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탑팀]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
손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손으로 일하고 놀고 사랑한다는 말도 있다. 이 중요성에 착안해 손과 팔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곳이 있다. 바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손과 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센터가 있는 곳은 성빈센트병원이 유일하다.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수부·상지센터 만들어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경기도 수원시)는 지난 5월 개소한 신생 센터다. 국내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수부·상지센터 개념을 도입, 현재 센터의 수장인 정형외과 이주엽 교수의 추진하에 설립됐다. 수부는 ‘손’을, 상지는 ‘팔’을 의미해 손과 팔의 치료를 담당하는 센터라는 뜻이다. 이주엽 센터장은 “손은 하나의 장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신체 부위이고, 실제 대뇌피질에는 손과 관련한 감각기관이 가장 많다”며 “손의 기능적 중요성에 착안해 센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은 미세한 뼈와 신경 등의 구조물로 이뤄진 기관인 만큼 수술 후 부작용이 남기 쉽다. 예를 들어, 발의 경우 몸을 딛고 걷기만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손은 손가락 한 개 한 개를 불편함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 의료진에겐 특히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이런 탓에 적지 않은 대형병원이 손 수술을 꺼린다. 이 센터장은 “정형외과 전문병원이 많이 생겼지만 손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 집도의가 재활치료까지 직접 관리해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에서는 수술 후 재활치료도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관리한다. 다른 병원에서는 손이나 팔 수술이 끝난 환자는 재활의학과로 옮겨 재활치료를 받거나, 다른 개인 병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만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아니면 어떤 수술을 했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 증상이 악화될까 우려해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는 수술한 집도의가 환자의 물리치료를 직접 돕거나 물리치료사와 계속 소통하면서 구체적인 재활치료의 방향을 정한다. 급성기 재활치료가 끝나면 센터 내 재활의학과 교수가 주도적으로 환자를 담당한다. 센터 내 유일한 재활치료 전문의인 김준성 교수는 수부·상지 수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집도의들과 늘 긴밀한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재활 중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거의 없다. 김준성 교수는 “수부·상지센터 환자들을 위해 손·팔의 재활 관련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내에 전담 물리치료사 한 명도 상주한다.
한편 센터 내 성형외과 의료진 덕에 수술 후 미용적인 완성도도 높다. 성형외과 의료진은 정형외과 의료진이 시행하는 수술을 똑같이 진행할 수 있다.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 김민철 교수(성형외과)는 “특히 손에 큰 손상이 생겼을 때는 손과 비슷한 얇고 유연한 조직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다시 덮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피부이식술이나 국소피판, 유리피판술 등을 이용해 미용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소피판술은 혈관을 자르거나 잇지 않고 피부조직을 옮기는 것이고, 유리피판술은 조직의 혈관까지 뗐다 이어주는 이식법이다.
골절부터 터널증후군까지 손 관련 질환 모두 다뤄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에서는 손·팔, 어깨와 관련한 질환을 모두 다룬다. 이 중 가장 흔히 치료하는 것은 손목이나 손가락, 어깨, 팔꿈치 등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관절염이다. 중장년층에게 잘 생기는 오십견 역시 관절을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관절염의 일종이다. 손목 골절 환자도 많다. 이 센터장은 “일주일에 손목 골절 환자가 서너 명씩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목이나 팔꿈치에서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 팔꿈치터널증후군 환자도 치료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면서 환자수 역시 많아졌다. 팔꿈치터널증후군 같은 경우 그냥 놔두면 손가락에 마비가 오면서 휠 위험이 있어, 초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는 “손목이나 팔꿈치 터널증후군은 비교적 흔히 발생해 어디서 수술하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손과 팔이 미세한 조직으로 구성된 만큼 경험이 많은 의료진에게 수술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어깨 힘줄 손상이나 테니스엘보 환자도 센터를 찾는다.
수술 절개 범위 줄이고, 고난도 수술 계속해 시행
삼각섬유연골파열이나 척골충동증후군 치료기술은 특히 뛰어나다. 삼각섬유연골파열이란 손목의 인대가 손상되며 느슨해지는 것이다. 손목이 만성적으로 아플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삼각섬유연골파열이 치료되지 않아 팔뼈(척골)가 흔들리는 질환이다. 척골충돌증후군이 있으면 손을 뒤로 젖혔을 때 척골두(사진)가 손등뼈와 부딪히면서 통증이 생긴다. 이때는 척골을 일부 절단하고 다시 이어 붙여 전체 뼈 길이를 짧게 하는 수술이 필요한데, 기존에는 팔을 10cm 이상 절개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에서는 팔을 6cm만 절개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도입했다. 이주엽 센터장은 2015년 대한 정형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수술을 소개해 비디오 논문전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센터장은 상완신경총손상을 치료하는 고난도 수술도 시행한다. 상완신경총은 목 아랫부분에서 겨드랑이까지 연결돼 있는 굵은 신경 다발이다. 이 신경 다발이 점차 가지를 내면서 손가락 끝까지 닿는다. 따라서 상완신경총이 손상되면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마비될 수 있는데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같은 큰 사고에 의해 주로 생긴다. 이 센터장은 “상완신경촌손상을 치료하는 수술은 매우 고난도로, 집도할 수 있는 의사가 국내에 많지 않다”며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술기를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 정진영 교수(정형외과)도 1000례 이상 어깨관절경 수술을 한 베테랑 정형외과 의사다. 관절경 수술이란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이 달린 얇은 관(카테터)을 손상 부위에 집어넣어 이를 확대시킨 화면을 보면 수술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어깨질환을 주로 담당해 어깨골절, 인공관절 수술 등을 도맡아하고 있다.
센터 의료진 24시간 응급실 대기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 의료진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24시간 근무해 밤중에 찾아오는 위급한 환자를 대비한다. 밤에 중증 환자가 오면 병원에 있던 의료진이 응급 처치를 하고, 경우에 따라 나머지 센터 의료진에게 호출해 빠른 시간 안에 모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주엽 센터장은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와 수부외과의 세부 전문의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다. 손목이나 손이 절단된 응급환자는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가 아니면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너무 멀지만 않다면 위급 상황에 다른 병원을 전전하기보다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를 찾는 게 효과적이다.
“전국구 환자들이 찾는 센터 될 것”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 의료진은 매주 한 번씩 모두 모여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수부·상지 질환과 관련한 논문을 함께 읽고 환자 증례에 대해 토의한다. 올 연말에는 센터 자체에서 외부 의료진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수부·상지와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인체조직기증원과 함께 동종신경을 인체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동종신경이란 사망한 사람이 기증한 신경을 말한다.
성빈센트병원 수부·상지센터의 목표는 손·팔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주엽 센터장은 “실제로 부산이나 전남 등 먼 곳에서 찾는 환자들이 많지고 있다”며 “수부·상지 질환으로 국내에서 가장 실력 있는 센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