는 등의 약을 쓰면 발작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약을 한 번만 걸러도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이영배 교수는 "뇌전증 진단을 받았어도,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1~2년 이상 증상이 없어 운전해도 된다고 안정한 사람들 외에는 약을 못 먹은 상황에서 운전은 무조건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당뇨병(저혈당)

당뇨병 환자는 혈당 낮추는 약을 먹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저혈당은 정신을 잃게 할 수 있어 문제다. 인하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소헌 교수는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체내 인슐린을 증가시키는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 저혈당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며 “사탕이나 설탕물, 주스 등을 항상 준비해 저혈당 의심 증상이 보이면 바로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혈당 의심 증상은 식은땀이 나고, 어지럽고, 허기진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자가혈당측정기를 차에 비치해 저혈당 유사 증상이 나타날 때 차를 세우고 즉시 체크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면증

기면증은 낮에 과도하게 졸립고 자신도 모르게 쉽게 잠에 빠져드는 증상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줄어 각성과 수면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생긴다. 이 물질이 왜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면증은 15~35세 청소년·성인에게 흔하며, 성인의 0.02~0.16%가 앓는다고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 기면증을 진단받는환자는 3500명 정도인데, 전문가들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배 교수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면 운전은 무조건 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부족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교통사고의 가장 흔한 원인이 졸음운전(22.5%)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졸음운전은 수면부족 탓에 생기기 쉽다”며 “기면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배교수는 “특정 질환이 없더라도 자신이 충분한 잠을 자지못한 상황이라면 일단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항히스타민제(감기약·두드러기약·멀미약 등) 먹은 후

졸림을 유발하는 약제가 있다. 이런 약을 먹으면 졸음운전으로 이어지기 쉬워 주의해야 하는데, 주로 항(抗)히스타민 성분이 졸음을 유발한다. 히스타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해 뇌를 각성 시킨다.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는 항히스타민제제는 히스타민이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게 해 뇌의 각성을 강하게 막음으로써 오히려 졸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감기약, 기침약, 두드러기약, 멀미약 등에 주로 들어 있어, 이런 약을 먹을 때는 약 성분표를 보고 항히스타민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