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방부제 '파라벤', 유방암 위험 높이고 살충제 '디에칠톨루아미드', 구토·경련 유발

입력 2016.06.01 06:30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

자주 쓰는 생활용품 속 대표 유해 물질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이 얼만큼의 양을 어느 기간 동안 써야 인체에 문제가 생기는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다만, 사례 보고나 세포·동물 실험 등을 통해 과사용 시의 유해성이 밝혀진 화학물질이 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선정해, 그 속에 든 대표 화학물질과 유해성에 대해 소개한다.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하은희 교수는 "자주 쓰는 제품 속에 든 유해 화학물질이 뭔지를 알면, 가급적 그 성분이 안 든 제품을 고르거나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안방]

▷화장품: 파라벤=파라벤은 인공 방부제로, 파라벤이 개발되면서 화장품을 대량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파라벤은 몸속에 한 번 들어오면 내장 기관이나 근육 등에 쌓여서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다. 파라벤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서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자를 파라벤에 노출시켰더니 정자의 활성도가 떨어졌고, 파라벤 농도가 높을수록 정자가 많이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1989년에 나온 적이 있다. 최근에는 국제 학술지인 '환경보건 전망'에 "파라벤은 적은 양만 사용해도 유방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적이 있다. 피부염을 유발하고, 소화기·호흡기에도 독성을 일으킨다(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자료). 파라벤 대신 천연 방부제를 사용해 만든 화장품이 여럿 나와 있다.

▷좀약: 나프탈렌=옷장이나 화장실에 두고 냄새를 제거할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좀약에는 나프탈렌이 들어 있다. 나프탈렌은 살충제, 방부제, 탈취제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휘발성이 강해서 상온에서도 승화(昇華)하는데, 이게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과량 들어오면 뇌의 호흡중추에 영향을 끼쳐 질식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외에도, 무기력, 어지럼증, 경련 등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는 나프탈렌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옷장 속 좀약에 옷이 닿으면 그 성분이 피부로 흡수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한 옷: 퍼클로로에틸렌=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방 안에 두는 것만으로도 공기 중 퍼클로로에틸렌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퍼클로로에틸렌에 많이 노출되는 세탁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비뇨기계 암 발생률이 높았고, 림프종·백혈병·피부암 위험이 컸다고 한다. 이 물질 역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돼 있다. 경희대 환경공학과 여민경 교수는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세탁소에서 찾아오면, 비닐을 벗기고 베란다 등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둬서 퍼클로로에틸렌이 날아가도록 한 뒤 옷장에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욕실·주방]

▷치약: 트리클로산=치석을 없애는 항균 기능을 하지만, 과량 사용 시 위험하다. 쥐 실험이긴 하지만, 체중 1㎏당 300㎎의 트리클로산에 14일간 노출됐을 때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다뇨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트리클로산은 친유성(親油性) 물질이라서 주로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데, 여성의 가슴 주변 지방 조직에 쌓였다가 모유 수유 시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한다. 트리클로산이 함유되지 않은 치약을 고르고, 만약 이 성분이 들어 있다면 양치질 한 후 입안을 깨끗이 헹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샴푸·린스: 디에탄올아민=디에탄올아민은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다. 디에탄올아민은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데, 임신 중 이 성분이 몸속에 들어가면 태아에게 전달돼 태아의 세포 성장을 방해하고, 기억력과 관련 있는 뇌 부위 세포가 망가질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파라벤, 실리콘오일과 함께 디에탄올아민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디에탄올아민이 든 샴푸를 이미 쓰고 있다면, 샴푸질을 오래 하지 말고 거품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표백제: 차아염소산나트륨=표백 기능을 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유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용도로도 쓰이는데, 수영장에서 수 주간 근무한 여성에서 손발톱박리증(손톱·발톱이 피부에서 분리되는 증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에서 나오는 가스를 과다 흡입할 경우 기관지를 자극해 반응성 기도 장애 증후군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폐부종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방세제: 알킬페놀류=계면활성제인 알킬페놀류는 일부 국가에서는 생산·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알킬페놀류의 하나인 노닐페놀·옥틸페놀은 피부를 통해 몸속에 흡수되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여러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표] 집안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물질

[아이 방]

▷장난감: 프탈레이트=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쓰인다. 아이가 플라스틱으로 된 치아발육기나 장난감 등을 입으로 빨 때 프탈레이트에 노출될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우리나라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지정하고 있는 67종 물질 중 하나다. 불임 남성 379명을 조사했더니, 프탈레이트의 한 종류인 디에틸프탈레이트가 정자의 DNA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여민경 교수는 “플라스틱으로 된 치아발육기 대신 당근·오이 같은 식품을 쓰는 게 좋고, 아이가 플라스틱 장난감을 입에 물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기 기피제: 디에칠톨루아미드=디에칠톨루아미드는 살충제의 한 종류로, 1946년 미국에서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을 막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모기를 쫓는 효과가 큰 편이다. 하지만 디에칠톨루아미드가 몸속에 과다 흡수되면 구토, 발진, 어지럼증, 경련, 정신착란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두세 달 동안 디에칠톨루아미드가 피부를 통해 광범위하게 노출된 소아에게 뇌 장애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개월 미만 아이와 임신부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사용 시에는 용량을 지키고, 피부와 호흡기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뿌려야 한다.

▷물티슈: 폴리에틸렌글리콜=보습, 윤활 작용을 하는 폴리에틸렌글리콜이 들어간 물티슈가 있다. 상처가 난 피부에 이 성분이 닿으면 체내로 흡수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 등이 생길 수 있으며, 구역, 구토, 급성 신부전, 급성 폐손상 등이 유발됐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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