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 ‘제약 강국 한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국내 제약사, 신약 960종 연구·개발 중…

국내 제약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이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나 증가했고, 수조원대의 기술 수출도 이뤄졌다. 정부 또한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섰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을 만나 국내 제약업계의 현안과 글로벌화 전략 등을 들어봤다. 한국제약협회는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범했으며, 현재 202개의 국내 주요 제약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영향력 있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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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

국내 제약산업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총생산액 대비 의약품 등 총생산액은 2005년 5.35%에서 2014년 4.39%로 줄어들었다. 제약 분야가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는 의미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국내 의약품 등 생산액’은 연평균 1.85% 성장에 그쳤다.

이처럼 변변찮은 내수 실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산업이 재조명받고 있다. 세계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한 덕분이다. 최근 5년간 의약품 수출액은 연평균 14%로 크게 증가해왔다. 지난해에는 22% 급신장했으며, 수출액은 3조3348억원이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와 약 4조 8000억원의 당뇨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제약사들은 총 26건, 9조원대의 기술 수출을 이뤘다. 올해 상반기에도 크고 작은 기술 수출이 이어져 지난 6월 현재 6000억원 이상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업계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협회에서 이경호 회장을 인터뷰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인제대학교 총장을 거쳐 2010년 2월 한국제약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접견실 벽면의 신약보국(新藥輔國), 즉 ‘새로운 약으로 국가를 돕는다’는 의미의 한자를 담은 액자가 요즘 제약업계의 ‘화두’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듯했다.

 

세계 제약시장 1200조원… 자동차시장보다 2배 더 커

제약업계가 가장 관심 가지는 것은 신약 개발입니까?
“우리나라는 제약 후발주자로서 오리지널(신약)이 아니라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발전해왔어요. 그러나 우리나라도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신약을 개발해야 합니다. 전 세계 제약산업의 규모가 연 약 1200조원입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더 클 것 같지만 자동차는 600조원, 반도체는 400조원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거대한 세계 제약시장의 60%를, 제약 선진국인 미국, 스위스, 일본 등의 50여 개 대형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산업적인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을 반드시 해야죠. 90년대 초반부터 제약협회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 27개의 신약을 개발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나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죠.”

국내 제약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기간 성장 속도가 느렸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봅니까?
“의약품 시장 규모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10조원 규모였는데 지금은 20조원이니 시장 자체는 많이 커졌다고 봐요. 그러나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고 다른 산업에 비해 정체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IT산업 같은 경우 기술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 결과가 돌아오지만 신약 개발은 10~15년이 걸리는 시간 싸움이에요. 지난해 한미약품이 이루어낸 큰 성과(8조원대의 기술 수출)도 15년 전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죠.”

제약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규정될 정도로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약은 하이리턴(고수익) 분야입니다. 더 좋은 약을 개량하거나 개발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 큰 성과를 얻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는 없지만 1990년대에 위궤양치료제 ‘잔탁’이 개발되었어요. 이 약을 개발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5000억원을 투자해 수십조원의 성과를 내면서 세계 10대 제약기업으로 성장했어요. 또 화이자는 남성을 위한 약(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을 개발해 독점적 지위에서 희망하는 가격으로 시장에 팔아 1조원을 들여 몇십조원의 성과를 봤습니다.”

 

