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조선일보 사옥이 위치한 서울 세종대로 부근에는 걷기 좋은 길이 여럿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잘 정비된 청계천 길에서는 맑은 시냇물과 벗할 수 있습니다. 비단 서울 도심뿐만 아닙니다. 전국 4대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수백km 이어집니다. 제주의 올레길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의 산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울산의 태화강변이나 전남 순천의 자연생태공원 등 지역마다 특색 있는 길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특별히 조성된 길이 아닌 우리가 매일 다니는 평범한 길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한민국 1번지라 할 수 있는 세종대로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곳은 왕복 8~10차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도로의 하나입니다. 도보 인구도 많기 때문에 인도 또한 폭 3~4m 이상 널찍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길로 하루 수만 명의 인파가 오고 갑니다. 외국 관광객들도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장애물을 만납니다. 인도 한가운데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지하철 환풍구가 불쑥 나타납니다. 앉아서 쉴 만한 곳이 아닌데도 벤치가 친절하게 놓여 있습니다. 서울 도심은 애초 계획도시로 시작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신도시처럼 매끈한 인도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쓰면 좀더 편안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길을 막는 것은 관(官)의 무신경만이 아닙니다. 특정 시위대 몇 명이 몇 달 동안 설치한 농성용 천막으로 인해 길의 폭이 1.5m로 좁아집니다. 퇴근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배려심 없는’ 줄로 인해 1.5m의 길마저 사라집니다. 민관(民官)이 힘을 합해서 길을 막고 있는 셈입니다.

걷기는 그 어떤 운동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입니다. 좋은 길은 사람들을 더 많이 걷도록 합니다. 좋은 길은 산삼, 녹용보다 좋은 보약입니다. 전국에 조성된 좋은 길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정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매일 다니는 평범한 길이 좀더 편안해지면 좋겠습니다. 독자님이 매일 다니시는 길은 어떠합니까? 2016년 새해입니다. 독자님과 가정에 만복이 탄탄대로를 달려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헬스조선 편집장 김공필