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에 케이크와 함께 짙은 색상의 와인이 담긴 유리병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 중앙에 한 여자가 와인이 담겨 있는 유리잔을 들고 나른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순수예술미술관 드 영(de Young)에서 소장하고 있는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1856~1925, 이하 존)의 <한밤의 저녁 식사(A Dinner Table at Night, 1884)>입니다.
초상화 속 인물이 상류층이라는 의미로 함께 그려진 와인
일반적으로 인물을 그림으로 표현해 기록한 것을 초상화 라고 합니다. 이때 초상화는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지 메이킹을 포함합니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은 작품 속에 시각적 은유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인물의 충실함을 표현할 때는 강아지를 그리고, 총명함을 표현할 때는 책을 함께 그려 넣습니다. 존은 작품에 와인을 함께 그려 넣음으로써 작품 속 인물이 상류층임을 표현합니다. 작품은 존이 자신의 후원자인 앨버트 비커스를 만나기 위해 영국에 방문했을 때 그렸습니다. 작품 중앙의 여인은 바로 앨버트 비커스의 부인 에디스 비커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 속 테이블 위의 포트 와인
작품명은 영어로 <한밤의 저녁 식사>로 되어 있지만, 존이 작품에 붙인 이름은 프랑스어로 <유리잔의 포트(Le Verre de Porto)>입니다. 1860년 영국·프랑스 통상조약 이후 영국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레드 와인인 클라렛(Claret)의 인기가 매우 높아집니다. 하지만 얼마 후 양국의 통상금지로 인해 영국에서는 클라렛의 유통이 금지됩니다. 이를 계기로 영국 상인은 포르투갈로부터 장시간 이동할 수 있는 와인을 들여옵니다. 이것이 바로 포트입니다.
주정강화 와인
포트는 장시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반 와인에 알코올이나 오드비(Eae de Vie, 브랜디의 원액)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을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라고 합니다.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는, 발효를 중간에 멈추고 알코올 주정강화를 하는 포르투갈의 포트(Port)와 마데이라(Madeira), 그리고 발효가 완전히 끝난 후 주정강화를 하는 스페인의 쉐리(Sherry)를 꼽습니다. 이번호에는 대표적인 3대 주정강화 와인을 각각 소개하겠습니다.
농익은 검은색 과일 풍미가 풍부한 ‘폰세카 빈 27’
포트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로 강을 끼고 만들어집니다. 이곳에서 폰세카(Fonseca)는 1815년 설립 후 현재 6대째 포트 양조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독특한 계단식 포도밭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폰세카는 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계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첫 번째 포트 생산자입니다.
‘빈 27(Bin 27)’은 루비 포트(Ruby Port) 스타일로 병입 직후 바로 마시기 좋은 스타일입니다. 마치 어린 레드 와인이 연상되는 짙은 루비색을 띠고 있습니다. 후각으로 농익은 카시스, 블랙베리, 블랙체리 등의 과실 풍미 뒤로 담배가 느껴집니다. 입안에서 약간의 당도와 함께 좋은 산도가 느껴지며 꿀에 절인 듯한 블랙베리가 입안 가득 차오른 후 다크 초콜릿과 볶은 커피의 풍미로 마무리됩니다.
절인 오렌지 풍미의 ‘주스티노스 마데이라’
올드 리저브 파인 미디엄 리치 10년
마데이라는 포르투갈의 화산섬 마데이라에서 생산됩니다. 주스티노 헨리케가 1870년 와인 양조를 시작했고, 1953년 와이너리 주스티노스 마데이라를 설립합니다.
올드 리저브 파인 미디엄 리치 10년(Old Reserve Fine Medium Rich10 Years Old)는 적포도인 틴타 네그라(Tinta Negra)를 주품종으로 합니다. 전통적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에스투파쟁 방식으로 코일로 가열된 스테인리스 통에서 3개월 숙성 후 10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맑은 호박색을 냅니다. 꿀에 절인 오렌지와 함께 커피사탕과 캐러멜의 풍미가 좋은 강도로 느껴집니다. 입안에서 당도가 느껴지며 신선한 오렌지를 설탕에 절인 듯한 풍미 뒤로 짙은 볶은 커피가 남아 있습니다.
커피 사탕 풍미의 ‘루스토 이스트 인디아 솔레라’
셰리는 스페인 남동부의 헤레즈(Jerez)에서 만들어집니다. 루스토(Lustau)는 와인 또는 머스르를 구매해 자신의 양조장에서 숙성시킨 후 중간상인에게 납품하던 호세 루이즈 베르데호(José Ruiz-Berdejo)에 의해 1896년 설립됩니다.
‘이스트 인디아 솔레라(East India Solera)’는 단맛이 거의 없는 올로로소(Oloroso)와 달콤한 셰리를 섞은 크림셰리(Cream Sherry) 스타일입니다. 중심부에 호박색과 함께 주변부는 녹색을 띱니다. 후각으로 강한 커피사탕, 캐러멜, 견과류와 함께 뒤쪽으로 카시스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당도가 느껴지며 입안 가득 진한 커피사탕의 풍미
가 느껴집니다.
서민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예문화정보디자인학과 강사 겸
금속공예작가로 개인전을 5회 개최했다. 미국 펜실베니
아 주립대에서 금속공예와 주얼리를 전공했고 템플대학
교에서 CAD-CAM 학위를 받았다. 영국 와인전문교육기
관 WSET를 수료한 와인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