20여 년간 꾸준한 기술투자의 성과 나타나는 것

우리나라도 가능한 일입니까?
“우리나라는 우수한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고 신약 개발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요. 대부분의 나라는 선진국 제약사들이 의약품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이 알아야 할 제약산업의 중요성은, 국가가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의약품을 자력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보건·안보적 측면에서도 이 능력은 굉장히 중요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 심지어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외에는 제약산업이 거의 죽어 있고 (자국 생산 의약품이) 자국시장의 20%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작년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9조원대의 기술 수출을 이룬 것뿐만 아니라 의약품 수출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제약사 실적이 좋은데, 최근 들어 국내 제약사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1990년대 초부터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이것이 20여 년간 축적이 되면서 이제야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입니다. R&D(연구 개발)에만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생산시설을 선진화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지요.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수준의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선진시설을 갖추기 위해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시장 진출이 기술 개발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군요.
“현재 우리나라의 제약 관련 제도와 규정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습니다. 작년 7월에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했습니다. PICS는 어떤 나라의 의약품 생산과 관련된 각종 규정, 집행, 생산시설 등 모든 것이 국제시장에 합당하다고 인정할 때 멤머로 인정해줍니다. 그동안의 연구 개발, 시설, 투자와 노력이 어우러져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 제약업계의 R&D 투자 현황은 어떻습니까? 평균적으로 총 매출의 9% 전후, 일부 기업은 15%까지 된다고 들었습니다.
“네, 머잖아 평균 10%를 돌파할 것입니다. 독자적인 기술이나 신약을 보유하지 않으면 항상 뒤쫓아가는 입장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R&D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약도 계량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야죠. 현재 우리 제약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능력에 비해 이제 국내시장은 너무 좁아요. 신약 개발이나 개량,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지와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제일 우선순위로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보험약가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해달라는 것입니다(<헬스조선>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 7월 7일, 정부는 일부 보험약가 개선 방침을 발표했다). 또 정부가 내년 R&D 예산으로 13조원을 책정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약 개발 부분 예산은 2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신약 개발 분야에 조금 더 많은 R&D 자금을 배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 또한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보 교류와 교육, 세미나, 심포지엄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6000~7000원의 기술 수출 이뤄져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 수출 같은 성과는 1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까, 좀 이르다고 생각합니까?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아직까지 전체적인 생산과정을 모두 끝낼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않았어요. 모든 단계가 중요하지만, 임상 실험을 실험을 거쳐 인증받아야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는데, 비용이 거의 2000~3000억원이나 들어요. 그래서 다국적 기업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간 R&D를 통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왔고, 그 약들이 현재 파이프라인(의약품 후보 물질 검토 단계부터 임상을 거쳐 품목 허가를 취득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존재하고 있고, 하나둘씩 올라온다고 봅니다. 벌써 금년 상반기에 6건 정도의 기술 수출이 이루어졌고 액수로 6000~7000억원 규모입니다. 현재 신약 개발을 위해서 연구·투자 중인 건수가 960건이 넘습니다.”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제약산업 발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는 만족합니까?
“그림은 좋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예산 투자가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당초 그림이 계획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부도 현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어려움이 조금 있으나 정부도 좀더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술 선진화와 함께 유통질서 선진화도 뒤따라야

확실히 국내 제약산업은 최근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 개발, 생산시설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정부도 ‘2020년에는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약업계의 문화, 유통질서 등 소프트웨어의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제약산업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약업계는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이제 막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연 단계라고 봅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몇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합니다. R&D를 통한 신약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의 GMP 수준에 맞는 생산시장과 기술 그리고 실행이 하나의 조건이고, 또 하나의 조건은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입니다. 윤리경영을 무시하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경쟁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도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이미 윤리경영과 관련해서 불법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국내 법과 제도적 장치는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 보험시장에서도 퇴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지원책은 펴주고,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을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협회도 내부 감시 체계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리베이트 행위가 심해 보이는 기업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점검해보고 심하다고 판정되는 기업에 경고를 줘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금년부터는 50여 개 회원사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리베이트가 심각하다고 의견이 모아진 기업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28일에 공개하도록 계획되어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안 좋다고 판단되어 8월로 연기하게 되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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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

그렇잖아도 비공개 조사의 발표가 연기된 것에 대해 비판이 있습니다. 8월에는 공개합니까?
“네, 8월에는 분명히 합니다. 여기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명확한 근거가 아니라 풍문으로 판단한 결과를 외부에 노출하면 근거 없는 것으로 명분이 실추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기업도 있어요.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풍문으로라도 다수 표가 나왔다는 것은 위험이 있다고 결정을 내려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P사, Y사, Y사가 문제되어 있는데, 이미 기소된 P사는 일단 제약협회 윤리위원회를 거쳤고,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제명해야 할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3개 회사가 문제됐지만 어떻게 보면 큰 리베이트 사건임에도 언론과 국민은 제약산업 전체가 아니라 개별 회사의 일탈 행위로 정리하고 있어서 우리는 굉장히 다행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국산 의약품, 품질 믿고 애용해달라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ETC)과 일반 약국에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 비율이 8:2로 전문의약품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에서 벗어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제약계와 의료계의 상호협력 관계는 긴밀할 수밖에 없습없습니다. 현재 허용되는 합법적인 리베이트 지원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새로 개발한 제품을 의료인에게 설명하기 위한 제품 설명회 같은 것은 참가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제품설명회할 때 호텔을 빌려서 의료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한계를 다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또 의학과 관련된 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에 제약사가 지원할 수 있게 허용되어 있어요. 앞으로는 제약계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하고 합법적인 선에서 서로 협력하고 지원받는 관계로 발전해나간다면 윤리경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일본도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쳤어요.”

긴 시간 동안 감사합니다. <헬스조선> 인터뷰를 통해 더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느 산업이나 그렇듯 제약업계도 가격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가 적정가격(보험약가)을 받고 그것을 R&D에 투입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약산업을 육성 대상으로 보고 대통령도 항상 제약산업을 언급하시는데, 정부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약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이 인식해주었으면 합니다. 생산시설, 생산기술 또는 품질관리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국내 생산 의약품이 품질 면에서 절대 선진국에 뒤지지 않습니다. 기존 국산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많이 애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자력 생산이 가능한 제약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